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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기 전 '내가 멍청했다' 힘들어 해"

"남편 죽기 전 '내가 멍청했다' 힘들어 해"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7.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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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A비뇨기과 원장 부인 "무심코 서명...억울해"
조사단 예고 없이 들이닥쳐 "강압적 분위기는 없어"

경기도 안산시 A비뇨기과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동료 의사들이 비탄에 빠졌다. 대한의사협회는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실사 및 관련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안산시의사회에 따르면 A원장은 지난 5월 말 현지조사를 받은 후 최근 자살했다. A원장의 부인 B씨는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남편이 (조사단이 병원에) 들이닥쳤다고 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B씨는 "3일간 조사가 끝나고 돌아가면서 사실확인서에 서명하라고 했고, 남편은 서명했다. 미리 확인서를 줬으면 읽어보고 했을 텐데 조사단이 가면서 용지를 내밀었다고 했다. 안산시의사회에 나중에 연락했더니 '사인하면 다 인정하는 게 된다'고 했다. 남편이 이 점을 굉장히 억울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제출을 연기할 수 있는지 몰랐다. 미리 의사회에 알렸으면 중간 조치가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남편은 '화가 난다. 내가 멍청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또 "비보험을 보험으로 청구했다. 남편은 피부질환을 주로 진료했는데 (지금은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후배가 본래 비급여인 여드름약을 보험청구하는 걸 보고 보험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며 남편의 보험청구 지식이 약해졌던 것 같다. 가끔은 약명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 올해 10월경 병원을 정리하고 은퇴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옆에서 지켜본 결과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조사 후 처분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남편이 굉장히 많이 힘들어했다. 기다리는 걸 버거워하고 잠을 못 이뤘다.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씨는 "남편의 좌우명이 '진실된 삶을 살자'였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자기 명예에 누가 돼 굉장히 힘들어했다. 남편은 모임에 나가서도 조사받은 사실을 숨겼다.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조사 후 마음이 너무 조여들어, 남편도 나도 밤에 잠을 못 이뤘다. 정신과 약을 같이 먹었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산지사의 민원으로 현지점검을 실시, A원장의 허위청구가 의심돼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했고 조사대상인 총 33개월 진료분 중 600여건의 허위청구 사실을 A원장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두식 심평원 급여조사실장은 "2015년 9월 공단 안산지사에서 조사 요청이 들어왔다. 방문확인을 해보니 허위청구가 의심돼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 의뢰를 했다. 현재로서는 현지조사는 사전통보나 예고없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A원장은 일상생활에 지장 없는 탈모, 여드름, 굳은살 제거 등을 비급여로 진료한 후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징수했다. 이후 실제 상병과는 다른 상병으로 급여 청구했다"며 "가령 이마 흉터제거를 위해 레이저를 시술하고 비급여로 징수한 후 '상세불명의 색소침착장애'로 바꿔 청구했다. 부당확인 건은 티눈 및 굳은살과 응괴성 여드름 비율이 총 81.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심사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비급여로 진료한 후 청구 가능한 급여 상병으로 청구할 경우 심사단계에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건보공단의 '진료받은 내역 확인' 서비스 등을 통해 수진자에 의해 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확인서를 사전에 보여주지 않아 내용을 모른 채 서명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위청구와 부당청구를 물어보고 확인한다. 자필로 관련 내용을 적는 과정도 거친다. 내용을 모를 수 없다"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종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서명해달라는 절차를 거친다. 또 조사를 마무리하기 전 보통 1∼2시간 정도 향후 개선방향도 안내한다. 사실확인서를 읽어보지도 못하게 한 다음 서명하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청구로 의심되는 2400여건의 청구건 중 600여건에 대해서는 A원장이 인정했다.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만 확인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자료제출을 연기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처음 조사 시작할 때부터 진료기록부와 수납대장 등을 요구한다. 그것을 나중에 제출한다거나 연기하는 건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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