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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건강 '적신호'...임신 전 남성관리 '외면'
정자건강 '적신호'...임신 전 남성관리 '외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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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함께 병원 찾는 비율 23.5%...남성 2명 중 1명 정액검사 이상
제일병원 최진호·한정열 교수팀 "나이 들수록 생식능력 ↓...계획임신 중요"

▲ 제일병원 생식의학연구실 연구원이 남성의 정액을 검사하고 있다<사진=제일병원 홍보팀>.
임신 전 계획임신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여성 중 배우자와 동행한 예비부부는 5쌍 중 1쌍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남성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 최진호(비뇨기과)·한정열(산부인과) 교수팀은 <한국모자보건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임신 전 남성관리'를 통해 2011∼2014년 임신 전 관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 2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배우자의 23.5%(61명)만이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은 남성 중 정액검사 이상 소견은 2명 중 1명꼴인 45.9%(28명)에 달했다. 비임균성 요도염 원인균 감염은 29.5%(18명)였으며, 남성 난임의 주요 원인인 정계정맥류는 18%(11명), 염색체 이상은 1.6%(1명)였다.

제일병원 연구팀은 "실제 진료를 받은 남성이 1/5임을 감안하면 건강한 임신을 저해하는 원인을 가진 남성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013년 발표한 체외수정시술 난임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여성 요인이 31.3%인데 반해 남성 요인은 6.2%에 불과해 남성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수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인을 제외할 경우 여성·남성 요인이 각각 반반에 이른다는 의학계의 보고와는 상반된 것이다.

제일병원 연구팀은 "시험관 아기를 비롯한 보조생식술이 많은 난임 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남성 건강에 대한 진단과 치료·교정·자연임신 시도라는 절차가 생략되면서 난임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임신의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남성의 생식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한국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4년 28.6세, 2004년 30.9세, 2014년  32.8세로 증가하고 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질병·유해 약물·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부적절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정자수와 사정량이 감소하고, 운동성이 떨어지는 등 정액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진호 교수는 "비만·당뇨를 비롯한 질병과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술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고혈압치료제·전립선비대증 및 탈모치료제·항진균제 등은 정자의 형성과 질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이나 탈모치료제로 사용되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는 투약을 중단한 후에도 지표를 회복하기까지 3∼12개월이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몸매관리를 위해 먹는 스테로이드 함유 단백질 보충제는 고환 위축·무정자증 등을 유발하고, 유기용제를 비롯한 화학 물질과 중금속 함유 물질은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므로 임신계획이 있다면 중단해야 한다"며 "제철·전자·염색·섬유·발전소 등 직업상 독성물질을 다루거나 보호복 착용 및 고온의 작업환경에서 근무하는 남성도 임신 전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임신 전 남성 관리는 임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임신 결과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 배우자와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고 부성(fatherhood)으로서의 자질향상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결과 보다는 건강한 임신을 위한 과정에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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