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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서남의대 폐과 둘러싼 이전투구 '눈살'

집중취재 서남의대 폐과 둘러싼 이전투구 '눈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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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의대 정원 확보 총력…의대 신설 유치 각축
부실의대 정리 본질 훼손…교육시스템 구축 전기 삼아야

▲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서남대 구재단이 서남의대를 폐과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2018년 입시부터 폐과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변 의과대학들이 서남의대 재학생 및 신입생 정원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의과대학 신설 유치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현재 서남의대 재학생은 294명이고, 2017년 입학정원은 49명이다. 의과대학은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모집정원을 정하기 때문에 서남의대가 폐과되면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은 다른 의과대학으로 편입되고, 이들 의과대학은 정원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또 다른 방안은 새로운 의과대학을 신설하면서 49명의 신입생이 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라북도 남원 주변 의과대학들이 서남의대 재학생과 신입생을 확보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또 전라남도 목포·순천 등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과대학 신설 유치에 힘을 쏟아붇고 있다. 서남의대 폐과가 단순한 일이 아닌 정치권 까지 달려들만큼 복잡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의학계 일부에서는 부실 운영이 몰고온 폐과라는 참사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의과대학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남의대가 폐과 될 것인지, 아니면 의과대학 신설로 귀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기존 의과대학들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남대 구재단, '서남대 정상화 방안' 교육부에 제출

서남의대의 부실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며, 의학교육평가원 인증에서도 서남의대는 '불인증'을 받는 등 '부실의대'의 대명사가 됐다.

서남대는 부실운영을 극복하기 위해 명지의료재단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했으나, 명지의료재단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원할하게 조달하지 못해 삐걱거렸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지난 6월 7일 서남대 구재단이 서남의대 폐과를 주 내용으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폐과'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알렸다.

교육부는 "서남대는 그간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재정기여자 영입 등을 추진했으며, 명지의료재단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명지의료재단이 기한 내에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구재단측이 서남의대를 2018년부터 폐과하고, 재단 소속의 녹십자병원 등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각(약 460억원)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방안을 제출했다"며 "이번 서남대 정상화 방안은 부실대학 폐교의 신호탄으로 대학구조 개혁평가 결과 하위등급에 있는 대학들에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지역 정치권 등 "서남의대 폐과 반대" 목소리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서남대 교수협의회 등은 구재단이 학교 정상화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폐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전라북도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 남원시 등도 '서남의대 폐과 반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건의문을 관계 정부부처에 전달하면서, 서남대 구재단측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발표한 교육부의 행태에 불만을 쏟아냈다.

전북도의회 의원 일동도 '서남의대 폐과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서남대 구재단과 교육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부실 운영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구재단의 손을 들어준 듯한 교육부의 입장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서남대 구재단측의 입장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편든 것에 대한 전북지역 민심을 엿볼 수 있다.

서남의대 인수 나섰던 명지의료재단 어쩌나?

서남대는 구재단의 횡령과 비리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회와 대학본부 등은 2015년 2월 명지의료재단을 재정기여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정상화라는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당시 명지의료재단은 4년 동안 800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고, 재단전입금과 밀린 임금 명목으로 60억원을 미리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수 준비를 했다.

명지의료재단은 6월 8일까지 재정기여자 선정을 포함한 서남대 정상화 방안을 임시이사회에 제출키로 했으나, 자본을 투자하겠다고 적극 나서는 곳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순간 교육부가 서남대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명지의료재단의 자금 동원력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 이에 따라 서남대 임시이사회는 6월 24일까지 새로운 재정기여자를 찾기로 하는 협상대상자 선정 재공모에 들어갔다.

문제는 명지의료재단이 우선협상자 대상에서 제외되면 서남의대 교수 자원이 되기를 기대했던 명지병원 의사들은 교수가 아닌 병원 의사가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른 명지병원 의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대외적으로 사용했던 '서남의대 명지병원' 타이틀은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명지의료재단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지게 됐다.

주변 의대 정원 증원 총력 vs 목포·순천 의대신설 목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지원팀 관계자는 "서남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아 컨설팅 중에 있는 대학임을 감안해 강도 높은 컨설팅을 통해 정상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남대 구재단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과 임시이사회 등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 등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최적의 정상화 방안을 제출한 쪽에 손을 들어줄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의 말로 미뤄보면 뚜렷한 재정기여자가 없으면 서남대 구재단이 제시한 정상화 방안대로 서남의대 폐과가 결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이에 따라 서남의대 재학생과 신입생을 차지하려는 주변 의과대학들은 더 분주해졌다. 전북 남원에서 가까운 의과대학으로는 전북대·원광대·조선대·전남대 등이 있으며, 이들 대학들에 서남의대 재학생과 신입생을 편입시키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반면, 목포와 순천에서는 의대신설 유치를 추진하면서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목포시는 처음에 순천과 의대 신입생 정원을 나눠갖는 쪽으로 의대신설 유치 입장을 보이다가 최근 단독으로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순천시와의 갈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순천시도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의대 단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현 의원은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사활을 건 모습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위해 부실 의과대학 사라져야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의대신설 유치에 뛰어드는 형국이 되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왜 서남의대가 폐과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서남의대 폐과와 관련 "서남의대의 부실교육과 학사비리로 재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으로도 손실을 발생시킨 만큼 서남의대 폐과는 타당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의과대학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목적 아래 인성 교육을 기반으로 해 체계적인 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의료인을 배출해야 함에도, 서남의대는 이같은 의료인 배출에 상당히 무책임했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

의협은 "서남의대 폐과를 단순히 부실 의과대학을 퇴출한 것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기존의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내실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 등의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의과대학 설립은 서남의대와 같은 부실 의과대학을 양산해 올바른 의료체계의 기반이 되는 의료인력 인프라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의과대학의 추가 설립을 위한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법안 등의 발의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회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서남대 구재단이 발표한 정상화 방안을 언론을 통해 보도한 것은 암묵적으로 구재단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만약, 서남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병원 등이 있다면 구재단이 제시한 것 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놓으라는 메시지도 함축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의학회와 의학교육평가원은 오래전부터 서남의대에 대해 우려했었다"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폐과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폐과가 확실시된다면 기존 서남의대 재학생과 신입생은 다른 의과대학으로 편입시키면 잘 해결될 것으로 보이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교육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의과대학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남의대 폐과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교육부에서 서남의대 폐과와 관련해 협의를 하자는 제안은 없었다"며 "폐과가 최종 결정되면 서남의대 정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부와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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