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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수술 후 사망...환자 가족 소송했지만

신경외과 수술 후 사망...환자 가족 소송했지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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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의사 지식경험 따라 진료방법 선택할 상당한 재량권 있어"
서울고등법원, 1심과 같은 결론 항소 기각..."설명의무 이행" 판단

▲ 서울고등법원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신경외과 수술 후 사망한 A씨의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2014나2014786)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면서 수술 방법의 선택과 수술 지연을 비롯해 설명의무 위반을 들어 배상을 요구한 환자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3년 3월 3일 19:19경 좌측 위약감·의식 저하 등의 증상으로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A씨는 2001년 5월 뇌내출혈·우측 기저핵출혈·뇌실질내출혈로 C대학병원에서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으며, 2001년 6월 간접혈관문합술을, 7월 변연절제술을, 8월 두개골절제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는 환자였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19:44경 뇌CT를 통해 우측 기저핵에 약 4.8cm×3cm 크기의 우측 기저핵출혈 및 뇌실내출혈을 확인, 뇌출혈로 인한 뇌압상승 억제와 경련 예방을 위한 이뇨제와 항경련제를 정맥투여했다. 20:21경 보호자 측에 A씨의 상태와 수술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21:06경 수술 준비를 시작했으나 의식이 저하되자 22:20경 기도삽관을 시행했다. 23:00경 혈종흡입술 및 뇌실외배액관 삽입술을 실시했으며, 3월 4일 00:10경 중환자실에 입실했다.

00:46경 뇌CT에서 우측 기저핵과 뇌실내 출혈량이 감소하지 않아 뇌가 좌측으로 밀리는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18:30경 환자 상태와 개두술 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20:05경 개두감압술 및 혈종제거술을 실시했다.

3월 5일 저체온증이, 3월 7일 중추신경계 감염이 발생하자 감염내과에 협진을 의뢰, 항생제를 반코마이신으로 변경해 투여했다. 하지만 A씨는 3월 13일 00:05경 모야모야병을 중간선행사인으로, 뇌출혈을 직접사인으로 사망했다.

A씨 가족은 B대학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미 뇌내출혈로 뇌실질이 밀리는 상황이었음에도 혈종흡입술 및 뇌실외 배액관 삽입술을 4시간 지연했고,  혈종흡입술을 하면서 개두감압술을 시행하지 않아 망인의 상태가 악화되도록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두감압술을 20시간 이상 지연시켰다는 점도 따졌다.

재판부는 혈종흡입술 및 뇌실외 배액관 삽입술 지연 여부와 관련, 당시 다른 응급환자들의 수술로 A씨에 대한 수술을 즉시 시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일 뿐 의료진이 상태를 잘못 파악해 수술을 서두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더라도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전원에 소요되는 시간과 수술 준비 시간을 감안하면 B대학병원보다 다른 병원에서의 수술이 반드시 빨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 진료기록 감정의들이 초응급수술이 필요하다거나 곧바로 전원을 고려할 정도는 아니며 수술 시행이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낸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의들이 공통적으로 망인의 사망원인은 모야모야병에 의한 재출혈과 뇌압 상승으로 수술이 즉시 시행됐더라도 재출혈을 방지하거나 경과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밝힌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혈종흡입술 당시 개두감압술이 필요했는지와 지연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면서 ▲많은 문헌에서 자발성 뇌실내출혈에 대해 혈종제거술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점 ▲모야모야병 과거력으로 개두술을 시행할 경우 두피에 2차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와 함께 뇌출혈 부위·출혈량·의식 상태 등에 비추어 최소침습방법으로 혈종흡입술 및 뇌실외 배액관 삽입술을 선택한 것은 의학적으로 적절했다는 소견을 밝힌 점 ▲1차 수술 후 출혈량 증가는 수술의 잘못으로 인한 뇌출혈 악화라기 보다 모야모야병에 의한 재출혈이므로 조기에 개두감압술을 시행했어도 재출혈을 예방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개두감압술을 했어도 뇌손상 부위가 넓어 상태를 변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옹급으로 개두감압술을 곧바로 시행했어야 한다거나 개두감압술 지연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과 관찰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는 A씨 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실이 있다거나 경과관찰상의 잘못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감염관리상 과실에 대해서는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거나 의료진에게 감염관리상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가족은 "내원할 당시 의식상태가 명료했고, 판단능력이 완전한 상태였음에도 환자가 아닌 가족에게 형식적으로 혈종흡입술에 대한 수술동의서만 받았다"면서 "개두감압술과 전원에 관한 설명의무도 위반해 사망한 만큼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3월 3일 19:24경 작성한 간호기록지와 22:09경 작성한 입원초진기록에는 망인의 의식상태가 'M/S:alert(명료함)'이라고 기재돼 있기는 하나 응급실기록에는 3월 3일 18:25경부터 의식변화를 주호소 증상으로 좌측 허약감 동반하여 의식이 없어 본원 응급실 내원, 신경학적 의식소실(+), 의식상태:기면'이라고 기재돼 있고, 신경학적 검사결과에서 '눈뜨기 3점(반드시 명령에 따르지 않음), 운동반응 6점(간단한 명령예 따름), 구두반응 4점(대화를 나누나 착란상태)'이라고 기재돼 있어 지남력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간호기록지와 입원초진기록지보다 객관적 검사결과에 따른 응급실 기록이 의식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의식상태로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합병증 등을 이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망인을 대신해 딸에게 수술 내용을 설명하고 수술동의서를 받았으므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전원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즉각적인 전원이 필요하다거나 의료진의 수술 지연을 전원 필요성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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