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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수술 후유증, 의료진 1심 패소 뒤집힌 이유?
뇌동맥류 수술 후유증, 의료진 1심 패소 뒤집힌 이유?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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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주의의무 다한 의료진에 책임 물을 이유없어"
설명의무 제대로 이행...1억여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각

▲ 서울고등법원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A환자와 가족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1억 1000만원 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4나36865)에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와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모든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토록 했다.

A씨는 2010년 2월 9일 심한 두통을 이유로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병원에 입원, 전방교통동맥에 작은 동맥류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2월 10일 13:15부터 19:30까지 뇌동맥류결찰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수술 당시 혈관이 육안으로 확보되지 않았으므로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B대학병원 의료진의 말에 따라 20:50부터 23:30까지 전방교통동맥 클립 재위치 수술(2차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 후 의식이 기면상태로 저하되고, 기억장애·인지력 저하·배뇨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

2월 11일 CT 촬영 결과, 좌측 전방교통동맥 영역 일부가 경색된 것으로 보이며, 출혈성 변화가 관찰됐다. 2월 18일에는 좌측 중앙 전두엽의 급성 경색이 증가됐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3월 9일 중앙 수술 후 영상검사 상 수술부위 원위부 혈관의 혈류장애가 관찰되자 응급 재수술을 진행했다.

A씨는 약물투여·인지력 및 재활치료·간헐적 인공배뇨 등의 치료를 받았으며 별다른 증세 호전 없이 7월 20일 퇴원했다. 현재 A씨는 영구 기억장애·감정조절장애를 보이고 있으며, 노동능력상실률은 26% 정도로 파악됐다.

A씨와 가족은 1차 수술 과정에서 클립에 의한 전방교통동맥 외에 좌측 A2 혈관까지 잘못 결찰해 혈류를 차단한 과실과 함께 A2 혈관을 직접 결찰한 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뇌견인을 풀어주면서 클립에 의한 뇌혈관 압박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함에도 주의를 게을리해 혈류를 차단한 과실이 있다며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들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2가합224)에서는 1차 수술시 클립을 이용해 동맥류를 결찰하는 과정에서 동맥류 외에 다른 혈관을 함께 결찰하거나 압박하지 않는지 주의·확인하지 않은 잘못으로 뇌경색이 발생했다며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1차 수술 이전에 소량의 지주막하출혈로 인해 심한 유착이 발견됐으며, 절개가 매우 어려움 점, 지체없이 2차 수술을 시행한 점을 인정해 책임비율을 60%로 제한, 8617만원의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1차 수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클립에 의해 좌측 A2 혈관까지 잘못 결찰했다거나, 클립에 의해 A2 혈관을 압박하고 혈류를 차단시켰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 전반교통동맥 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할 때 좌우측 A2혈관을 박리해 노출시키고 결찰하는데 조직의 유착이 심한 경우 동맥류와 A2혈관이 뭉쳐 있어 박리하는 과정에서 동맥류나 뇌혈관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어 완전한 박리가 어렵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1차 수술 당시 클립 결찰 후 주위의 유착 조직을 절제했는 데 결찰된 동맥류 주위에 약간의 출혈이 발견되자 클립을 재위치시키기도 했다며 수술을 중단하거나 전두엽 절제술을 실시해야 할 정도로 뇌이완이 부족해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 없고, 의료진이 결찰해야 할 부위가 아닌 A2 혈관을 결찰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차 수술 기록지 기재는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뇌동맥류를 결찰하기 위한 클립이 좌측 A2 동맥 주변의 두꺼워진 지주막을 잘못 결찰한 것을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차 수술 당시 클립의 끝에서 좌측 A2 혈관이 협착되어 보이는 것으로 관찰됐고, 또한 좌측 A2 혈관 주위의 두꺼워진 지주막이 그 부분의 심한 유착으로 결찰된 동맥류 쪽으로 당겨진 것도 관찰됐다며 혈관 협착이 클립에 의한 것인지 유착된 조직이 밀려 혈관을 압박했기 때문인지 불분명하고, 시야 확보를 위한 뇌의 견인을 제거했을 때 심한 유착으로 A2혈관 주변 조직이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동맥류 쪽으로 당겨지는 것을 사전에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차 수술 당시 의료진이 유발전위검사를 위한 전기생리학적 감시 장치를 이용해 뇌혈류를 관찰하면서 수술을 시행했으며, 종료될 때까지 혈류 이상이 관찰되지 않은 점에 주목,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이 수술 직후 3차원 입체 혈관 조영술을 실시, 좌측 A2 혈관의 근위부가 잘 관류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곧바로 지체없이 2차 수술을 시행했으므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1차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 내용 및 뇌경색을 포함해 발생 가능한 부작용·합병증 등 자기결정권 행사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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