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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② 건보재정 최대 흑자 17조원...주인은?
[수가협상] ② 건보재정 최대 흑자 17조원...주인은?
  • 박소영·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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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원 최대 건보 흑자에 너도나도 "내 꺼" 주장
수가인상 통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으로 활용돼야

 

 
의원급은 모든 지표에서 종별 최악을 기록한 만큼 어느 때보다 수가인상이 절실하나, 올해도 수가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 단체들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건보공단 누적 흑자 17조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언제나처럼 "두 달이면 흑자는 모두 소진된다"며 꿈도 꾸지 말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정부를 비롯해 시민단체들도 날로 급증하는 흑자에 "이 돈은 내 돈이다" 눈독을 들이며 공급자 단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1조 5600억원에 불과하던 건보공단 누적 흑자는 2013년 8조 2203억원으로 훌쩍 뛰었으며 2015년에는 그 두 배인 16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2019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다.  

 

흑자를 움켜쥔 건보공단은 단호하다. "미지급 진료비 4조 5891억원을 제외하면 2개월(12조 3909억원) 진료비에 불과할 뿐이다. 건보재정은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25년에는 고갈될 것"이라며 "건보재정 부족에 대비해 누적 흑자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만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공급자 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까지 가세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누적흑자는 국민 보험료로 형성된 일종의 '공공재'인 만큼 이를 노리고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3월 건강보험을 비롯한 7대 사회보험 적립금을 해외 투자 등에 활용해 수익률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고수익을 노리는 만큼 사회보험기금을 외부에 위탁 운용하겠다는 게 핵심.

그러자 무상의료운동본부와 보건의료단체연합까지 반발하며 "흑자분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겠다는 후안무치한 발상이 웬말이냐. 건보재정의 연속 흑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들이 병원 이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누적흑자는 보장성 강화에 사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거든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맞섰다. 가입자의 희생 덕분에 흑자가 쌓였다 간주하며 '물타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의 본질을 바로 봐야 한다. 건보공단의 곳간이 다시 없이 풍요로워진 가장 근본 이유는 공급자의 희생 때문이다.

한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은 재정이 어려워질 때마다 공급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왔다. 이 덕분에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재정 흑자가 이뤄진 지금에도 적절한 수가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에라도 공급자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급자 배려의 측면뿐 아니라 정말로 국민을 위한다는 큰 틀에서도 누적흑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쓰여야 한다며,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이 붕괴되며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격화된다면 향후 가장 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며 "단순히 건강보험료 인하 등 미시적 정책이 아닌, 국민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란 거시적인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종별 최악을 기록한 의원급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망가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건보재정 누적흑자는 의료계에 투입돼야 옳다.

이제는 '국민건강 보호'란 대명제를 위해 건보공단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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