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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요양급여내역 수사기관 제공 위헌일까?

공단 요양급여내역 수사기관 제공 위헌일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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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공개변론
"수사의 신속성·효율성" VS "과잉금지 원칙 위배"

▲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잡고 있는 헌법재판소 정문.ⓒ의협신문 김선경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주소와 전화번호 등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요청해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현행법은 헌법을 위반한 것일까?

헌법재판소는 16일 대심판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 등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2014헌마368(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제공 요청 및 제공 행위 등 위헌확인) 사건을 놓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사건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위원장 및 수석부위원장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코레일 한국철도공사를 민영화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막겠다며 2013년 12월 9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파업을 벌인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들은 코레일 한국철도공사의 여객·화물 수송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 상고, 심리 중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수사기관은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라고 공공기관에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 등을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청구인들의 요양급여 관련 정보의 제공을 요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은 정보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다면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에 근거해 청구인들의 요양급여 관련 정보를 용산경찰서장에게 제공했다.

청구인측을 대변한 이호중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용산경찰서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구해 수집한 행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큰 요양급여내역 정보라는 민감정보의 수집·이용에 해당하므로 법률에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함에도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해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요양급여내역 정보는 피의자의 혐의사실을 입증하는데 직접적으로 증거가 되는 정보가 아니고, 피의자의 당시의 소재 추적에 꼭 필요한 정보라고 볼 수도 없다. 요양급여내역 중에는 병명과 진료내역을 알 수 있는 정보도 제공했으므로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정보 수집의 목적이나 요건을 지극히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범명확성원칙 및 영장주의를 위배했다"면서 "경찰의 무제한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사실조회 행위 및 정보제공 행위는 국가와 공공기관 간의 내부적 행위로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변화가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면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 공공기관의 정보 제공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으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또한 "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저해한다"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중 최근 이용한 일시·장소 등에 국한해 정보제공요청을 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실조회 행위는 단순한 조회에 불과하고, 임의수사에 해당하므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주성 경남대 교수(법학과)는 "사실조회 행위는 임의수사에 해당해 공권력 행사성이 없다"면서 "사실조회 조항 및 정보제공 조항은 수사관서 장의 공무소 조회와 이에 따른 해당기관의 개인정보 제공이 있어야 비로소 개인정보와 관련된 이용자의 기본권제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강제처분에 대한 통제장치인 영장제도를 임의수사인 공무소 조회의 영역에까지 확대해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자칫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하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청구인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던 점 ▲수사기관은 청구인들의 소재 파악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중 최근 이용한 일시·장소 등에 한해 정보제공 요청을 한 점 ▲공단도 요양급여 내역 중 청구인들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에 한해 정보를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수사기관의 정보제공요청에 따른 회신자료는 수사와 공소제기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정해 제도적 한계가 마련돼 있다"면서 "수사기관이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것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므로 수사기관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수사의 주체를 검사로 한정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한 뒤 "사실조회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보제공 행위는 청구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제공되는 것이어서 청구인들의 법적지위가 불리하게 변화됐으므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유 교수는 "수사기관과 공공기관 간 개인정보 조회와 제공에 있어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강화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대체적 통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수사협조를 위한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 제공 지침'을 통해 법원이 압수 또는 제출을 명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하는 경우에 진료기록 사본을 제출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공문 형태의 수사협조 요청을 할 때는 따를 의무는 없다"고 밝힌 보건복지부는 "형사소송법 제218조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의료법 제21조 제2항 제6호)는 진료기록 사본 제공에 따른 공사익의 이익형량을 의료인 스스로 판단해 공익을 위해 임의로 진료기록 사본을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환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검토해 그러한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해 진료기록 사본 제공 여부를 의료인의 판단에 맡겼다.

하지만 "입퇴원 및 외래내원 여부 같은 환자의 행적·연락처 등 긴급하게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외에 진료과목·처치 내용 등 질병 치료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내역은 일반적으로 민감한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므로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 사본을 임의로 제출하면 당사자가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소 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기관을 지도·감독하고 있는 보건소 의료지도원이 요청한 진료기록등의 자료는 의료법 제61조(보고와 엄무검사 등)에 근거해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영장없이 수사기관에 요양급여내역을 제공하는 것은 위헌일까? 헌법재판소는 공단의 자료 제공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2014헌마368(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제공 요청 및 제공 행위 등 위헌확인) 사건을 놓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3월 10일 인터넷 포털업체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겼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영장도 없이 개인정보를 함부로 경찰에 넘겼다며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2다105482)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에서는 원고패소로 결론을 냈지만 2심은 "개인정보는 영장에 의해 제공하는 게 원칙"이라며 "네이버가 보유한 A씨의 개인정보는 영장주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다"고 위자료 50만원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에 해당하는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의 서면요청만으로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수사상 신속과 다른 범죄의 예방을 위해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격 등에 따라 통신자료에 대해 법원의 허가나 영장 없이 수사기관이 서면요청 하면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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