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부족한 피해 보상, 늘어난 의료규제
부족한 피해 보상, 늘어난 의료규제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30 08:1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기 보상 5천억 삭감 아쉬워…'지원' 중심 정책 필요
김계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계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의협신문 김선경

지난 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큰 아픔과 손실을 안겼지만, 감염병 확산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 방역체계의 현실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1년 간 의료인들은 현장에서 메르스 치료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국가 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고, 후속 조치를 위해 관련 단체, 학회, 의료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관련 협의체(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 의료감염협의체 등)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 단체로서의 역할을 위해 메르스 대책본부,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단계별로 대응하고, 대한의학회와 공동으로 국가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안) 및 세부 개선과제를 제안했다.

이하에서는 메르스 후속 조치로 이루어진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 등의 주요 내용을 점검하고, 감염병 예방관리 정책의 방향성을 검토했다.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보상
메르스 확산이 정점이던 시기 정치권은 연일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의료진을 격려하며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메르스 확산 시점별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의 손실 규모를 조사(3차례)해 메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의원들에 대한 손실보상의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진료·격리하거나 병동을 폐쇄한 의료기관 등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의료기관 176개소, 약국 22개소, 상점 35개소로 총 233개소이고, 총 손실보상 규모는 1781억원 규모였다.

손실보상금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진료 및 격리한 실적,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폐쇄한 병상 수 또는 휴업한 기간 등에 따라 산정됐다.

정부가 메르스로 인한 의료기관들의 손실을 보상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진료에 전념한 의료기관들의 손실을 보전하고자 한 최초의 사례라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초기 보상예산안이 5000억원에서 반으로 삭감되고, 손실보상 대상에 직접 피해의료기관이 일부 누락되어 의협 측이 추가 포함을 요구한 과정 등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초기 정부 차원에서 보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직접 피해의료기관으로 한정된 보상대상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메르스가 우리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과 타 산업분야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간접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지난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건양대병원 임시진료소를 방문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정치인들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그러나 메르스 확산 당시 국민들이 의료기관의 이용 자체를 꺼려함에 따라, 의료계가 타 산업분야에 비해 피해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었고, 메르스로 인한 피해정도가 경영상에 큰 영향을 미쳐 폐업을 한 의료기관도 있다.

이에 향후 메르스와 같은 공중보건위기 상황 시 손실에 대한 보상 외에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기관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한편 의료인에게 있어 감염병의 유행은 감염에 노출된 의료현장에서 진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자 의료인의 가족들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정신적 부담을 함께 지울 수 있다는 점(Marsh, 2008)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정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의 한계
메르스 사태가 정점이던 지난 해 7월 대한의사협회 메르스 대책본부 산하 메르스 정책위원회는 대한의학회 및 유관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안)' 및 세부 개선과제 등을 제안했다.

주요내용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의료이용체계와 의료이용문화의 개선, 응급실 의료체계 개선, 국민안전을 위한 의료계의 자율적 감염병 예방관리 활동 지원, 국가 중점관리 감염성질환 예방관리 철저, 의료계와의 공조를 통한 위기관리소통체계 구축, 질병관리본부의 승격, 감염병 예방관리 분야 첨단기술 연구개발 체제 확립, 인적자원 확충, 국가 감염병 예방관리 분야 국제화 추진 등이다.

이 제안들은 국회 메르스 특별위원회 및 관련 토론회, 학회 등에서 공론화 되어 정부의 국가방역체계 개편과정에 일부 반영되었고, 세부 내용들은 정부 주도의 관련 협의체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관계부처 합동의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신종감염병 대응 24시간 긴급상황실 설치, 위기관리소통 강화,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 역학조사관 증원,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초기에 즉각 대응체계를 구축하며 메르스 대응 초기 실패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일부 담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했지만 여전히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감염병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이고, 감염병 전문병원 역시 공청회가 개최됐지만 전문가들의 우려가 대부분이다.

역학조사관 확충의 문제 역시 우수인력 유치의 계획은 세웠으나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4곳만 감염병 관리본부가 선정됐고, 정부 지원 예산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48개에 이르는 중점과제들의 기한을 올해 하반기까지로 정해놨으나 세부 계획들의 진행과정은 관심을 갖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메르스 대책본부 산하 메르스 정책위원회는 대한의학회 및 유관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안)' 및 세부 개선과제 등을 제안했다.ⓒ의협신문
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 위해 '규제'보다 '지원' 강화해야
지난 5월 1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감염예방관리 관련 수가개편 방안을 보면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기본 기조는 '지원' 보다는 관련 기준과 요건의 강화 즉 '규제'이다.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주문한 깜짝 놀랄 규제개혁과는 상반된 방향이다.

국가의 감염예방관리 정책의 방향은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지원' 중심으로 전향해 의료기관의 감염예방관리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정부 중심의 적극적인 투자로 감염예방관리 인프라를 확대해야 하고, 이미 설치된 감염관련 시설의 관리 및 운영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또 다른 위기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인력 문제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족한 역학전문가 확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인력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편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관련 정책에는 감염병 발생 시 환자를 최초로 접촉하는 동네의원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매우 미진하다.

더불어 보건소가 지역 보건당국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소의 감염병 예방 및 격리환자의 관리역량 강화와 감염 확산 시 감염성 환자의 선별진료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민들의 인식변화와 의료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홍보와 캠페인도 더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는 감염병에 대응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그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중보건위기 상황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 후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대비체계 마련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감염예방관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방역체계 개편방안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