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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은근슬쩍, 전자건보증 여론 또?

메르스에 은근슬쩍, 전자건보증 여론 또?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6.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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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토론방에 감염병 관리 제도로 전자건보증 끼워넣어
의협 관계자 "메르스 빌미삼은 비굴하고 옹색한 작태"

 
15년째 좌절 중이다. 그럼에도 전자건강보험증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이번엔 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전자건보증 도입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자건보증을 국민 토론방 주제로 제시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7일부터 27일까지 홈페이지 국민 토론방에서 '감염병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은?' 주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자건보증 도입 구실을 '감염관리'로 바꿨다는 데 있다. 그동안은 건보증 대여 및 도용을 이유로 전자건보증 도입을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 메르스를 핑계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건보공단이 올해 국민 토론방에 제시한 제도개선 방안으로는 전자건보증 검토와 함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공공의료 확충, 의료전달체계 정립이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지속된 반대에도 2001년 전자건보증 도입을 첫 주장한 데 이어 지금까지 그 요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전자건보증이란 무엇일까. 이는 일종의 신용카드로, 여기에는 본인의 건강정보가 담긴 IC칩이 탑재돼 있다. 신용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긁듯, 리더기에 전자건보증을 대면 환자의 처방내역과 동선, 의료기관 이용 정보 등이 의료기관 화면에 뜨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현재의 종이건보증으로는 환자 질병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고 접수단계부터 감염병 초기대응이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자건보증을 도입하면 환자의 자격확인과 병원 방문이력, 진료기록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감염병 발생 시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현재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의료기관에 제시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어 건보증 도용의 우려가 크나, 전자건보증이 도입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의료계 "전자건보증도 얼마든 도용 가능" 냉소

▲ 건보공단이 제시한 전자건보증 시안.
전자건보증 도입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의료계의 시선은 차갑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전자건보증을 도입한 독일의 경우 단 한 번도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없었다며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독일은 다보험자 체계다. 단일 보험자인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유출되면 그대로 끝"이라며 "건보 체계가 다름에도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해킹하는 시대에 전자건보증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전자건보증이 도입되면 환자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건보공단 수진자자격조회 포털에 환자정보를 띄우면 된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음에도 전자건보증을 고집하는 데에는 다른 사익이 담겨있지 않은가 의심된다"며 "메르스 사태를 빌미삼은 비굴하고 옹색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전자건보증으로 도용 및 대여가 줄어들 것이란 건보공단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종이에서 신용카드 형식으로 바뀐다 한들 도용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

그는 "전자건보증도 빌려주면 그만이다. 대만처럼 전자건보증에 사진을 붙인다 한들 효과가 크지 않다"며 "만일 전자건보증을 도입한다면 전국에 단말기를 깔아야 하는데, 단말기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결국은 수동으로 입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건보증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 반문했다.

또 IC칩을 고집하는 건 클라우드 기반으로 넘어가는 IT 트렌드에도 역행할뿐 아니라 전자건보증을 도입한다 한들 건보증 휴대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의협 관계자는 "IC칩 카드는 10년 전 콘셉트다. 클라우드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현 시점에서는 한참이나 뒤처진 방식"이라 비판하며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게 보편화된 요즘, 카드 형태의 전자건보증이라 해도 휴대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전자건보증 제작에는 초기 투자금액만 5000∼6000억원이 든다. 지니지도 않을 카드에 재정을 낭비하느니 휴대율을 높이자는 국민홍보 캠페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기존 건보증 홍보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임에도 전자건보증 도입을 강행하는 건 건보 혈세로 힘을 키우려는 작태"라 비판했다.

강력한 추진의지, 그러나 예산은? 
건보공단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실행할 동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지만 가득한, 사실상 공염불인 셈이다. 

건보공단은 올해 초 업무혁신추진반 안에 전자건강보험증추진팀을 신설하며 시범사업에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빠르면 올해 안에 시범사업이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태.

또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전자건보증 도입을 숙원과제로 강조해왔다. 성 이사장은 지난해 말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자건보증이 꼭 필요하다. 도입 6년이 지나면 시스템 투자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ICT를 활용한 건강보험증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편성된 예산이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아직 없었다. 전자건강보험증추진팀 관계자는 "시범사업으로 할당받은 예산이 없다"며 "지난해 완료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만 계속 검토하는 상태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 예산을 끌어오려 해도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하나도 결정된 게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그저 용역 보고서 검토만 하고 있다"며 오히려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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