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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조현병 편견 가져선 안돼"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조현병 편견 가져선 안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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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두려움·편견이 진단·치료 걸림돌 지적
초기 증상 생겼을 때 전문가 도움으로 약물치료 및 관리가 중요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조현병에 대해 잘못된 사실이 확대되자 전문학회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14일 '강남역 살인 사건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부 조현병 환자의 경우를 모든 조현병 환자의 문제처럼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희생된 피해자에게 깊은 슬픔을 느끼며,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증진과 치료의 일선에 선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형언하기 어려운 참담함을 느낀다"고 애도를 표했다.

또 "조현병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1명, 즉 인구의 1%가 걸리는 흔한 질환이고, 망상과 환각을 동반하고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인 만성질환이지만 현대의학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하며, 잘 치료될 경우 사회적·직업적으로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칫 이번 일을 계기로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생겨 조현병 환자들이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를 받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오히려 질환의 경과를 악화시키고 환자와 가족의 삶을 깊은 도탄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조현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5가지 실전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조현병은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 빨리 정신의학적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정신병적 증상이 처음으로 생긴 후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 즉 치료받지 않은 정신병 기간(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이 길수록 질병 경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약, 외부로부터 오는 감각에 예민해지거나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자신과 관련지어 받아들이는 증상이 있다면, 약 30% 정도에서 1년 안에 조현병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이같은 증상을 보일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조현병이 시작되는 시점은 10대 후반에서 20대가 가장 흔하므로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조현병은 대개 청소년기부터 전구 증상을 보이면서 서서히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구 증상은 두통, 체력저하 등 애매모호한 신체 증상, 불면, 우울감, 주의력 저하, 주변 사람과 상호 관계를 힘들어하고 회피하기, 혹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 등이 있을 때에는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번째, 조현병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을 것을 강조했고, 네번째로는 조현병으로 진단됐다고 무조건 입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료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현병 환자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약물요법으로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고 우리 사회에서 같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조현병 환자의 2/3에서는 중간 이상의 양호한 경과를 보이고, 1/3에서만 불량한 경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며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환자들일지라도 일부에서만 공격성을 보이며, 이 또한 꾸준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조현병은 여러 가지 원인과 발병 기전에 의해 생기는 다양한 경우를 포괄하므로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똑같은 증상, 똑같은 경과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일부 조현병 환자의 행동을 전체 환자의 특성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정신질환자가 기피되거나 격리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치료를 통해 우리의 이웃으로서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내에서 조기 발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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