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박휴정(마취통증의학과)·장기육(순환기내과) 교수팀 협진...'Toxins' 발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박휴정(마취통증의학과)·장기육(순환기내과) 교수팀은 4가지 이상의 약과 신장신경차단술로도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 A씨(남· 20세)에게 보툴리눔 톡신를 이용한 복강신경총을 차단한 결과, 최근까지 수축기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 이하로 혈압이 조절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튤리눔 톡신은 국내에서는 주로 미용성형에 쓰이는 약물. 하지만 세계적으로 60% 이상에서 질병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아 뇌성마비·사시·요실금·근육강직증·편두통 등 치료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혈압의 치료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
혈압은 일반적으로 심장이 수축하여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인 '수축기 혈압(최고혈압)'과 심장이 완전히 이완되어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올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인 '이완기 혈압(최저혈압)'을 측정한다. 정상 혈압은 120/80mmHg 이하이며,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이다.
복강신경총은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모인 신경집합체. 흉추 12번과 요추 1번 앞쪽 복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복부 내장혈관을 조절한다. 주로 상부 위장관계·췌장·간·담낭 등 복강 내 장기의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통증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을 한다.
복강신경총 차단은 국소마취제를 희석해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 최근에는 실험쥐에서 복강신경총을 절단, 혈압을 조절한 실험보고가 해외에서 발표됐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고혈압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보튤리눔 톡신을 이용, 복강신경총을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선보였다.
A씨는 14세(2010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했으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2012년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에 내원했다. 검사결과, 이차성 고혈압을 일으킬 만한 원인 질환이 없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 환자였다.
4가지 이상의 약제를 복용했지만 수축기혈압이 평균 170∼180mmHg, 심할 경우 200 mmHg이상에 달했다. 키 177cm, 몸무게 106kg, BMI 33.8로 비만인 상태. 의료진은 난치성 고혈압의 가장 큰 원인을 비만으로 판단, 체중감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A씨는 2013년 교감신경 자극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교감신경 차단술을 받았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4년 1월에는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양쪽 신경총에 넣는 복강신경총 차단술을 받았으며, 3일간 수축기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 이하를 유지했다.
박 교수팀은 신경차단술 효과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보튤리눔 톡신을 이용, 복강신경총 차단술을 받았다.
한 달 동안 관찰한 결과, 단 한 차례 170/100mmHg을 제외하고 150/90mmHg 이하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 4월 같은 용량의 보툴리늄 톡신을 이용, 두 번째 복강신경총 차단술을 시행했으며, 2014년 8월까지 효과를 유지했다. 이후에도 3번의 추가 시술을 받았으며, 4월 현재 조절된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육 교수는 "고혈압은 약물치료와 함께 담배 끊기·음주 자제·싱겁게 먹기·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적정 체중·허리둘레 유지·긍정적인 마음가짐·정기적 혈압측정 등 좋은 생활습관을 병행하면 약의 용량과 개수를 줄이고, 약물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세 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불응성 고혈압의 경우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에 비해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휴정 교수는 "보튤리늄 톡신은 이용한 복강신경총 차단술이 불응성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보튤리늄 톡신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 혹은 시술 효과를 유지시키는지 등 정확한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더 많은 증례를 통해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약 900만 명에 달한다. 이중 4가지 이상의 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상화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은 약 5%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임상연구 결과는 <Toxins> 최근호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