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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피스'와 '로직스' 나눈 이유 알고보니?

삼성'에피스'와 '로직스' 나눈 이유 알고보니?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6.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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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삼성바이오에피스 메디칼팀 상무(종양내과전문의)

김철 삼성바이오에피스 메디칼팀 상무
유럽류마티스학회에서 발표된 국산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 'SB5'의 처방 주기표가 지하철 노선도 마냥 이리저리 가지를 쳤다. 가지가 나뉘는 길목은 3개의 국산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네이터 치료제가 교체처방되는 순간이다. 두 줄기가 만나는 곳에서 지하철을 갈아탈 수 있듯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구간구간 오리지네이터와 혹은 다시 바이오시밀러로 교체처방됐다.

바이오시밀러로 처방했다 오리지네이터로 갈아타고 다시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하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실제 임상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교체처방 경우의 수를 재현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교체처방 상황에서도 '동등함'을 잃지않는다면 바이오시밀러의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이날 발표된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 SB5는 최대 100주라는 장기 처방기간 속에서 모두 오리지네이터와의 동등성을 잃지 않으면서 국산 글로벌 치료제의 탄생을 예고했다.

김철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를 유럽류마티스학회가 열린 9일 런던에서 만나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 SB5의 임상결과와 전망, 나아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상무는 연세의대(1992년)를 졸업하고 종양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몇몇 다국적 제약사와 국립암센터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삼성바이오에피스 메디칼팀(2011년)에 합류했다.

<일문일답>

대부분 제약사는 치료제 개발과 생산을 같이 한다. 하지만 삼성은 치료제 개발을 바이오에피스로, 바이오시밀러 생산은 로직스로 법인을 나눠 맡겼다.

까다로운 생산공정 탓에 바이오치료제는 생산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기능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바이오의약품이 널리 쓰이는 환경이 오면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바이오치료제를 생산하는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이오로직스를 생산을 전담하는 법인으로 나눠 운영하는 이유다. 바이오에피스는 생산을 의뢰하면 된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라는 고정 고객을 확보할 뿐 아니라 다른 바이오치료제 제조사의 생산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바이오에피스와 로직스를 나눌 때 이익은 극대화된다.

출시한 치료제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생산만을 전담하는 로직스는 그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전략인가?

바이오로직스는 외주를 받아 생산을 하나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만일 에피스와 로직스를 나누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다른 제약사로부터 치료제 생산을 의뢰받을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한가지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과정 자체가 지적재산권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춘 산도스, 론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경쟁사가 될 수 있는 제조사에 에피스 치료제의 생산을 맡긴다?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네이터를 한차례 혹은 두차례까지 교체처방한 후 장기 임상결과를 봤다. 임상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서였나?

그렇다. 동시에 허가기관의 요청 혹은 의무 사항이기도 하다. 미국 FDA는 장기 교체처방 결과를 요구한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필수 요구사항은 아니지만 일종의 권고사항이다. 미국 FDA는 최소한 한 번 이상 오리지네이터를 쓰다가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해서 사용한 결과가 있어야 허가절차가 시작된다.

이번에 발표된 바이오시밀러 교체처방 임상시험 디자인이 다양한 임상상황을 볼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이라고 봐도 되나?

브렌시스나 렌플렉시스, SB5의 임상시험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개발을 시작했던 시점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 생산이 처음이다 보니 허가기관도 요구해야 할 데이터를 정하지 못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임상설계 당시의 최대 관심은 '어떤 임상결과가 있으면 처방하는데 저항이 없겠는가'였다.

세계적인 전문가와 현장 임상의사에게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물어 본 결과 오리지네이터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바꿨을 때 3~6개월 효과는 유지되고 이상반응이 없다면 될 것 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허가기관들도 표준화된 요구를 만들었는데 우리의 생각과 일치했다. 이번 임상시험 설계가 최적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를 설명하자면?

브렌시스는 100주, 렌플렉시스는 78주, SB5는 52주 임상결과로 최장기 유효성, 안전성 입증 데이터다. 기존 치료제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중등도부터 중증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대상이다. 이중 126명에게 100주간 브렌시스를 투여했다. 처음부터 오리지네이터를 투여한 119명에게는 52주가 지난 시점에서 브렌시스를 교체투여한 후  두 군의 'ACR20(투약 후 통증 20% 개선도를 평가하는 지표)'을 측정했다. 브렌시스 지속 투여군의 ACR20은 77.9%로 브렌시스 스위칭 투여군 79.1%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94명에게 오리지네이터를 투여하다 54주가 지난 시점에서 렌플렉시스로 교체투여했다. 오리지네이터를 처음부터 투여받은 101명과 처음부터 렌플렉시스로 투여받은 201명의 78주 시점에서의 ACR 수치를 비교한 결과 유효성과 안전성이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SB5 임상결과 역시 같았다. 기존 치료제에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중등도부터 중증인 129명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24주간 오리지네이터를 투여했다. 125명에게는 오리지네이터를 투여하다 24주 시점에서 SB5로 교체투여했다. 254명에게는 SB5를 지속해서 투여한 결과를 52주가 지난 시점에서 비교했다. 3개 그룹의 유효성·안전성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모두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관련해 경제적인 유용성이 주로 주목받으면서 의학 발전이란 부분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 오리지네이터만 있을 때와 달리 바이오시밀러를 만들려고 보니 어떻게 해야 똑같이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오리지네이터의 성분과 구성방식 등을 더욱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오리지네이터를 개발할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역설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만들려다보니 오리지네이터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고 임상시험 등이 잦아진 것이다.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한 쟁점, 동등하냐 그렇지 않냐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연구 토대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의약품 관련 논문이나 가이드라인에 여러차례 의견을 게재했으며 국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도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네이터도 처음 출시됐을 때 다양한 논쟁이 있었고 지금처럼 표준치료로 정착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바이오시밀러도 교체처방이나 '외삽(오리지널 의약품의 적응증을 별도 임상시험없이 인정받는 방식)' 이슈 등이 해소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네이터보다 상대적으로 정착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거다. 왜냐하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네이터인 'TNF 억제제'가 처음 나왔을 때 어떤 안전성 이슈가 솟아 오를지 예측하지 못했다. (TNF 억제제가 소개된 지) 15여년 이상 지난 지금은 참고할만한 오리지네이터 데이터가 많다.

상대적으로 유럽보다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바이오시밀러를 교체처방하는 사안과 관련해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가이드라인이 없어 사실상 교체처방은 어렵다.

미국은 유럽보다 까다롭다. 제네릭 의약품이 정착하는데도 한 20년 정도 걸렸다. 결국 쟁점은 바이오시밀러를 제네릭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태도다. 스위칭(교체처방)을 다양하게 하면서 상황을 봐야 할 듯하다.

올해 안에 교체처방에 대한 입장이 나오리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있다.

그런가? 명확한 입장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는 좀 부정적이다. 나와도 선언적인 수준이 아닐까? 미국은 주정부마다 대체조제에 입장도 달라 바이오시밀러가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오리지네이터 제조사 역시 대부분 미국 회사인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FDA가 조만간 교체처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시장에 주력한다고 봐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명확한 교체처방에 대한 입장이 나오지 않더라도 신규 환자나 향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미국 시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유럽이 오래 전부터 바이오시밀러에 호의적이었고 가이드라인과 허가 절차도 명확했기 때문에 유럽에 먼저 진출하는 경향은 있지만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의 중요한 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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