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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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 핵심은 '인력'…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⑤박찬병 수원시 영통구 보건소장

 

 

박찬병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감염병과 관련 공공보건의료기관이라 함은 질병관리본부로터 시작해 광역자치단체와 그 산하 조직인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 시·도 감염병관리본부, 보건환경연구원이 중간 역할을 하는 기관이고, 기초자치단체에 와서는 보건소가 해당된다.

이들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은 메르스 사태 뿐만 아니라 2003년도의 사스(SARS)나 2009년도의 신종플루 사태 때 처럼, 중추적인 기능을 했다.

1년 전 메르스 사태 때에는 전과 다른 점이 민간의료기관들의(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할도 매우 중요하게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의 중요성이 조금도 줄어들진 않았다.

 

▶공공병원에 대한 시설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을 '시설'과 '인력', 그리고 '시스템'으로 나눠서 보자.

먼저 시설의 경우 돈만 있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인 듯하지만, 공공병원에서 먼저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없고, 호되게 당한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실을 개선했다는 소식이 거의 전부다.

공공기관의 움직임이 더딘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국가 단위의 감염병 재난 상황을 겪은 정부의 모습이 맞는가 싶다. 공공병원에 우선적으로 긴급예산을 투입하고, 모델을 만들고, 평가하고 실험하고, 민간에 보급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음압시설의 설치도 지지부진한 소식들이고, 시·도 단위 중요 검사소 역할을 하는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기능이나 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도에만 설치했던, 그래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감염병관리본부의 설치도 다른 시·도에선 소식도 없다. 보건소 단위로 내려오면, 지난해 말에 수원시 4개 보건소에 각 감염병관리팀을 만들고 인력을 두 명이나 증원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보건소에선 역시 그런 계획이 알려지지 않았다.

▶공공기관 핵심인력 모두 징계…누가 일을 하겠나?
다음으로 인력의 문제를 보자.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이 일을 하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일을 하는 곳'이다. 이 말은 각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가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1년 전 메르스 사태 시에 이들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잘못도 저지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감사에서 여러 사람들이 징계를 받았다. 징계의 적절성 여부는 논란이 있으니 이쯤하자.

아무튼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이런 경험을 한 공공보건의료전문가는 없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이들의 경험은 몸 안에 체화(體化된) 채 암묵지(暗默知)로 남아 향후에 벌어질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절대적인 방어막이 될 터였다.

그러나 이 중요한 인력들은 모두 징계를 받았고, 그 결과 이들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나서서 일할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다른 이들이 또한 열심히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과대망상일지 모른다.

역학조사관을 늘린다고 해서,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그것도 전문직의 핵심인 의사들은 거의 없는 상태로 과연 선진화된 인력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시도 단위에서의 역학조사관들도 아직도 한시적 인력인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는 것은 벗어나질 못했고, 안정적인 전문인력을 갖출 생각은 안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보건소장이나 관리의사 중에도 감염병에 관심이 있고, 필요시 역학조사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들이 있음을 제안한 바 있지만, 구체적 활용계획은 아직도 밝혀진 게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에만 설치되어 있는 감염병관리본부는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작은 질병관리본부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 기관은 모두 위탁되어 있고, 조직원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런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어 유능한 인력이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며 원숙한 모습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인력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에서 인력을 중시하지 않고 일개 부속쯤으로 여기는 상황, 2년마다 갈아 끼우는 것이 보장된(?) 불안정한 조직에서 일하는 인력에겐 암묵지도 없고, 후배에게 전달되어 발전할 것도 없다. 오직 형식지(形式知)만 파일로 전달될 뿐이다.

▶시스템 안정화로 유기적인 연계체계 이뤄져야
마지막으로 시스템의 문제를 보자. 공공보건의료기관 간 연계나 협조 체계는 구체적으로 설정된 바 없다. 또 지난해 그렇게 지적을 받은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와 간병문화와 병문안 문제에 대해 어떤 진척이 있었는가.

시간이 필요한 많은 부분이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어떤 체계를 개선해야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등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과의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는가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시설과 인력을 이어주며 효율적으로 일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안정화 되도록 하려면, 예측 가능해야하고, 각각의 시스템간에 유기적인 연계체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각 지자체가 정부와의 연을 끊고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뢰는 각 시스템과 그 안의 사람들에 의하여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다.

▶핵심 인력 안정정 확보로 신종 감염병 대비해야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공식적인 정부차원의 메르스백서는 나오지 않았다. 잘못을 했으면, 반성이나마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개전의 정으로 용서받을 수 있고, 다음번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지난해 무너진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는 아직 회복하려면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시설이나 장비와 같은 하드웨어나 각 기관의 조직체계를 장악하고 움직이게 하는 핵심은 결국 인력이다. 아무리 좋은 병원이라 해도 그 소속된 의사들이 일할 의욕을 잃고 있다면, 병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만다.

질병관리본부가 되었든,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든, 보건소가 되었든 간에 핵심적으로 일할 사람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열심히 미래를 내다보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금년에 또 메르스가 유입된다고 해도 1년 전의 기억도 떠올리지 못한 채, 새로운 감염병으로 대접하며 또 다시 허둥대며, 막대한 인명피해와 함께 심각한 경제난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지난 1년간의 변화가 매우 무심하지만, 다행이라면, 언론과 각 전문가단체들이 정부의 몫을 대신하며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냉철한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소통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희망을 갖자면, 상시청문회법이다.

힘들고 아프더라도 밝힐 것은 밝히고, 그 안에서 외양간을 어찌 고칠지 다 함께 설계를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공공보건의료기관을 포함한 전체 의료체계를 다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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