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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제오, 신약이면서 신약이 아니다...?

투제오, 신약이면서 신약이 아니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7.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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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와라 마사토 도쿄의대 주임교수(내분비내과 과장)

오다와라 마사토 도쿄의대 교수
효능이 뛰어난 신약의 처방을 왜 주저하느냐고 의사에게 묻는다면 대답은 한결같다. 신약의 특성상 예측하지 못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단계의 임상시험과 시판 후 판매조사 등을 거쳐 안전성 검증을 하지만 출시 이후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으로 사라진 약이 적지않다.

오랜 사용사례를 통해 구축된 어떤 약의 안전성 파일은 그래서 그 약의 효능만큼이나 중요한 약의 성공 요소다.

만일 기존 약보다 효능이 좋은 새로 출시된 약이 10년간의 오랜 사용사례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 파일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면 어떨까?

그런 약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다와라 마사토 도쿄의대 주임교수(내과)가 "투제오가 그런 약"이라고 대답했다.

기저 인슐린의 블록버스터 '란투스'를 뛰어넘는 차원이 다른 효능을 고려한다면 투제오는 분명 새로운 인슐린이다.

임상시험 'EDITION2'에서 란투스보다 길어진 반감기와 줄어든 저혈당·야간 저혈당 발생비율, 당화혈색소(HbA1c) 강하효과를 통해 차원이 다른 신약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이상반응 측면에서는 이미 10년간 검증을 거칠대로 거친 오래 된 약의 지위(?)에 올라갔다.

투제오는 란투스와 같은 인슐린 글라진이기 때문이다. 란투스, 즉 인슐린 글라진은 이미 수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여러 건의 메타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안전성 파일을 확보한 성분이다.

투제오가 새로나온 신약이면서도 풍부한 처방 안전성 파일을 확보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방한한 오다와라 마사토 교수를 17일 만나 한국보다 1년 먼저 투제오를 급여한 일본의 생생한 처방사례를 들어봤다. 

마사토 교수는 일본 도쿄의대 내분비 내과 과장이자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일본당뇨병학회와 일본 내분비학회, 일본 당뇨병합병증학회 등 다양한 당뇨관련 학회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투제오를 급여했다.

오다와라 마사토 도쿄의대 교수
<일문일답>

투제오는 '차세대 기저인슐린'으로 불린다. 이전 기저인슐린과는 세대를 달리 볼 정도의 발전이 있었다는 의미인데 동의하는가?

차세대 기저인슐린이라는데 동의한다. 15년간 흔들리지 않았던 란투스의 아성이 투제오 출시로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제오는 란투스 대비 낮은 저혈당 발생률과 하루종일 안정적인 효과를 유지하는 작용기전, 상대적으로 미미한 체중 증가 부작용 등의 장점으로 란투스와는 차원이 다른 발전을 보여줬다.

특히 저혈당 발생률을 낮춘 것은 의미가 크다. 기존 기저인슐린의 저혈당 발생위험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저인슐린을 활용하지 못했던 환자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제오 출시로 인슐린 치료의 새 시대가 열렸다.

투제오의 출시 중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신약이 나오면 해당 분야 의사는 흥분(?)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쏟아지면 컸던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커진다. 그런 경험을 몇번 되풀이하다보면 신약이 나와도 그 약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쌓이고 어느정도 신뢰가 생겨야 환자에게 처방하게 된다.

그만큼 약의 안전성 파일은 중요하다. 투제오는 그런 점에서 큰 이점을 안고 있다. 이미 최소 10년치의 안전성 파일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신약인데 10년치 안전성 파일이 확보됐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신약인데 이미 10년치 안전성 파일이 축적됐다는 의미는?

투제오의 성분은 란투스와 같은 인슐린 글라진이다. 인슐린 글라진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슐린 글라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인 'ORIGIN'만 보더라도 참여 환자 수가 1만명이 넘는다.

연구 기간의 중앙값만 6.2년이다. 추가 조사기간 2년 반을 합치면 중앙값이 9년이나 된다. 대규모 스터디다. 인슐린 글라진에 대한 10여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 덕에 투제오는 신약이면서도 안전성 파일면에서는 이미 블록버스트급 약의 지위를 얻었다고 본다.

그 까다로운 미국 FDA가 투제오의 이런 안전성 파일을 인정해 승인과정에서 제출한 인슐린 글라진의 심혈관계 안전성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인슐린 글라진의 안전성 데이터를 투제오의 데이터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투제오의 주요 임상 'EDITION2' 결과를 보고 한국 의료진들은 이렇게 외쳤다. "와! 대단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이 결과가 재현될까?" 실제 처방경험이 많은 교수님의 대답이 듣고 싶다.

모든 임상결과는 소위 리얼월드와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투제오의 임상시험 결과는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잘 재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투제오의 임상시험 EDITION 시리즈의 임상설계가 매우 탄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기대가 더 컸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EDITION JP2'의 연구결과가 EDITION2보다 더 좋아서였다. EDITION JP2는 EDITION2와 설계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투제오와 란투스 투여군을 26주간 관찰한 임상시험이다. 대상자가 240명의 일본인 2형 당뇨병 환자들이라는 점에서 일본판 EDITION2라고 보면 된다. EDITION2와 마찬가지로 두 군의 HbA1c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놓고 저혈당이 얼마나 덜 발생하는지, 체중이 얼마나 덜 늘어나는지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저혈당 발생 건수의 감소 정도가 글로벌 연구보다 더 좋았다. 란투스 대비 24시간 저혈당 발생건수는 34% , 확진된 중증 야간저혈당 발생건수는 55%나 줄었다. 24시간 저혈당 발생건수가 23%, 중증 야간저혈당 발생건수는 48% 줄인 EDITION2 결과보다 더 좋은 수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투제오의 저혈당 발생률이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

야간저혈당 발생건수가 48%나 줄어들었다. 투제오를 처방한다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수치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이다. 진료하는 환자의 저혈당 발생률이 체감할 정도로 줄었다. 다만 투제오가 란투스보다 야간저혈당이나 저혈당 발생률을 줄였다는 사실 때문에 당뇨병 치료 전문의가 보다 공격적으로 HbA1c를 떨어트리려는 경향이 커질 것으로 본다.

실제 임상에서 의료진이 HbA1c를 더 공격적으로 낮추려 시도하면서 저혈당 발생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저혈당 발생위험이 낮은 투제오가 출시되면서 HbA1c를 더 떨어트릴 수 있는 시도가 더욱 힘을 얻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투제오 출시 이후 어떤 환자에게 투제오를 처방하는지 궁금하다 혹시 투제오를 투여하다 란투스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나?

신환에게는 우선 투제오를 처방한다. 딱히 란투스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계속 말했듯이 저혈당과 체중관리 부분에서 투제오가 란투스보다 우수하고 그로 인해 HbA1c도 더 잘 콘트롤 할 수 있다.

투제오를 쓰다가 다시 란투스로 돌아가는 환자는 거의 없다.

단지 저혈당 발생위험이 낮은 투제오를 믿고 이전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려다 저혈당을 겪으면 '나에게 약이 맞지 않나'라고 느껴 란투스로 돌아갈 수는 있다. 흔한 사례는 아니다. 란투스를 투여하면서 겪지 않았던 저혈당을 투제오로 바꾸고 나서 겪을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경쟁약 '트레시바(성분명: 인슐린 디글루덱)'는 투약 전후 16시간 안에만 다시 주사하면 약효가 유지된다. 하지만 투제오는 투약 전후 6시간 안에 다시 주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반감기가 트레시바와 비교했을 때 단점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투제오는 15년여 동안을 사용한 검증된 인슐린 글라진이라면 트레시바는 새로운 인슐린 제제다. 안전성 측면에서 투제오보다 검증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적지않은 의사들이 트레시바의 이런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긴 반감기는 좋다. 반감기가 길면 길수록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투제오의 6시간과 트레시바의 16시간의 차이는 별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실제 생활에서 그 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연성이 얼마이든 두 약 모두 하루 한 번 용법이다. 일정 수준의 유연성이 확보되면 유연성의 차이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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