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발행하고 있는 '이슈페이퍼' 최근호. '의료체계 발전과 원격의료'를 다뤘다.
외래 의료이용도 세계 1위이자 매년 병상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수요를 늘리게 될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전 연세대 교수)은 이슈페이퍼 최근호에서 '의료체계의 발전과 원격의료'를 통해 "원격의료 출발 초기에는 오지나 도서지역의 주민을 위해 시범사업을 전개했지만 의료법 개정 이후 정보통신(ICT) 산업계가 주도하면서 주객이 전도돼 이끌려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공급행태로 기존의 의료공급방식을 대체하는 것으로 인식해 원천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 가입국 대부분이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고, 병상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의료체계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밝힌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이같은 정책방향을 설정하지 못해 매년 병상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수요를 늘리게 될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현재와 같이 병원중심의 의료체계에서 도입할 경우, 의료이용을 늘려 국민에게 부담만 주게 될 것"이라며 "먼저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부터 수립하고, 가정에 있는 만성질환자를 위해 어떻게 의료를 관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지를 연구한 이후에 원격의료를 추진해야 국민의료비를 줄이고, 가정에 있는 환자도 편리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원격의료를 ICT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추진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 이 원장은 "원격의료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ICT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지 ICT 산업이 원격의료를 주도해서는 국민의료비 절감이나 환자의 편의성 제고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건강보험 또는 장기요양보험 급여 속에 어떻게 포함시킬지 여부 ▲의료과오에 대한 대처 ▲원격처방 도입 여부 ▲정보의 표준화 등 다양한 업무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건욱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핵의학과)는 "원격의료는 어디까지나 환자 중심이어야지 의료기관 중심이 되어서도 안 되며, 더구나 ICT업계가 중심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질병 발생 전 예방적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 강 교수는 "논란이 많은 원격의료에 앞서 병의원은 원격예방의료를 먼저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의료비를 낮추는 지름길"이라며 "영양·운동·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원격건강관리 및 예방치료를 도입하면 공급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수요자인 국민들도 비용효과적인 건강관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평수 차의과대학교 초빙교수(보건의료산업학과)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되지 않은 원격의료는 의료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위해 의료체계를 바꾸거나 왜곡시키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 활용 이전에 의료제공체계의 기본 틀이 정비해야 한다"고 밝힌 이 교수는 "일차의료와 지역의료의 활성화를 근간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의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원격의료는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극히 어려운 경우에는 대면진료의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고, 대면진료가 가능한 경우에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