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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대 의료기기' 사용한 한의사 자격정지

법원, '현대 의료기기' 사용한 한의사 자격정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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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회장 시연한 '골밀도 측정기' 방식만 다를뿐 기능 유사
한의약 육성법 바꿨더라도 현대의료기기 쓰면 면허 외 의료행위

▲ 지난 1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현대 의료장비인 '골밀도 측정기'를 시연하고 있다.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한의사가 법원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골밀도 측정기(X-선 방식)'는 지난 1월 12일 대한한의사협회장이 공개된 장소에서 시연해 물의를 빚은 '골밀도 측정기(초음파 방식)'와 기능이 유사한 장비로 단지 작동 방식과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규제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는 최근 X-선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A한의사가 제기한 면허 자격정지 취소 소송(2016구합55287)에서 한의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A한의사는 2005년 5월 23일부터 2007년 4월 23일까지 38명의 환자를 상대로 1038번에 걸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X-선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 성장판 검사를 했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2009년 3월 17일 한의사면허로 허가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27조 제1항을 적용,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2008고정613호)을 선고했다.

A한의사는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광주지방법원은 2009년 7월 1일 항소를 기각(2009노657)했으며, 다시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11년 5월 26일 상고를 기각(2009도6980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5년 5월 4일 "A한의사의 행위는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한의사면허 자격을 2개월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A한의사는 이 기기의 최대 동작부하의 총량이 10mA/분 이하로 신체에 거의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측정 결과를 판독하는 데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학의 진단방법인 망진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한의대 교육 과정에서 방사선학 등의 강의와 실습이 의대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항변했다.

한의약 육성법 조항이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를 말한다'에서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로 변경된 점을 내세워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격정지 처분이 2008년 10월 17일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사전통지를 한 후 6년 8개월 이상이 지났고,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3년 11개월이 지나 이루어진 데 대해 실권의 법리에 따라 처분권이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변호사법·공인회계사법·공인노무사법·변리사법·세무사법 등에서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시효 제도를 두고 있는 점을 들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했으며, 행복추구권·평등권·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발간한 한국한의표준의료행위분류의 방사선검사 항목 중 방사선을 이용해 영유아의 전신 골격의 구조적·기능적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으므로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오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와 함께 기기 사용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의사협회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잘못도 상당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검토·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점도 내세웠다.

서울중앙지법은 의료법에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함께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해부학적으로 뼈의 성장판 상태를 확인해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어서 한의학적 진단 방법이 사용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나뉘어 있는 의료체계의 이원성과 의료법상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관한 규정인 구 의료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의료기관'에는 한방병원이나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한 점 ▲구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2007년 11월 16일 보건복지부령 제42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 '별표 9'에는 안전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하는 의료기관에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 ▲최대 동작부하 총량이 10mA/분 이하에 해당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 하더라도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 등 안전관리책임자 선임 의무 등이 부과돼 있는 의료기관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한의사가 한의원에서 진단용 발생장치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9도6980)고 판결했다.

한의약 육성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법률 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한의사는 2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총 1038회나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그 비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행위에 대해 형사적 처벌뿐 아니라 행정적 제재도 내려질 수 있음을 예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보인다"면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명확치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일축한 재판부는 "한국한의표준의료행위분류 항목에 검사 내용을 적시하고 있더라도 사단법인이 발간한 내용을 만연히 믿어 타당성에 대해 권한있는 기관에 질의를 하는 등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한의사도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오인한 것이라면 그 오인은 원고의 잘못이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의협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적 법인인 한의협이 발간한 책의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까지 관리·감독을 할 책임이나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검토·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앞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향후의 의료 질서를 어떻게 형성하는 것이 국리민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의 결과일 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한 기존의 방침에 대한 반성적 고려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려으므로, 그러한 계획이 있다는 것만으로 현재로부터 약 10년 전에 있었던 이 사건 행위가 의료법상 허용되는 행위로 된다거나 제재의 필요성이 축소·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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