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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눈높이 공단검진
청진기 눈높이 공단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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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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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 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얼마 전에 검사한 결과지 잘 받았어요. 그 말 해주러 왔지."
"아, 공단검진 결과지요? 그 말씀 하려고 여태 기다리신거에요?"
"그래, 결과에 형광펜을 칠해서 보내줘서 내가 쉽게 잘 읽었어. 그리고 자꾸 보려고 냉장고에 붙여놨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이 국민이 선호하는 중요한 검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14년도 검진기관종별 검진현황에 따르면 검진 수검률은 2007년 60%에서 2014년 74.8%까지 늘어났다. 작년 연간 총 검진 비용은 1조 1269억원이다. 큰 시장이다.

공단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예방과 조기발견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환자가 결과지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이다. 애매한 해석과 판정을 읽는 환자는 불안하다. 글씨가 너무 많아 결과지를 읽지 않고 던져버리기도 한다.

단골환자가 진료실에 미안한 얼굴로 들어와 주섬주섬 큰 기관에서 받은 검진결과를 꺼내든다.
"검진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를 이해할 수 없어서요."

"혈압과 과체중이 모두 경계선이시네요. 지금 혈압약을 당장 먹을 필요는 없겠고요. 제가 매주 혈압을 점검하면서 경과관찰을 해드리겠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석 달 후 혈액검사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담배·술은 끊으시구요."

환자는 안심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나에게 귀 기울인다.

나는 어떻게 하면 공단검진을 받은 내 환자가 형식적인 검진이 아닌 실제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검진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환자가 결과지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다. 환자에게 보내는 결과지에는 비정상 부분에 형광펜으로 알기 쉽게 색칠해 보낸다.

검진결과지는 한 장 더 복사해 환자의 차트에 붙여 보관하고 다음에 환자가 진료 받으러 왔을 때 다시 한 번 설명을 해드린다. 환자들은 2년에 한 번 하는 공단검진을 자신의 만성병 경과점검을 위한 방도로 인식하게 됐다.

"원장님 큰일 났어요. 내가 뇌경색이나 치매가 왔다고 나왔는데 어쩌면 좋아요?"
환자의 검진결과지를 다시 보니, 문진을 토대로 하여 나온 치매 위험도의 표시가 '위험'으로 나와 있었다. 형식적인 문진으로 위험도 평가가 무작정 내려진 경우이다. 빼곡하게 들어찬 표와 글씨는 환자를 더 헷갈리게 한다. 과유불급이다.

70세의 할머니는 비만평가에서 '위험' 판정을 받자 무리하게 체중을 빼다가 어지럽다며 나를 찾기도 했다. 그 할머니는 무리하게 살을 빼기 보다는 식사를 적당하게 잘 하면서 운동량을 조금 늘리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검진결과지에 그런 말을 써드릴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건강위험평가 결과지의 표와 위험도 등 작은 글씨들을 과감히 없애고 대신 그 환자에 맞게 서술형 편지식의 검진결과지가 들어간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이렇게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눈높이 검진이 이뤄지려면 환자는 자신의 단골 주치의에게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공단의 검진제도는 작은 개인의원을 위한 제도는 아닌 듯하다.

검진기관에 대한 공단 검진 심사 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고 작은 개인의원의 전 직원이 한 달 넘게 매달려 준비해야 한다. 불필요한 작업도 있다. 컴퓨터에 이미 모든 검진 환자의 검사결과를 입력했는데도, 다시 결과 수치를 장부에 손으로 모두 적어 보관해야 한다. 아! 이것만 없어져도 우리 병원 임상병리사의 주름이 펴질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취임 후 <넛지> <심플러>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을 집행부의 규제정보국에 합류시켰다. 선스타인은 정부의 모든 복잡한 서류를 단순화함으로써 정부의 활동에 국민의 참여를 높이도록 유도했다. 미국 정부의 학생장학금 신청 서류는 매우 복잡했는데 대폭 간소화됐고, 그 덕분에 학생들은 쉽게 정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검진 결과지는 노인 환자들도 보기 쉽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환자의 눈높이에서 디자인돼야 한다. 검진기관에 대한 심사는 작은 개인의원들이 자신의 단골환자를 성심껏 최선을 다해 검진할 수 있도록 개인의원의 눈높이에서 단순화돼야 한다.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눈높이 공단검진, 바람이 이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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