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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만 풀면 뭐하나...빅데이터 활용 '첩첩산중'
주민번호만 풀면 뭐하나...빅데이터 활용 '첩첩산중'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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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위한 법·제도 보완 목소리 높아
"연구자들이 원하는 데이터, 적시 제공 플랫폼 구축 필요"

▲ '사회건강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대토론회'에서는 공익적 목적으로 의학연구를 수행할 때 국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하고, 생명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익적 연구의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의협신문 김선경
보건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사용할 때 주민등록번호을 사용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이 발목을 잡았으나, 지난 5월 입법예고된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익을 위한 연구 수행 시 주민등록번호 등을 포함한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의학연구자들이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 그리고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익적 의학연구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앞으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은 공동으로 18일 오후 4시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사회 건강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익적 의학연구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과 공익적 의학연구를 위해 법적·제도적 보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데이터 제공 플랫폼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분야 개인정보를 공익적 목적으로 의학연구에 활용할 때에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의학연구에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오는 8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2년째가 되는 8월 6일까지 주민등록번호를 파기해야 해 많은 의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게 돼 의학연구자들이 코호트 연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와 관련 이날 '공익적 의학연구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발표한 이영성 교수(충북의대/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는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의료인데, 국내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데이터 공개 정책에도 보건의료 연구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데이터셋을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과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제발표자인 이영성(충북의대) 교수는 정부가 '공익적 의학연구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 교수는 "정부가 가능한 곳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수집 시 우려되는 주민번호를 다른 식별번호로 전환해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비식별자료(LOD, Linking Open Data)를 외부의 어떤 사람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웹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의학연구에 마비가 올 지경"
다음으로 '공익적 의학연구 활성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을 주제로 발표한 박형욱 교수(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스코틀랜드 등 유럽국가들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는 2년 이내에 주민등록번호를 파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 때문에 고호트 연구 자체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하면서 공익적인 연구에 해당하는 경우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법 시랭령 개정안에서 개인정보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미해결 과제가 있다"며 "공익을 위한 연구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스코틀랜드의 빅데이터 정책을 보면 기존 자료 보관자들은 연결자에게 개인식별자만을 전할 뿐 일체의 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다양한 자료연계가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추무진 의협 회장을 비롯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이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의협신문 김선경
▶개인정보보호법이 문제인데…생명윤리법만 만지작
현행 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서도 법 개정 및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먼저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인데, 생명윤리법 시행령에 새로운 조항을 만든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관련 전문가들이 공익적 의학연구를 위해 개인정보 사용의 중요성을 적극 알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국회 등과 협의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선하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도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의학연구자들이 많은 고민을 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시의 적절하게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집한 주민등록번호 취급·보관 및 유출 예방 대책, 그리고 유출 사고 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국가 및 민간 코호트 연구는 국가적 자산임을 인식하고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을규 교수(한양대 컴퓨터공학부)는 "의료정보의 공유를 위해서는 데이터 익명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데이터의 종류 및 사용 용도에 따라 익명화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고, 전국민의 의료 데이터를 똑같은 수준으로 익명화해 공유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익명화의 레벨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의견들에 대해 이형훈 과장(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건강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고민을 했었다"며 "오늘 주제발표 및 지정토론에서 제기된 문제점 및 제안들은 향후 정부차원에서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남식 회장·양승조 위원장, "빅데이터 활용 잘하면 이득"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토론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정남식 의학한림원 회장은 "보건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는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도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질병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학연구에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엄격하게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많은 의학연구들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는 환자의 정보를 엄격히 관리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의료정보를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한다는 다른 방향으로 뛰고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집적된 개인정보는 빅데이터로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익적인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공익적 목적의 의학연구 시 개인정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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