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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인생 역전
청진기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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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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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원장(인천 부평·이주성비뇨기과의원)
▲ 이주성 원장(인천 부평·이주성비뇨기과의원)

야구를 좋아하는 올드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과거 고등학교 야구가 인기가 있을 적에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9회 말 투아웃까지 지고 있다가 역전을 몇 번 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역전이 가능하다. 올해 프로야구팀 중에서 넥센팀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지난해 뛰던 선수 중에서 박병호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갔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롯데로 옮겼으며 주축 타자인 유한준은 KT로 이적했다. 그리고 주전 투수인 조상우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모든 전문가들이 올해 최하위 팀으로 넥센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넥센의 경기를 보면 팀이 하나로 뭉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끊임없이 신인들에게 희망을 주며 육성한다. 투수 신재영과 박주현, 타자 고종욱은 다른 팀에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 것이다. 연봉 3000만원의 선수가 연봉 10억대 선수보다 잘하고 있다.

'만년 꼴찌 후보'로 꼽히던 레스터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 중부 인구 30만의 소도시 레스터를 연고로 한 '흙수저' 클럽의 기적 같은 성공스토리에 전 세계 축구팬이 흥분하고 있다.

레스터시티는 주전 11명의 몸값이 슈퍼스타 한 명 몸값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레스터시티가 올 시즌 주전 라인업 11명을 데려오는 데 쓴 이적료는 약 420억원으로 토트넘이 손흥민을 데려오기 위해 독일 레버쿠젠에 지급한 이적료(400억원)와 비슷하다.

스페인리그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이적료(13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선수단 전체 연봉은 8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연봉으로 4000억원을 지급하는 '부자 구단' 첼시의 5분의 1 정도다.

10년 전 병원에 20세 청년이 정관수술을 받고자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결혼하지 않고 정관수술을 받는 비혼(非婚)주의 청년들이 많아 그런 환자인 줄 알았다. 독신주의와 달리 비혼주의는 결혼하지 않고 성관계는 마음대로 하고자 하며 임신 등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이 청년은 결혼을 해서 자녀 2명을 둔 아버지였다. 중학교 졸업하고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다. 양쪽 집안에서는 낙태를 하고 학업을 계속하기를 강요했지만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웠다. 10대에 아버지와 엄마가 된 것이다. 그리고 또 임신을 하게 돼 자녀를 2명만 낳기로 하고 정관수술을 받으러 온 것이다.

수술하면서 눈을 감고 있는 스무살된 젊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침착하고 평안하며 굳은 의지의 모습이었다.

"아이가 크는 게 신기해요. 태어날 아이와 큰 애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지요. 아이를 잘 키우는 일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지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말했다.

택배 일을 하는데 한 달에 170만 원정도 번다고 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20살의 아내는 무엇이 좋은 지 계속 싱글벙글이다.

얼마전 그의 아이가 피부염이 생겨 10년 만에 병원에 들렀다. 요즘 30살이면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는 두 명 모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의 학부형이 돼 있었다.

그동안 택배회사를 차리고 돈도 많이 벌었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합격해 사이버대학에 다니면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인생 역전이라는 느낌대신 위대한 스승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큰 산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10년 전 45세의 남자 환자가 내원했다. 얼굴에는 그 동안 험하게 살아왔다고 쓰여 있었다. 말하는 것과 행동도 그랬다. "내 ○○이 썩어가고 있는데 잘 해줄 수 있소?"

20년 전에 성기에 바셀린을 집어넣었던 것이 문제가 생겼다. 30년 이상을 도박판에서 돈놀이를 한 일명 꽁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돈을 갚지 않으면 사람들을 보내 받아오고 술과 여자로 인생이 찌들대로 찌든 사람이다. 성기만이 아니라 마음도 인생도 썩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말로 인생의 후반전을 새롭게 살 것을 권유했던 것 같다.

최근에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면서 병원에 들렀다. 얼굴에는 어둠대신 빛이 있었고 기쁨과 평화와 겸손이 느껴졌다.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며 '꽁지'일을 청산하고 쓰레기 치우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옛날 생각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 나는 무던히도 문제아였던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가려할 때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너를 안 보게 되니 이제 살 것 같다." 꼴통이고 문제아라는 꼬리표는 중학교까지 계속됐다. 생활지도부에 끌려가서 매 맞고 정학을 받기 일쑤였다. 주위 선생님이나 아이들 심지어 집에서까지 나는 희망이 없는 두통거리일 뿐이었다.

인생역전이란 인생이 끝나는 9회 말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변화를 받으려 애쓰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어느 정도는 역전의 용사라고 위로해 본다.

6월의 신록은 아름답다. 겨울을 앙상한 가지로 버텨내던 나무들이 푸른 잎들로 살아났다. 우리는 지금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땅의 청년들과 젊은 개원의들도 마찬가지다. 나무들처럼 우리도 내일을 꿈꾸며 버티다 보면 언젠가 우리의 삶도 6월처럼 푸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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