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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평 삭감지표 "바꿔야 할텐데" 심평원 '끙끙'
경평 삭감지표 "바꿔야 할텐데" 심평원 '끙끙'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8.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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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건보재정 절감은 심평원 존립 목적에 부합"
3년마다 경평지표 변경, '더 나은' 지표 제시가 관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경영평가 지표로 '건보재정 절감 성과'를 넣었다가 최근 의료계의 뭇매를 맞았다.

손명세 심평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표 변경을 복지부와 기재부와 상의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경영평가 지표는 3년 주기로 변경된다. 문제가 된 건보재정 절감 성과 지표는 2013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3년간 사용돼 '바꿀 찬스'가 온 건 맞다.

그렇다면 바꿀 수 있을까. 원칙대로라면, 가능은 하다. 단, '이것보다 더 나은 걸 들고 왔을 때'란 단서가 붙는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절감하는, 정부의 '가계부' 같은 부서. 따라서 심평원의 재정절감 성과를 증명할 '더 센 지표'를 제출할 때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6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014년부터 심평원 경영평가 지표에 건보재정 절감 성과가 포함돼,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이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삭감을 위한 삭감을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손명세 심평원장은 "경영평가 지표는 정부와 기관이 함께 만든다. 문제제기를 했지만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단독으로 삭제할 수 없는 만큼 복지부와 기재부에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건보재정 절감 성과 지표는 전년도 실적과 최근 3개년도 평균 중 높은 실적이 기준치가 되며, 상향지표로써 전년대비 잘해야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산술식은 (진료비 허위·부정수급 적발건수×0.5)+(진료비 허위·부정수급 적발금액×0.5)이다. 적발건수 및 금액 중 의료기관이 이의신청을 제기해 재심한 결과 환급된 경우는 제외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지표 삭제를 기재부에 건의했다. 복지부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다. 사실 심평원에서 적극 원해서 들어간 지표도 아니고 내부에서 이 지표를 썩 반기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3년 전 지표 도입 배경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이전 경영평가에서는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지표를 넣었다. 그런데 당시 기재부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해 지표점검을 실시했다. 기재부 산하의 지표설계팀과 7∼8차례 회의와 피드백을 거쳐 해당 지표가 나왔다"며 "한 지표설계팀 위원이 이 지표가 심평원에 적합하다는 의견과 함께 구체적인 공식까지 정해서 내려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지표설계팀은 심평원 특성에 맞는, 기관을 대표할 만한 가장 효과적인 지표를 요구했다. 이 지표를 능가할 대안이 없어 들어가게 됐다"며 "경영평가 지표 중 가장 점수를 못 받는 항목이다. 상향지표라 해를 거듭할수록 잘 해야 한다. 목표치는 있으나 달성도 어렵고 그 목표를 직원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지금은 심평원도 요양기관에 자율개선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가"라 항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심평원은 삭감 기관이 아니다. 청구를 올바르게 하는 예방 중심으로 전환했다. 청구형태 개선을 위해 상담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에서는 심평원의 존립 목적을 심사라고 봤다. 삭감을 심평원의 대표 성과로 간주해 해당 지표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자발적으로 원해서 넣은 게 아니다. 예방 중심사업에 대해서도 기재부에서는 '이것이 가시적 효과는 아니지 않느냐'며 실질적으로 조정한 금액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바꾸고 싶다면 더 '좋은 걸' 들고 와"
기재부는 즉각 반박했다. 그럴만한 권한도 없으며, 기관별 지표는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오는 게 아닌 해당 기관에서 제안해 올라오는 지표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00여개 공공기관의 특징과 주요사업을 기재부가 모두 알진 못한다. 지표는 각 기관에서 제안해 오는 것이다. 경영평가단 안에 대학교수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표설계팀이 있다. 초안은 각 기관에서 만들되 지표설계팀에서 의견을 주고 있다"며 "기존 지표보다 새로운 지표가 더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변경한다. 민간위원으로 이뤄진 지표설계팀은 각 기관에 특정 지표를 강요할 힘도, 권한도 없다"고 반론했다.

이어 "12일부터 27일까지 기관별로 지표변경에 대한 수요조사를 받았다. 8월 검토를 거쳐 9월 중순에는 새로운 지표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국정감사 등에서 지표와 관련된 지적이 나오면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맞다. 외부 지적사항을 깊이 검토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그러나 지표 변경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지표를 대체할 만한 '더 나은' 지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표설계팀 관계자는 "지표를 만드는 공식이 있다. 법으로 정한 기관의 기능이나 목적사업을 그 지표가 대표하느냐, 세부 산식이 적정하냐, 신뢰할 만한 데이터값이 나오느냐, 지표의 결과값이 각 기관의 인력이나 예산투입 노력을 측정하느냐 등이다"라며 "해당 공식에 비춰봤을 때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지표 선정이나 변경이 이뤄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지표설계팀이 지표를 총괄하는 건 맞다. 그러나 지표는 각 기관이 만들어 온 것을 지표설계팀이 심의해 합의하는 것이다. 억지로 강요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116개 공공기관의 주요사업 지표는 580여개나 된다. 톱다운 방식으로 기재부나 경영평가단이 이러저러한 지시를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지표설계팀 평가위원만 160명이 넘는다. 이들이 평가하고 기관이 수용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국회나 감사원 지적이 있을 경우 반드시 3년이 아니더라도 바꿀 수 있다. 단, 이전보다 개선된 지표를 갖고 와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재정 절감 성과 지표가 심평원 경영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점 만점에 4점으로 극히 낮다. 성과도 좋지 못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처방건수 7900만 건 중 100점을 기준으로 35.7점이며 2014년에는 59점을 받았다. 당시 정 의원은 "제대로 점수를 받지도 못한 항목을 왜 넣은 것이냐" 질타하기도 했다.

비중도 낮고 성과도 나쁜 점에 대해 지표설계팀 관계자는 "적발을 평가하는 네거티브 지표다. 심평원 입장에서는 껄끄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건보재정 절감이 심평원의 기능과 역할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불합리하다기보다는 어려운 지표"라며 "점수가 낮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말했다.

지표 변경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심평원 목적이나 기능과 맞지 않는다면 삭제하거나 대체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 다만 지표 설계 공식에 따라 더 타당하고 효과적인 지표를 제시한다면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본래 기관은 달성이 쉬운 지표를 내려고 하고 정부는 되도록이면 대표적이고 결과지향적인 지표를 원하는 '줄다리기'가 이뤄지지 않는가"라고 지표설계팀이 설명한 만큼 심평원이 어떤 개선안을 도출했을지, 그리고 이를 기재부가 얼마나 타당하다고 평가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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