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들, 지금 같은 수가체결 방식으로는 의료환경 변화 없어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보상 및 건보재정 누적흑자가 17조원에 달하는 상황이 맞물리며 8134억원이라는 전례 없는 추가재정분이 투입된 만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요양급여 체결식이 진행됐다.
그러나 적정수가·적정부담 보장에 대한 요구와 불합리한 수가체결 방식에 대한 쓴소리는 여전했다.
2017 요양급여 체결식이 29일 오전 10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열렸다.
이날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향후에는 적정급여 및 적정부담으로 나아갈 것을 강조하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및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문제도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성 이사장은 "유형별 수가협상 도입 후 2번째로 전 유형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의약계가 처한 여러 어려움에 반 발자국씩 서로 양보한 결과라 생각한다"며 "올해로 39주년을 맞은 건보공단은 큰 전환점에 놓여있다. 그동안의 저부담·저급여에서 앞으로는 적정급여·적정부담으로 나아갈 것"이라 말했다.
이어 "현재 60% 초에 머물러 있는 건보 보장률을 2018년까지 최소 68%까지 올리려 한다. 이를 위해 7대 국정과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이 차질없이 수행되길 바란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및 전자건보증 도입 문제도 의약단체와 잘 협의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적정수가를 통한 적정부담을 강조했다. 추 회장은 "28일 열린 건정심에서 몇 년만에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동결됐다"며 "저출산·고령화로 가는 우리 사회와 지속가능하고 보편타당한 보험이 돼야 한다는 건보공단의 방향성,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욕구 충족 및 환자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적정수가가 화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수가를 통한 적정부담은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앞으로도 건보공단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 상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급자들 "불합리한 수가체결 구조 반드시 개선"
이날 공급자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불합리한 수가체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용 병협회장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이 많은 신경을 써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밴딩 폭을 공개하지 않는 등) 수가협상 구조를 그대로 갖고 간다면 아무리 공단에서 생각해준다 한들 의료환경이 변화될지 모르겠다. 유구무언"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필건 한의협회장도 "수가협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급자와 보험자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개선을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공급자와 보험자 모두 노력해 수가협상 시스템이 정말로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찬휘 약사회장은 2년 연속 가장 높은 수가 인상률을 얻어냈음에도 약국수가 비중은 나날이 하락한다는 점을 불만으로 들었다. 조 회장은 "약국수가 비중은 2010년 9.6%에서 2014년 8.2%로 떨어졌다. 올해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3.5%란 수가 인상률만 보면 회원들에게 욕을 먹지 않지만 (약국수가 비중을) 아는 회원은 쓴소리를 한다. 내년도 수가협상 때는 약국수가 비중을 높일 논리와 근거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7 수가인상률은 의원 3.1%, 병원 1.9%, 치과 2.4%, 약국 3.5%, 한방 3.0%로 결정됐다. 추가재정분 투입액은 8134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