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06:00 (금)
뇌CT 찍으라는 법원 VS 말리는 심평원...어느 장단에
뇌CT 찍으라는 법원 VS 말리는 심평원...어느 장단에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04 17:06
  • 댓글 4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법, 뇌부종 악화 뒤늦게 발견해 개두술 시기 놓쳐...배상 판결
심평원, 두부손상 환자라도 주관적 증상만으로 CT·MRI 촬영하면 삭감

▲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교통사고 환자에게 뇌CT검사와 세심한 관찰을 강조한 판결을 내렸다.
반복적인 뇌 CT 촬영과 세심한 관찰을 하지 않아 뇌부종 악화 상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교통사고 환자라도 주관적인 증상으로 조기 촬영을 하거나 통상적인 관찰 기간(CT 3∼4일 이상, MRI 7일 이상)을 지키지 않은 경우 CT·MRI 촬영을 삭감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지침에 배치되는 판결에 일선 의료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A씨의 가족인 B·C씨가 이 D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5억 6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4가합17721)에서 1억 565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 중 60%는 원고가, 나머지는 B학교법인이 부담토록 했다.

A씨는 2014년 5월 6일 새벽 4:10경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택시와 추돌, 뇌손상을 입고 5:06경 B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A씨는 자꾸 수면상태에 빠지려는 경향을 보였고, 글래스고우 혼수 척도(GCS) 12점(개안 1점+운동 6점+언어 5점)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5:41경 뇌 CT 촬영 소견상 우측 전두부에 경막상 출혈, 전두부 두개골 골절 및 뇌두개저부 골절 등이 관찰됐으며, 전두부의 경막상 출혈은 8mm 정도의 두께였다. 전두동·접형동·사골동 내에 출혈이 관찰됐으나  뇌압 상승 및 뇌압박 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수술 적응증이 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B병원 의료진은 6:36경 A씨가 구토와 발작 증세를 보이자 기관 삽관을 했으며, 지속적인 발작이 일어날 경우 뇌출혈 및 뇌부종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수면진정 치료를 시행했다.

B병원은 A씨 가족에게 수면진정 치료의 경우 의식 변화 등 신경학적 진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뇌출혈 상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6일 13:44경 뇌 CT 촬영(2차 촬영)을 시행한 결과, 전두엽의 뇌경막상 출혈은 감소한 것으로 보였으나, 기저수조에는 처음보다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량이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D병원은 5월 7일 4:29경 뇌부종을 완화하기 위해 글리세린(10%, 500ml 1일 1회 정주)과 라식스(20mg/2ml 1일 1회 정주) 등을 지속적으로 투여했으며, 14:08경 중환자실로 옮겼다.

GCS·활력징후·동공 크기 등도 매일 측정했다. 5월 7일 A씨의 활력징후는 혈압 110/44mmHg, 체온 38.6도, 맥박 141회/분, 호흡 16회/분을 보였다. 5월 7일 2:30경 맥박이 150회/분의 빈맥이었지만, 5월 9일 15:50경 48회/분의 서맥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D병원은 고열에 대해 혈액검사·배양검사 등을, 발열에 대해 쿨링패드를 적용했으나, 빈맥과 서맥은 경과를 관찰하는 데 그쳤다.

A씨는 5월 9일 동공 크기가 오른쪽 3mm, 왼쪽 5mm로 좌우 차이를 보였지만 D병원 의료진은 원고들에게 원인·치료방법·예후 등에 관해 설명하지는 않았다.

5월 13일 뇌 CT 촬영(3차 촬영)에서는 이전보다 외상성 뇌출혈이 증가하지 않았으며, 다만 좌측 전두부에 기뇌증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5월 17일 9:01경 A씨의 코에서 끈적한 피 색깔의 삼출물이 나오고, 빈맥(120∼125회/분)·저산소 상태(산소포화도 90∼93%)가 측정되자 이비인후과에서 뇌척수액 누출을 확인하고, 다음 날 이비인후과에서 협진키로 했으나 다른 특별한 추가 치료는 하지 않았다.

5월 17일과 19일에도 GCS·활력징후·동공 크기는 측정했으나 뇌 CT 촬영은 하지 않았고, 가족에게 뇌부종·뇌지주막하출혈 등의 예후·치료방법·치료계획 등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5월 20일 9:01경 동공 크기는 정상이었으나 14:55경 동공 크기가 심하게 확대되고, 저혈압·빈혈 증상 등이 나타났다.

B병원 의료진은 동공 크기가 심하게 확대되자 뇌 CT 촬영(제4차 촬영)을 했다.

촬영 결과, 심각한 뇌부종으로 뇌피질부의 고랑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뇌관류가 되지 않는 등 뇌사 상태로 추정됐다. A씨는 5월 20일 15:25경 뇌부종 증가로 인한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24일 9:00경 장기를 기증하고 사망했다.

A씨 가족은 뇌부종 완화를 위한 약물을 즉시 투약하지 않았고,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으며, 응급 감압 개두술을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5월 7일경부터 뇌부종 완화를 위한 글리세린·라식스 등의 약물을 지속해서 투여한 사실을 들어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5월 7일경부터 19일경까지 망인의 활력징후·동공 크기·GCS 등을 매일 측정한 점, 통상적으로 GCS가 8점 이상인 환자에게는 두개강 내압의 감시가 필요하지 않는 점, 현재 한국의 현실상 임상에서 보존적 치료만을 시행하는 경우 뇌압감시 장치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점, 입원 당시 GCS가 12점으로 보존적 치료가 적합했던 점 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반복적인 뇌 CT 촬영을 뇌기능 상태 관찰을 소홀히 함으로써 조기에 뇌부종 악화를 발견하지 못해 감압 개두술 등을 시행할 시기를 놓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정제 사용은 환자의 신경학적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긴밀한 경과 관찰이 요구된다"면서 "추적 검사에 의하여 두개강 내 변화된 병소를 일찍 발견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조금이라도 향상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뇌 CT 촬영은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맥과 동공 변화는 두개강내압의 급속한 상승으로 뇌탈출 징후를 암시하는데, 서맥과 동공 변화가 감지된 5월 7일경부터 9일경까지 즉시 뇌 CT를 촬영하지 않았다"면서 "5월 13일 실시한 뇌 CT 3차 촬영 결과 뇌 전체의 부종이 심각한 상태였음에도 이와 같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5월 7일경 혹은 5월 13일경 뇌탈출 징후를 감지하고, 즉시 감압 개두술 등을 시행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뇌부종 악화 가능성 및 감압 개두술 등 수술적 치료방법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D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위자료는 망인 A씨에게 2000만원을, 가족 C·D씨에게 각각 1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C씨에게 7927만 5423원(상속금액 6727만 5423원 + 장례비 200만원 + 기왕 치료비 0원 + 위자료 10,000,000원)과 D씨에게 7727만 5423원(상속금액 6727만 5423원 + 위자료 1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병원계는 "반복적인 뇌 CT 촬영을 과잉진료라며 삭감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이 바뀌지 않는한 이와 유사한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평원은 환자의 통증 호소만으로 CT나 MRI 등의 영상검사를 하면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례로 버스 앞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혀 응급실에 실려온 F환자의 경우 처음엔 의식이 있었지만 급속하게 의식이 악화돼 반혼수 상태에서 혈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한 달가량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이 환자는 뇌 CT 9회와 MRI 1회 촬영을 했다. 

심평원은 CT 3회와 MRI 검사를 삭감했다. 수술 직전 및 직후를 비롯해 수술 예후 확인 및 뇌압 상승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CT만 인정한 것. 환자가 의식이 있거나 특이 증상이 없이 호전 중인 상황에서 촬영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삭감했다. 임상 소견이 미비하다는 이유도 달았다.

뇌 MRI 촬영의 경우에도 수술 후 단기 추적관찰로 유용성이 부족하고, 환자가 수술 후 이상소견이 없이 호전을 보였으므로 의학적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삭감 배경을 설명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