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분만 1인실 급여화, 분만 인프라 붕괴될 것"

"분만 1인실 급여화, 분만 인프라 붕괴될 것"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7 06:57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 경영악화·산모 건강권 위협 우려
일률적 초음파 급여화 횟수 문제...질병 확인 어려워

▲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26일 분만 관련 1인실 급여화와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의협신문 고수진
정부가 분만 시 1인실 및 초음파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부인과의사들은 분만 인프라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6일 '분만관련 1인실 급여화와 초음파 급여화 공청회'를 열고,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오는 9월부터 분만 전·후 일정 기간에 1인실 상급병실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입원료의 50%를 지원키로 했다. 또 10월부터는 임신부 초음파 검사에 대해 기본 적용 횟수를 정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의료계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홍주 산부인과의사회 학술자문위원은 "2000년도 분만 인프라는 1570명에서 2011년 808명으로 10년간 48.5% 감소했다. 분만 의료기관도 200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분만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적자발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제왕절개 1건당 250만원·정상분만 1건당 130만원으로 책정해 월 분만건수 20건(제왕절개 35%)의 매출을 계산한 결과, 제왕절개수술은 총 1625만원·정상분만수입은 1755만원으로 월수입은 총 3380만원이 된다.

그러나 ▲분만시설에 대한 유지비용으로 간호사·식당직원·당직의사·마취과 의사 초빙료 등의 인건비 월 3941만원 ▲시설운영비·재료비 등 기타 1740만원 등이 소요되면서 총 지출은 5681만원으로 책정됐다. 결국 총매출에 비해 2301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43곳이 개업하면 96곳이 폐업하며 높은 폐업률을 보이고 있으며, 결국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 의원이 2004년 56.5%에서 2007년 62.3%로 증가하고 있다.

이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분만 관련 1인실과 초음파 급여화는 분만병의원 경영악화를 더욱 촉진시키게 된다"며 "결국 분만인프라 붕괴를 가속화 하고 분만 취약지 문제를 악화시켜 산모의 건강권은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 ⓒ의협신문
"감염 질병먼저 병실 급여화해야"..."상급병원 쏠림현상 가속" 지적

토론자로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도 우려감을 표했다.

이근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보험위원회 고문(강남성심병원)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었듯이, 감염 문제가 시급한 질병 먼저 병실 급여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분만은 암과 같은 질병도 아닌데 가장 먼저 급여화가 이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급여화를 하려면 실제 의료기관에 있는 의사와 산모들의 의견을 먼저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급병실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한데, 이를 일률적으로 급여화 하는 것은 타당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책은 공급자의 의견을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재유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정부는 낮은 수가의 근본적 문제해결을 무시하고, 해결 의지조차 없다"며 "이번 1인실과 초음파급여화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대로된 출산 정책 수입 없이 생색내기 정책일 뿐"이라며 "결국 1인실 급여화로 상급병원으로 쏠림 현상을 심화하고, 산모가 아닌 수술환자나 타과 일반환자의 상급병실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음파 급여화로 횟수 제한의 문제도 언급됐다. 실제 서울 등 전국 13개 기관에서 출산한 여성 759명에 대해 임신 중 시행받는 초음파 횟수에 대한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가 초음파 검사를 7회 이상 받기를 원했다. 전국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개원의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임신 기간 내내 평균 12회의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다.

최석주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임신부에게 초음파 검사는 태아를 확인 하는데 중요한 검사"라며 "초음파의 난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임신 상태에 따라 초음파 횟수는 달라지게 된다. 설문 조사 결과처럼 7회 이상의 초음파 검사를 원하고 있는데, 모든 임신부에게 일률적으로 급여화 횟수를 정하는 것은 오히려 질병 확인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욱 산부인과의사회 경기지회장은 "현재 산후조리원비로 300만원 이상 쓰는 현실"이라며 "과연 저출산의 원인이 산전진료비 때문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분만비와 보장성강화만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산모들이 원하는 것은 질 좋은 산부인과 의사와 제대로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 경기지회장은 "산모도 의사도 보장성강화를 원하는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안전한 분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단순히 분만비용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우려에도... 보건복지부 "보장성 강화 일환" 주장

▲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이런 의료계의 우려 목소리에도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보장성강화는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동일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면 싫어할 사람은 누가 있겠냐. 이런 흐름을 부정해선 안된다"며 "이번 정책 제안으로 저출산 대책의 일환도 있지만, 전체적 보장성 강화에 따른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과장은 "분만 관련 1인실 급여화와 초음파 급여화에 대해 무작정 부정해서는 안된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어왔기  때문에 정책으로까지 논의된 것"이라며 "이미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만큼, 이제는 어떻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