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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미용 보톡스하면 안되는 열가지 이유"

"치과의사가 미용 보톡스하면 안되는 열가지 이유"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6.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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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범위 다르고 교육수련정도 현격히 차이나
추무진 회장 "치과의사 보톡스는 무면허 행위"

▲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왼쪽)이 15일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관련 기자회견'에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한다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신문 김선경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이 적법한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는 현행법상 의사 면허범위, 교육수련 정도, 요구되는 의학수준 등을 감안할 때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므로, 특정 면허 없이 해선 안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며 "각 면허 범위가 엄격히 분리돼 있어 자신의 영역이 아니면 함부로 판단하거나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추 회장은 "상식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마·눈가 등 사람의 안면은 신체 어느 부분 보다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경험 많은 안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시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치과와 안면은 교육·수련·임상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분야이고 다른 면허 범위이다. 대법원이 치과의사 미용 보톡스 시술 행위는 의료법상 허가된 면허범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판시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한 김진국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의무이사도 "안면부가 치과 영역이라면 안면부 골절도 치과의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인데, 응급실에서 치과의사가 코뼈 골절을 치료하겠다면 환자나 보호자 어느 누가 이해하겠나"라며 "시험 문제에 나오고 교과서에 언급됐다고 해서 자신의 진료영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치료효과와 부작용, 신체 전체와의 관계 등을 배우는 것이 진료영역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광석 대한성형외과학회 고시이사는 "상식적인 문제가 대법원까지 올라와 공개변론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이런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은 치과의사들의 만성적인 불법행위가 계속 자행돼 오다 보니 여기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문제는 편의성이 아닌 국민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 김방순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대해 '잘 할수 있다'는 것과 '전문영역'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의협신문 김선경
김방순 대한피부과의사회장 역시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각 의료인의 면허영역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의료인 면허제도를 만든 이유는 국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회장은 "보톡스 시술이 안전하고 자기들도 배우고 있으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상당히 위험하다. 피부과의사가 레이저치료에 대해 전문가라고 해서 레이저 치아미백술을 하겠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잘 할 수 있다'는 것과 '전문 영역'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5월 19일 진행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당시 치과의사인 피고인 측이 현재 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및 현실과 맞지 않은 상당히 왜곡된 진술을 해 대법관과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았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미국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안면 전체가 치과의사의 업무범위에 속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반 치과의사(dentist)의 업무범위가 구강악안면외과의사와 같지 않다. 즉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안면부위를 진료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거나 의학분야에 최소한 1년 이상의 교육과 수련을 거치면서 안면진료에 대한 평균적인 안전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지 단순히 치과의사이기 때문은 아니다.

□ 치과의사면허만으로 구강악안면부위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처럼 일반 치과의사가 구강악안면부위에 대한 진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독일·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 미국의 하버드대학·컬럼비아대학·메이요클리닉을 비롯한 유수한 기관에서는 의사면허를 반드시 요구하는 이중면허(복수면서) 제도가 확립돼 있다.

□ 저명한 구강악안면외과의사인 Varaztad H. Kazanjian는 치과의사다?

Varaztad H. Kazanjian는 치과의사로서 전쟁에 참여했으나 전쟁 후 하버드 메디컬스쿨을 거쳐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이자 치과의사의 이중면허소지자로 하버드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단순히 치과의사인 것처럼 소개한 것은 사실 왜곡이다.

▲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이 구강악안면외과의사인 Varaztad H. Kazanjian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 전쟁터에서 안면 부상환자를 치료하면서 구강악안면외과가 발전했다?

외국의 경우 전쟁에 자원했던 치과의사들이 의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면서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의 융합을 전제로 구강악안면외과가 정착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와 같은 역사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우리나라 구강악안면외과 진료는 초창기에 치아나 치주조직의 질환이 주종을 이루었으며, 대한치과의사협회가 1949년경 치과를 구강과로 개칭하려고 노력하였듯이 치과는 출발부터 안면에 대한 진료와는 거리가 멀다.

□ 우리나라에서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하는 치과의사들이 의학 분야 수련을 충실히 받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치과의사들은 의학분야 수련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극소수 대학에서 교류가 있으나 수련이 아닌 단순 참관만을 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마취통증의학과 2주, 응급의학과 4주 정도에 불과하다. 응급의학과는 치과 측의 인력 수급 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참관마저 하지 않고 있으며, 참관 시 배우는 내용 또한 응급시 기도 관리와 마취약물의 특성 등 의과대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의 일부에 한정된다.

□ 대법원 공개변론 당시 대법관이 "참고인의 진술과는 달리 기존의 교과서에는 그와 같은 내용이 없다가, 2013년 이후의 구강악안면외과학 교과서에 뒤늦게 내용이 기재된 이유"를 묻자 치과의사 측 참고인은 "2013년도에 기술된 것은 맞지만 교과서는 보수적이어서 늦게 실리게 되고, 구강악안면외과학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이라는 과목이 있고, 그 교과서는 자신이 학부 때인 몇 십년 전에도 배웠으며 그 교과서에는 미용과 재건술식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진술했는데.

'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 교과서는 제1판이 2004년도, 제2판이 2009년도, 제3판이 2016년도에 각각 출판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몇 십년 전에는 '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교과서는 제1판도 발간되기 전이었다.

▲ ⓒ의협신문 김선경
□ 안면성형, 안면재건, 쌍꺼풀 수술 등이 치과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해야 하고, 보톡스 시술 치과의사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응급실 환자를 진료하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들이 더 이상 진료를 못하게 돼 응급실 진료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다?

치과의사가 쌍꺼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납득할만한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구조와 기능은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안면성형과 재건은 허락해달라면서 그 구조물이 담당하는 후각·시각 등 기능은 치과의사의 임무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인체 기관의 구조와 기능의 불가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우리나라 응급실은 대도시이든 지방의 작은 시골이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의사들이 지키고 있으며, 치과는 치과응급실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인데도, 마치 응급의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처럼 강변한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2014년 1월 최고사법기관인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치과의사가 얼굴의 주름살을 제거한 사건에서 "치과의사는 치아, 입, 턱 부위를 치료할 권한이 있을 뿐, 주름살 제거를 위해서는 그 방법이 무엇이든 의사면허가 필요하다. 따라서 얼굴 주름 치료는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의정연은 위 내용이 담긴 '치과의사가 미간, 이마 등에 대한 미용 보톡스 시술을 하면 안되는 열가지 이유'란 제목의 책자를 발간하고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www.kma.org)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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