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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6:45 (목)
[신간] 의학의 창에서 바라본 세상

[신간] 의학의 창에서 바라본 세상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06.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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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지음/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펴냄/1만 3500원

 
세계적인 의학자, 의학사 연구가, 그리고 수필가로서 인간과 세계를 독특하고도 따뜻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는 글을 써 온 정준기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핵의학과)가 네번째 수필집 <의학의 창에서 바라본 세상>을 펴냈다.

이번 수필집에서는 개인사에서 벗어나 의료 현장과 사회, 그리고 생명 현상으로 시선을 넓히며 꾸밈없고 수수한 필치로 사안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돈과 성공만을 좇는 우리 사회와 의료계의 현실을 준열하게 질타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너그럽게 다가선다.

이 책에서는 인간과 세계를 과학과 인문학이 융합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감싸안는 진솔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점잖은 유머와 너스레로 삶의 정곡을 찌른다. 평생에 걸쳐 작은 키 콤플렉스를 극복한 과정을 소개하며 맹목적 외모지상주의를 슬쩍 꼬집는 <땅콩의 미시사>, 신과 동물 사이의 중간자로서 인간의 특징과 한계를 재치있게 풀어낸 <신과 동물 사이>, 치매에 대해 명강의를 하던 스승이 나중에 치매 환자가 되어 벌어지는 소동 속에서 삶의 기막힌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마지막 명강의>,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소위 '헝그리 정신'을 지목한 후 위암 수술을 받고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다는 너스레에 이어 위암 수술을 받은 동료들끼리 모여 무위(無胃) 도사 클럽을 만들어 삶을 무위(無爲)하다 보니 더 이상 배고프지 않은 이 시대에 무위가 새로운 성취와 삶의 전략일 수 있다는 능청을 내보이는 <헝그리 정신과 무위사상> 등은 재치와 유머로 웃음을 주면서도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미덕은 항상 남에게 배우려는 자세에 있다. 그는 핵의학이라는 신학문에 젊음을 바쳐 한국 핵의학을 세계 4위권으로 키우고, 밖으로는 국제적인 학술단체를 이끌며 저개발국가에 첨단 의료와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헌신했다.

개인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몇 번씩 이겨내며 평생 한 편 쓰기도 어렵다는 SCI급 논문을 300여편 써내어 세계적으로 1만회 이상 인용됐다.

인문적 소양도 깊어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장으로서 의학과 인문학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주변에서 미담을 찾으면서 동시대인의 뛰어남에 경의를 표하고 떠나간 스승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의 삶에서 새로운 교훈을 발굴해낸다.

<스미스 상사와 스미스 회장> <시계 명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전설이 된 기부천사> 등의 글을 통해 아직도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미담을 접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만난 지제근 교수님> <이문호 교수 10주기를 추모하며> <꿈길에서 만난 선생님> 등의 송가를 통해서는 한국 의료를 일궈온 거인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이의 겸허함과 애틋함을 전해준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추천사에서 "그는 때로 의학을 통달한 원로 교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문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기도 하며, 시대를 분석하는 평론가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시각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은 누가 읽더라도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평했다.

이윤성 대한의학회장도 "그는 평소에 말이 적어 밖으로는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보인다. 실은 외부 일에 관심이 많은 수다쟁이기도 하고, 감수성도 특별하다. 다른 이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일도 여리고 풍부한 감성으로 받아들여 기억 창고에 차곡차곡 쌓았다가 잘 익혀서 조곤조곤 풀어낸다. 때때로 그의 이야기 속에 언뜻 내비치는 가르침에 깜작 놀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핵의학의 초창기부터 몸 담으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핵의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저자는 의학과 인문학의 소통에 힘쓰면서 의학자이자 수필가로서 삶의 다양한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산문집으로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 <소소한 일상 속 한 줄기 위안> <참 좋은 인연> <다른 생각 같은 길>(공저) 등이 있다(☎ 070-8226-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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