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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의료인 인식부터 바꿔야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의료인 인식부터 바꿔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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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체계·수용력·재정 등 미흡... 연속성 확보·지역별 균형 배분 필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27일 국제심포지엄...하위법령 충분히 논의해야

▲ 바람직한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 정착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펼치고 있는 발표자들. 왼쪽부터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과장·통역을 맡은 김수정 가톨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과)·패트리샤 A.봄바 뉴욕 MOLST 시행 및 eMOLST 프로그램 책임자·좌장을 맡은 고윤석 울산의대 교수(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의협신문 송성철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이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국민과 일선 의료인의 인식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원장 이윤성·서울의대 교수)은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2층 대강당에서 '바람직한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 정착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현장에서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가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모색했다.
 
노유자 전 성바오로병원장은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 시행 전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2017년 8월 4일 호스피스와 관련한 내용이,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와 관련한 내용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전달체계 측면이나 수용력·재정적인 면에서 매우 미흡하다"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을 충분히 확보해 환자와 가족들이 연속적인 돌봄을 받아 법률안 시행 철학과 목적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의 지역별 균형 배분을 통해 지역 이용자들이 소외받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손꼽았다.

"이 법률은 말기 환자들이 인간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살다가 평안하고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관련 단체와 학계·시민·종교계·정치권 등이 함께 노력해 마련됐다"고 언급한 노 전 병원장은 "특정 집단이나 전문분야·정책 입안자들이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편파적인 시도를 내려놓고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학회·언론인 등 38명을 대상으로 법률 시행 전에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사항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소개한 노 전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독립시설 중심의 선진국과 달리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병동 중심의 호스피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통합체계 모델을 개발해 시범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 전 병원장은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히기 위해 법률 시행 전 의료인·정책입안자·법조인·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법률 시행 준비과정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법률의 목적을 정확히 구현할 수 있도록 실행가능한 하위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패트리샤 A.봄바 뉴욕 MOLST 시행 및 eMOLST 프로그램 책임자는 "연명의료계획서(POLST)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 상의해 작성한 의학적 계획을 담고 있는 문서"라며 "기대여명이 1년 이내인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2008년 보건부의 승인을 받아 현재 뉴욕주 절반 이상의 장기요양시설이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봄바 씨는 "미국  오리건 주를 비롯한 상당수 주에서는 eMOLST(전자서식)을 이용해 등록해 둠으로써 의료기관과 응급의료 종사자들이 진에게 연명의료계획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리카 봄바 씨는 "연명의료계획서는 삶의 마지막 시기에 원치 않는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데 있다"며 "고비용 치료비가 줄어드는 것은 부차적인 이득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과장·수잔 B.솜머스 세계노인학대방지네트워크 대표·크리스찬 커티스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 인권담당관 등 국내외 전문가가 참석, 바람직한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 실행안에 관해 조언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인한 말기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의 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임종과정 판단 기준과 절차 ▲연명의료 중단등 결정의 절차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및 등록 ▲호스피스 대상 말기질환 판단 기준과 절차 ▲호스피스 신청 및 이용 등에 관해 실현 가능한 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장은 "누구나 언젠가는 막닥뜨릴 수 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 터 놓고 얘기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현장에서 무리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쟁점을 더 공론화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 국제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지난 2월 4일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제도화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암 환자에게 제공해 온 호스피스 서비스를 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만성 간경화 환자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했다.

호스피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근거 법령을 마련, 국민 모두가 인간적인 품위를 지키며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시행 준비를 위해 유예기간을 뒀다. 호스피스에 관한 내용은 2017년 8월 4일부터, 연명의료에 관한 내용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한편,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박상은·샘병원장) 지난 5월 12일 제1차 본회의를 연 자리에서 생명존중을 위한 선언문 채택을 의결했다.

생명존중을 위한 선언문

생명은 소중하다. 우리는 생명을 무엇보다 더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인간은 생명이 있음으로써 행복을 비롯하여 여러 가치들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부족, 지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 등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생명 존중을 위한 핵심적 가치들을 구현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사회를 좀 더 평화롭고 조화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1. 생명의 책임성
생명은 우리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이 소중한 선물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2. 생명의 평등성
인간의 생명은 평등하다. 개개인의 다름은 생명 간의 우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회 경제적, 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3. 생명의 안전성
평화로운 삶은 인간의 생명이 안전할 때 가능하다. 안전한 삶을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4. 생명의 관계성
인간의 생명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은 서로 돕고 격려하며 배려하고 나누는 삶 속에서 더욱 성장하고 풍성해진다.
 


실천 방안


개인,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는 생명존중을 위한 핵심가치들을 구현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음 사항들을 실천한다.

-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좋은 생활습관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삶을 존중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

- 우리는 가정에서 서로에게 모범을 보이는 말과 행동으로 생명 존중을 실천해야 한다.

- 우리는 학교에서 인간의 생명이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실천해야 한다.

- 우리는 직장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아야 하며, 더불어 삶을 통해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

-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위협하는 사회 환경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

2016년 5월 12일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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