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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마라톤 수술하고도 1000만원 배상한 사연
10시간 마라톤 수술하고도 1000만원 배상한 사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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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명료한 환자에게 직접 설명안했다면 '자기결정권' 침해
서울지법, "설명은 환자 본인에게...설명의무 위반 위자료 가족 제외"

▲ 서울중앙지방법원
10시간 동안 뇌종양 수술에 매달린 의료진에게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지만 설명의무 위반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A·B씨 부부와 3명의 자녀가 C대학병원과 D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9억 6000만원대 손해배상 본소(2013가합545273)와 C대학병원과 D의사가 A·B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청구 반소(2014가합588307) 재판에서 이같이 판결하고, 소송비용의 9/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2012년 12월경 두 차례 발작 증세를 보인 후 인근에 있는 E대학병원에서 좌측 전두엽·측두엽 내측·섬엽을 침범한 뇌종양 진단을 받았으며, 2013년 1월 21일 C대학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C대학병원 입원 당시 A씨의 의식은 명료했으며, 도수근력검사에서 상·하지 좌·우 근력 모두 5등급으로 정상이었다.

D의사는 2월 7일 07시:50분경부터 17:50분까지 '개두술에 의한 뇌종양제거술'이 진행했다. 뇌압은 매우 높았고, 경막이 열리자 높은 뇌압으로 인해 전두엽이 경막 밖으로 밀려나왔으며, 출혈도 발생했다. 지속적인 뇌부종과 함께 측두엽이 부어오르면서 측두엽 동맥 출혈 소견도 보였다.

D의사는 출혈 부위를 전기소작하면서 지혈하고, 전두엽 기저부와 섬엽에 있는 나머지 종양을 제거했다. 통상 7∼8시간인 뇌종양제거술에 10시간을 매달렸다.

수술 직후 뇌MRI 검사에서 전반적인 뇌부종과 뇌기저부·뇌표면·실비우스 열 등에서 지주막하 출혈·좌측 전대뇌동맥 영역의 허혈성 뇌경색 소견을 보였다.

A씨는 2월 9일 글라스고우 혼수척도(GSC)를 기준으로 개안(4점)과 운동반응(6점)을 보이는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으나 도수근력검사에서 우측 상지 1급, 우측 하지 2급 상태로 편마비 증상을 보였다. 2월 10일 뇌CT검사에서도 특별한 변화는 없었으며, 2월 20일부터 재활 치료를 받다가 9월 4일 퇴원했다.

A씨는 현재 허혈성 뇌경색과 우측 편마비로 인한 운동기능·일상생활 수행능력·인지기능 저하로 보호자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상태.

A씨와 가족은 수술 과정에서 동맥을 손상시키거나, 뇌압상승에 대한 적절하 사전조치를 하지 않아 다량의 뇌출혈을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허혈성 뇌경색에 의한 악결과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합병증·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수술 과정에서 뇌동맥 손상과 뇌압상승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하지 않아 출혈을 야기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뇌출혈이 의료과실이라기 보다 뇌종양에 따라 발생한 뇌압상승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개두술을 할 때 통상의 경우보다 두개골을 넓게 열고, 뇌척수액을 미리 빼낼 수 있는 관을 삽입하는 사전 조치를 하는 것이 적절하기는 하나 수술 전 뇌MRI·CT 검사결과, A씨의 상태를 비추어 볼 때 뇌압상승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술동의서에 개두술에 의한 뇌종양 제거술을 할 때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합병증으로 뇌부종이나 뇌출혈이 기재돼 있고, 뇌부종·뇌출혈과 2차적으로 발생한 허혈성 뇌경색·우측 편마비 등이 통상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술 전날인 2월 6일 22:14분경 배우자인 B씨에게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자필 서명을 받은 점,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무렵의 간호기록지 기록에는 A씨의 의식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기재한 점, 수술동의서에 환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 또는 보호자가 서명한 사유를 '환자에게 심적 부담을 주어 건강 침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기재한 점을 들어 환자인 A씨에게 설명을 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인해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만 입증하면 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위자료 뿐 아니라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상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때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는 A씨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이를 거부하고 다른 대안적 치료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손해배상 범위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은 환자의 승낙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상대방은 환자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의 가족은 상대방이 될 수 없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는 환자인 A씨 것만 인정되고, 나머지 원고들의 독자적인 위자료 청구는 이유없다"면서 1000만원의 위자료만 A씨에게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C대학병원이 A씨와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채무와 관련한 반소청구에 대해서는 2013년 2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발생한 진료비 1469만원을 반소장 부본이 송달된 2014년 12월 8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를, 2014년 12월 9일부터 2015년 9월 30일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및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1항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 정한 연 20%를, 2015년 10월 1일 이후에는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개정에 맞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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