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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천천히 서둘러라

[신간] 천천히 서둘러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06.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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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지음/의학신문사 펴냄/1만 5000원

 
2000여년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말했다.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그리고 지금 망백(望百)을 넘어 상수(上壽)에 다가서고 있는 노학자도 지나온 삶을 관조하며 그렇게 말한다. 급할 수록 돌아보고, 곁을 세세히 살피면서도 마음속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정한 목표에 이르기 위한 열정과 노력이 멈추지 않길 바라며….

권이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대한의사협회 고문·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열 한 번째 우강에세이집 <천천히 서둘러라>를 펴냈다.

2007년 성균관대학 이사장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된 우강에세이는 10년째 다른 이름,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선생은 해마다 한 권씩 에세이집을 낸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이어갔다. 한 해 한 해 서로 다른 머문 자리는 새로운 의미를 되새겼고, 사회·정치·경제·문화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담론에는 예의 과학적인 탁견과 지성이 배어 있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겨준 사람들과의 이야기에는 추억과 감동이 담겨 있었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속에 잔잔한 사랑이 흘렀다.

우강에세이는 기억과 기록의 향연이다. 선생의 글 속에는 70∼80여년전 일들도 어제일처럼 되살아났고, 조우했던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서술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기록으로 채워졌다. "문득 생각나는대로"라지만 그대로가 의료계 역사이며, "일기의 연장선"이라지만 무수한 조탁을 거친 정제되고 아름다운 단상이었다.

<여유작작>(2006) <온고지신>(2007) <마이동풍>(2008) <어르신네들이시어 꿈을 가집시다>(2009)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자>(2010) <청춘만세>(2011) <인생의 졸업과 시작>(2012) <여생을 즐기자>(2013) <평화와 전쟁>(2014) <유머가 많은 인생을 살자>(2015). 지난 10년간 그렇게 10편의 우강에세이가 상재됐다. 매 편 마다 제목이 지니는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삶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녹아드는 금언으로 다가왔다.

열 한 번째 에세이집 <천천히 서둘러라>에도 사람과 사건, 세상에 대한 인연과 진단·권면이 이어진다.

먼저 이승만 전 대통령·프란치스코 교황·모디 인도 총리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노관택 전 서울대병원장·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윤형섭 전 교육부장관·한갑수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냈다.

이어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개원·이현재 전 국무총리의 애장도서 기증·조성진의 쇼팽 콩쿨 우승·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의학교육연수원 창립 40주년 등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기쁜일'에 대한 소회와 함께 '슬픈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김주환 박사·김상협 선생 20주기·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이철승 이사장 등 유명을 달리한 인사들을 추억하며 소중한 인연의 실타래를 푼다.

또 영역이나 장르에 구분 없이 책과 가까이 하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책장을 넘기는 선생의 손길도 접할 수 있다. '지인들의 저서'에서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홍일식) <한국의료의 세계화>(허갑범) <조선시대 인물사 연구>(이성무) <송진우>(동아일보사) <내 마음의 영원한 등대>(김건식·정상조) <6·25전쟁과 미국>(남시욱) <활인의 길을 찾다>(김동규) <미완성의 눈길로 찾는 무지개>(이순형) <마음속의 울림>(정원식) <여강의 꿈>(장성구) <풍미갤러리>(문국진·이주현) <마르크스의 유령들>(안병훈) <의료관리>(신영수·김용익) <아프지 마세요>(김애양) 등 14권의 책을 때로는 깊이 있게, 때로는 정감 있게 소개한다.

마지막에는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의미있는 37편의 단상과 마주한다.

'10년동안의 약속'은 이번 우강에세이집 11권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책머리에서 "시력·청력·체력이 저하되고, 상상력·기억력·기력이 떨어지는 사실을 매일 같이 느끼고 있다"는 선생의 고백이 안타깝지만,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유유자적한 인생을 살아보고자 한다"는 말씀에 귀기울인다. 무위(無爲)와 유유자적 속에 건강까지 품으시길 기원한다(☎ 02-467-5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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