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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픽스 안전성 논란 이제 끝났느냐고 묻는다면?
챔픽스 안전성 논란 이제 끝났느냐고 묻는다면?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6.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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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파이프 캐나다 오타와의대 교수(예방의학·재활의학과)

앤드루 파이프 오타와의대 교수

금연치료보조제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의 이상행동에 관한 안전성 이슈에 대한 의미있는 대답이 지난 4월 <LANCET>을 통해 발표됐다.

챔픽스 등 금연치료보조제로 인한 이상행동이 위약군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AGLES 발표로 적지않은 기간 동안 챔픽스를 괴롭혔던 안전성 이슈에서 챔픽스가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EAGLES에 따르면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환자의 중대한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은 챔픽스군 1.3%, 부프로피온군 2.2%, 니코틴 대체제군 2.5%, 위약군 2.4%였다.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는 챔픽스군 6.5%, 부프로피온군 6.7%, 니코틴 대체제군 5.2%, 위약군 4.9%로 역시 비슷했다. 챔픽스가 자살 등 이상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불식되는 순간이다.

의협신문은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방한한 앤드루 파이프 캐나다 오타와의대 교수를 만나 EAGLES 임상시험의 의미를 들어봤다. 파이프 교수는 EAGLES 임상시험에 참여했으며 '글로벌 바레니클린 자문위원'을 맡은 금연진료 전문가다.

<일문일답>

챔픽스와의 인연은?

금연운동을 오랫동안 했다. 지금 있는 심장센터에서도 금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연전략을 세우는 연구도 했다. 그렇다보니 챔픽스와 부프로피온, 니코틴패치 등이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과정을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챔픽스를 비롯한 치료보조제 관련 연구에도 관심이 갔다.

챔픽스는 특히 니코틴 수용체만을 표적으로 결합하는 매력적인 기전으로 흥미가 컸다. 다른 약물과의 간섭현상도 적고 성분의 95%가 배출되는 등 아직도 내겐 매력적인 약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기념비적인 임상시험 'EAGLES'에도 참여하게 됐다.

EAGLES 임상시험으로 챔픽스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을 듣는다

두 가지 면에서 EAGLES 챔픽스의 기념비적인 임상시험이다. 우선 정신과적 진단병력이 있는 시험군이 대거 참여했다. 이상행동 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는 시험군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신과적 진단병력이 있는 시험군이 4074명, 정신과적 진단병력이 없는 시험군이 3984명으로 모두 8053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향적 임상시험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임상연구 설계도 잘됐고 통계적으로도 의미있는 규모다.

임상설계를 구체적으로 보자면 챔픽스와 부프로피온, 니코틴패치, 위약군을 분류한 후 치료제마다 정신과적 진단병력이 있는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비교했다. 물론 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시험군은 임상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다. 자살행동이나 자해, 급성심혈관 뇌혈관 병력이 있으면 (임상시험에서) 배제했다.

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시험군 중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를 배제한 것에 대해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EAGLES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리얼월드' 연구다. 지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흡연자들, 특히 이상행동 위험 가능성이 어느정도 높은 정신과적 질환병력 시험군까지 포함했다. 현실사회의 상황을 잘 반영했다고 본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정신과 병력이 있는 시험군만 그렇지 않은 군보다 챔픽스를 투약했을 때 정신과적 이상반응이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질환으로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가운데 챔픽스를 투여하면 기저질환 치료제 탓에 챔픽스의 농도가 커질 수 있다. 커진 챔픽스 농도 탓에 이상반응 발생률이 조금 높아질 수 있다. 어쨌든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가 아니라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북미에서 판매된 담배의 45%를 정신과 병력이 있는 흡연자가 소비한다. 이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짧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높은 흡연율 탓도 있다고 본다. 통계적으로 정신과적 병력을 진단받은 흡연자의 금연 성공률이 그렇지않은 흡연자보다 낮다. 그래서 의료진과 사회가 정신과 병력이 있는 흡연자의 금연에 더욱 관심을 두고 심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EAGLES 임상시험으로 챔픽스 안전성 논란은 끝났다고 보나?

모든 약에 대한 안전성 이슈는 늘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EAGLES 만큼 잘 설계되고 대규모 시험자가 참여하는 챔픽스 임상시험은 없을 것 같다. 향후 금연보조제와 관련해 이 정도로 신뢰성 큰 데이터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EAGLES 임상결과, 즉 입증된 안전성을 뒤집는 데이터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EAGLES 임상결과 발표 이후 유럽 의약품안전청(EMA)은 즉시 이상행동을 경고하는 블랙박스를 삭제했다. 미국 FDA 역시 조만간 블랙박스 해제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나?

EAGLES 임상시험은 EMA와 FDA가 요구한 시험이다.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만큼 EMA나 FDA가 그에따른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 미국 FDA 역시 조만간 블랙박스 경고조치를 풀 것으로 예상한다.

EAGLES 임상시험 결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해소됐다. 반면 금연성공률과 금연유지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복용 9∼24주째 금연유지율은 챔픽스가 21.8%로 가장 높았다. 부프로피온은 16.2%, 니코틴 대체제는 15.7%, 위약은 9.4%였다.

챔픽스와 부프로피온, 니코틴 패치 등 금연을 위해서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의학적으로 흡연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금연진료를 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15∼20년 전 진료환경보다 크게 좋아졌다. 챔픽스 출시가 계기가 됐다. 챔픽스를 금연보조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약이라고 생각한다. 챔픽스에 비하면 부프로피온이나 니코틴 패치 등은 단순한 기전을 가진 치료보조제다.

20%대의 금연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고혈압 치료제나 혈당 강하제 치료행태를 보면 만성질환 치료제의 복약 순응도는 일반적으로 생각보다 높지 않다. 처방 몇개월만에 순응도가 낮아진다. 금연은 중독이다. 금연을 하면 굉장히 큰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없애는 거다. 20% 금연유지율은 그런 면에서 낮지 않다.

한국 정부는 금연프로그램으로 챔픽스 표준복용 기간인 12주보다 짧은 8주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표준처방 기간보다 복용기간을 짧게 하는 경향에 대한 생각은?

세계 모든 나라의 의료진은  다양한 패턴으로 금연보조제를 처방한다. 여러 보조제를 병용처방하기도 하고 12주 처방기간을 넘겨 복용하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표준복용 기간 12주보다 짧게 처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대체로 12주 표준처방을 하고 연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장이식을 받은 내 환자 중 한 명은 챔픽스를 복용하고 26년만에 금연에 성공했다고 기뻐했다가 챔픽스 복용을 중단하고 흡연의 유혹을 강하게 느껴 다시 약을 처방받았다. 흡연은 중독이다. 금연은 생각보다 쉽지않다. 만일 12주 처방 이후에도 계속 흡연의 유혹을 느낀다면 12주 이상 복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상황에 따라 처방기간을 연장하는데에 찬성하지만 처방기간을 표준처방 기간보다 단축하는 것은 부정적이다.

한국 정부의 금연프로그램은 지난해 막 시작됐지만 시스템적으로 원활하지는 못하다. 캐나다의 금연진료 환경은 어떤가?

금연진료에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했다. 10년 전 주정부의 금연관련 연구인 '오타와 연구'에 참여해 '금연에 대한 제도적 접근, 필요한가'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오타와 금연진료 모델'을 개발했다. 오타와 모델은 의료기관과 의사가 금연진료를 할때 활용하는 모델이 됐다.

오타와 모델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모든 환자의 흡연여부를 의무기록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부분이다. 일부 주정부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흡연여부를 의무적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오타와 모델을 활용하는 1차 의료기관 300곳을 조사한 결과, 오타와 모델을 도입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의 재입원율과 응급실 내원율이 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도 최대 40%나 줄었다.

한국 정부는 금연진료를 아직 급여화하고 있진 않다. 캐나다는 어떤가?

캐나다는 주정부에 따라 급여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온타리오주를 예로 들면 금연치료보조제 등을 무료로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퀘벡주 역시 모든 흡연자에게 최소한 1년에 한번 이상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에도 캐나다 주정부는 챔픽스를 포함한 금연치료보조제 급여를 확대했다. 급여확대 이유는 분명하다. 그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분석을 해보니 금연진료에 대해 충분히 급여할때 입원율이나 진료비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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