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21:53 (금)
'환자경험'도 의료질평가로? "일단은 아냐"

'환자경험'도 의료질평가로? "일단은 아냐"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6.27 12:2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질평가와 연계는 고려 중, 일방적 추진은 없을 것
환자경험, 서비스 '빈도'로 평가해 객관성 담보할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향후 의료질평가에 환자경험 지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심평원은 "현재로서는 검토 중일 뿐이다. 의료계가 부담스러워하는 걸 아는 만큼 당장 연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평원은 올해부터 시행할 환자경험 평가를 위해 입원 환자 중 일부를 선정해 퇴원 후 최장 8주 이내에 전화조사를 할 계획이다.

조사 문항으로는 '의료진의 설명은 충분했으며 친절했는지', '치료과정 중 얼마나 배려 받았는지', '병원 시설이나 환경은 어땠는지' 등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관적 경험을 어떻게 객관화해 평가할 것이냐를 두고 의료계 반발은 거세다. 결과와 의료질평가간 연계를 계획하는 심평원에도 불만이다.

이에 심평원이 불 끄기에 나섰다. 환자경험 평가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평가지표로 자리잡은, 의료 선진화를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트렌드라며 의료계 이해를 구한 것이다.

평가문항을 만족도 평가가 아닌 '빈도'를 묻는 문항으로 구성해 최대한 객관화하겠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의료질평가와의 연계도 "현재로서는 검토 중일 뿐 일방적인 추진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영국에선 환자경험 평가로 의료기관 보상
서소영 심평원 평가1부 부장은 22일 '환자경험과 서비스 디자인'을 주제로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에서 '환자경험의 평가: 해외 동향과 국내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 부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에서는 환자경험이 질향상을 위한 주요 지표로 자리잡았다"며 "미국의학연구원(IOM)의 질향상 및 환자영역, WHO의 헬스케어 시스템 3대 목표, OECD국가간 보건의료체계 성과를 비교하는 OECD-HCQI에도 환자 중심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IOM에는 환자중심성을 '환자 개인의 선호와 필요, 가치를 존중하고 이에 반응하는 진료를 제공하며, 모든 임상적 의사결정에 환자의 가치반영을 보장하는 것'이라 정의한다"며 "이제는 보건의료체계 성과의 핵심에 환자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 미국에서 실시하는 환자중심 평가 지표.

서 부장은 "미국에서 실시하는 환자중심 평가인 HCAHPS 지표에는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병원 직원들의 응대, 통증관리, 복약관련 의사소통 등이 있으며, 영국 NHS의 평가지표에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 및 설명의 충분도, 수술과 퇴원 시 주의사항 및 투약 설명, 치료과정 중 환자에 대한 지지와 정보 제공, 응급실 이용 시 개인정보 및 사생활 존중 등이 지표로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NHS는 1997년 의료서비스 질향상을 위해 정부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환자경험을 측정해왔다. 일반의의 경우 조사 결과를 인센티브로 연결하기도 한다"며 평가결과와 보상간 당위성을 밝혔다. 

서 부장은 외국의 지표를 토대로 ▲간호사 서비스 ▲의사서비스 ▲투약·검사·처치에 대한 설명 ▲통증 조절 ▲치료과정 중 참여 및 배려 ▲퇴원 후 설명 ▲병원 환경 ▲공평한 대우 및 권리보장 ▲만족도와 추천 여부의 9개 항목을 평가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전화 조사를 실시해 평가영역 및 기관단위로 환자경험 수준을 산출할 것이다. 평가영역별 공개 및 종합점수화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을 거쳐 적합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며, 의료 소비자 관점에서 다각적 활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5월 평가도구 보완 및 개선, 결과 산출 등에 대한 검토 및 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친 심평원은 올해 4/4분기에는 환자경험 평가방법론 보완 및 평가계획을 수립해 보고할 계획이다.

만족도 아닌 '빈도'로 측정해 객관성 확보할 것
그러나 개인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은 여전하다.

이날 서 부장은 "주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며 "환자만족도가 개인의 선호와 기대, 제공받은 의료서비스의 요소 등 의료이용 시 일어난 일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인 반면 환자경험은 의료 이용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족도보다 덜 주관적이며, 개인의 기대수준과 응답경향에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 밝혔다.

또 "환자만족도 평가는 명확한 개선점을 제공하지 못하지만,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서비스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환자경험은 과정 및 보고 차원인 반면, 만족도는 결과 및 점수값의 차이라는 것이다.

▲ 환자경험과 환자만족도간 비교.

이어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환자경험은 '빈도'를 기준으로 평가할 계획"이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만족도평가의 경우 '만족' '보통' '불만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환자경험 평가는 '많이 그랬다' '보통' '가끔 그랬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빈도를 기준으로 하겠다는 것.

서 부장은 "어떤 서비스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만족으로 평가하게 된다. 반면 빈도는 '그렇다'와 '아니다'를 평가하니 보다 객관적인 산출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의료질평가의 연계? 평가 안정화가 우선, 두고볼 것
객관성만이 문제는 아니다. 의료계는 단지 '선진국에서 시행한다'는 이유로 심평원이 도입을 강행, 이를 무기로 의료기관 평가의 잣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에도 불만이 크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경험 평가가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면 국내 도입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가 및 등급화를 의료기관별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심평원은 의료기관간 평가 및 등급화가 주목적"이라 지적하며 "외국과 우리나라간 의료환경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하려고만 한다. 구체적인 의료질향상 및 후속조치 계획없이 평가만을 시행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외국과 우리나라의 지불제도가 다른데도 심평원은 일방적으로 환자경험 평가를 적용하려고 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심평원은 일방적인 추진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난에 서소영 부장은 "외국과 지불제도가 다르다 해도 경험하는 의료서비스가 다르진 않다"며 "다만 평가대상은 의료계이므로 가능한 많은 의견을 들으려 애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환자경험이 좋아지면 그만큼 의료수용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좋아져 오진도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외국에는 이미 많이 나와있다"며 "때문에 환자경험 평가가 안정된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보상으로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환자경험을 의료질평가에 연계할 것이란 계획에는 "2017년도에 결과 발표가 나면 연계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바로 연계하진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의료계와의 계속적인 검토와 소통을 통한 평가의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