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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공포…의협의 역할과 과제
신종 감염병 공포…의협의 역할과 과제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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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위원회·연구조직 구성해 언론대응 능력 키워야
③이재갑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전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T 위원장)
메르스 발발 직전인 2015년 봄. 에볼라 긴급구호대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의 김형규 위원장으로부터 신종감염병 TF 위원장직을 제안 받고 한동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때부터 김우주 위원장을 보필하기 위해 위원으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갑작스런 위원장직 제안에 경험이 많지 않고 아직 위원장이란 직책이 너무 무거웠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그다지 활동이 많지 않으니 부담갖지 말라는 김형규 위원장의 설득에 어렵게 수락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직책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서 메르스 상황이 발생해 본의 아니게 대한의사협회의 메르스 관련 업무에 많은 부분을 꾸려가게 됐다.

의협 신종감염병대응 TFT의 활동
메르스 발병 당시 의협 신종감염병대응 TFT의 첫번째 일은 의사 회원들에게 정확한 메르스의 발생 상황을 전파해 교육하고, 의사 회원들이 어떻게 이러한 감염병 위기에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의 마련과 홍보였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의 도움을 받아 마련된 메르스 대응 지침을 의협 회원들에게 필요한 형태로 수정해 배포했고, 의협 회원들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두번째는 대국민 홍보였는데,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휩쓸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간담회나 언론 인터뷰, 방송사의 시사프로나 토론 프로그램에 신종감염병TF 위원장으로 참여해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춰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환자 발생이 늘면서 환자들이 처한 어려움이나 격리 대상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협내 상담전화를 개설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어서 의협 회원들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채널도 구축하도록 했다. 격리 대상자들이 격리 기간동안 잘 지내실 수 있도록 전문학회의 감수를 받아 '메르스 자가격리 권고안'도 발간했다.

세번째는 대정부 협력과 비판의 업무였다. 메르스 초기 방역 시스템의 헛점에 대해 기자간담회와 국회의원 간담회 등에서 의협의 대표로 의견을 제시해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줬다.

또 메르스 환자에 노출된 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손실 보상에 관해서도 언론과 정부내 여러 경로를 통해 의료기관이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 메르스 발병 당시 '의협 신종감염병대응 TFT'의  역할은 의료진에게 메르스 대응 지침을 신속히 전달, 교육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불안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었다. ⓒ의협신문
신종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협의 주요 역할은?
메르스 유행이 잠잠해지던 시기에 그간의 몸과 마음의 상처로 인해 위원장직을 회장님께 반납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현재는 살아가고 있지만 그 당시 의협회원들과 국민들에게 더 나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는 없었는가에 대해 아직도 반성과 고민중이다.

앞으로 이러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사협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번째, 대한의사협회 위상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의협은 한국에서 의사로 살고 있는 모든 의사들의 대표 단체이다. 그러나 신종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협은 주로 개원의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대한의학회는 전문학회를 대변하는 단체로, 대한병원협회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대변하는 단체로 활동한 것처럼 인식됐다.

즉, 의협은 모든 의사들의 대변 단체로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개원의 뿐만 아니라 대한의학회를 구성하는 전문학회내의 의사들,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까지도 대변해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위상의 문제로 정부와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전체 전문학회나 병원협회 보다도 우선시해 대표자 역할을 담당했어야 함에도 의사 단체 중의 하나로서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만 의협과 의학회는 공조의 입장을 보여 크게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병협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상황을 대변할 수 밖에 없어서 몇몇 쟁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또 직역 간, 전문학회 간 갈등 상황이 언론에 왜곡돼 전해졌을 때 의협이 조율하고 오해를 풀어 협력하면서 일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했음에도 이런 조정자 역할은 많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의협의 위상 강화를 통해 많은 의사들의 지지를 받는 단체로 거듭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의사를 대표하는 전문인 단체로서의 권위의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의협은 대한감염학회·대한예방의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역학회 등 전문학회와의 협조와 공조를 통해 의사 회원들의 신종감염병 대비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장기적인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의협신문
두번째, 의협 내에 신종감염병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진 위원회와 연구조직이 필요하다.

앞으로 수많은 신종감염병들이 국민들과 의사 회원들을 메르스 때와 같은 공포감에 언제든 빠져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의협은 대한감염학회·대한예방의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역학회 등 전문학회와의 협조와 공조를 통해 의사 회원들의 신종감염병 대비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장기적인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의협의 감염병에 대한 전문성이 전문학회와의 공조를 통해 정립되면 추후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협의 위상과 대정부 정책 제안에도 더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국민, 대의사 홍보사업을 의협의 주도하에 전문학회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의협 내 구성된 신종감염병위원회와 연구조직을 통해 사업수행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언론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신종감염병이 유행을 하게 되면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언론을 통한 대국민 홍보와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서 의협의 언론대응 능력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미 대변인 제도를 운영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지만 신종감염병과 같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변인이 언론 대응 과정을 모두 담당할 수 없으므로 감염병 전문가 중에서 언론대응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키우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의사회원들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신종감염병TF 위원이었던 SBS 기자의 정확한 상황 분석과 언론대응에 대한 조언이 의협의 언론대응에 상당한 도움을 줬던 기억이 있다.

체계적인 언론 대응을 통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면 의협의 위상과 전문단체로서의 위상도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메르스의 상흔이 아직 다 가시지 않았고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인해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는 시기이다.

의협과 메르스의 한복판을 동행했던 기억들이 가끔은 아프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지금은 감사와 보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앞으로 메르스와 같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의협이 더 나은 모습으로 국민과 의사 회원들에게 신뢰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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