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먹는 젤잔즈, 생물학적 주사제 대체할 것"
"먹는 젤잔즈, 생물학적 주사제 대체할 것"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5.17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시야 다나카 일본 산업의대 교수(류마티스내과)

요시야 다나카 교수
방식만을 달리해 본질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면에서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는 '전복'의 성격이 짙은 약이다. 젤잔즈의 출현으로 달라진 것은 그까짓 복용방식이라지만 그 작은 변화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패러다임을 흔들 수도 있어 보인다.

최근 방한한 다나카 교수는 젤잔즈를 "류마티스 치료 패러다임을 흔들 약"이라며 세간의 평가에 힘을 보탰다. 물론 전제가 달렸다. 생물학적 제제만큼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임상시험 결과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성적이다.

다나카 교수를 통해 젤잔즈의 앞날과 생물학적 제제 대체 가능성 등을 짚어봤다.

미국류마티스학회(ACR)는 2015년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항류마티스제제(DMARD) 복용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도·중증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젤잔즈 단독·병용투여를 권고했다.

사실상 TNF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수준의 권고등급을 받아 화제가 됐다. 한국은 지난해 1종 이상의 생물학적 항류마티스 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였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중증의 활동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만 급여가 인정돼 생물학적 제제보다 한 단계 밀렸다.

젤잔즈 임상연구 중 주목해야 할 연구를 소개해달라?

MTX 투여경험이 없는 환자(naive)와 MTX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환자, TNF 억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6개의 글로벌 임상이 진행됐다. 젤잔즈는 MTX 병용 및 단독, TNF 억제제와의 비교 등에서 위약보다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효과가 있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TNF 억제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기존의 경구용 제제에서는 있을 수 없었던 대단히 획기적인 결과다. 젤잔즈는 MTX와 병용요법에서 구조적 손상(관절 파괴)을 유의하게 억제했다.

생물학적 제제는 MTX와 병용투여된다. 젤잔즈는 어떤가?

젤잔즈 단독요법 역시 MTX와의 병용과 마찬가지로 높은 효과를 보였다. 다만 관절의 구조적 손상(파괴) 개선 측면에서는 TNF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MTX와 병용하는 편이 더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상적으로는 젤잔즈 단독요법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지만 관절의 구조적 손상(파괴)을 완전히 막으려면 TNF억제제와 마찬가지로 MTX와 병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직 젤잔즈 단독요법과 관련해 구조적 손상 정도를 본 임상시험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MTX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고령환자에게는 MTX를 쓰지 않는다. 젤잔즈는 MTX를 쓰지 않고도, 생물학적 제제와 비교적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 단독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획기적이다.

효과도 효과지만 젤잔즈의 안전성이 어떨지 주목받고 있다.

6개월에서 2년 정도 비교적 단기간의 위약 비교 안전성 임상시험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이상반응(AE)은 비인두염이었다. 이외에 간기능 장애와 크레아티닌 상승, 호중구 감소, 콜레스테롤 상승 등이 보고됐다. 단기간 연구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2년 이상 최장 9년 동안 한 장기간 연장연구(LTE)에서는 젤잔즈 5mg과 10mg 투여군 모두 감염사례가 약간 늘었다. 특히 주목받은 감염증은 대상포진이었다. 백인 환자보다 한국인과 일본인 환자의 발생빈도가 조금 더 높았다. 백인 환자는 100인-년당 2~3명, 한국인과 일본인 환자는 100인-년당 8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상포진은 조기에 치료하면 대응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악성종양은 다른 경구용(비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제나 생물학적 제제와 비교해 발생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장기 안전성에 대해서는 리얼데이터를 좀더 분석해보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은 시판 후 조사(PMS)를 통해 3년간 6000 케이스의 이상반응 여부를 검토 중이다. PMS 결과를 보면 장기간 안전성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처방경험에 비춰 느낀 젤잔즈의 효과와 안전성은?

임상시험을 하면서 50명의 환자에게 젤잔즈를 투여했다. 젤잔즈의 신속한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MTX를 복용하는 환자는 '속이 안 좋다'는 호소를 많이 하는데 젤잔즈는 그런 사례가 없었다. MTX보다 복용하기 쉬운 약으로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생물학적 제제를 쓰지 않은 환자도 젤잔즈를 복용할 수 있다. 한 중년 여성 환자에게 MTX를 장기투여했지만 관절변형이 왔다. 생물학적 제제를 권유했는데 환자가 주사가 싫다며 거부했다. 그래서 젤잔즈를 처방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요시야 다나카 교수
젤잔즈를 투여한 50여명의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알려달라?

55명의 환자에게 MTX와 젤잔즈를 처방했다. 처방 24주 후 'CDAI(Clinical Disease Activity Index)' 기준 40%가 '관해'를, 70%가 '낮은 질환 활동성'을 보였다. 이중 20%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이다.

젤잔즈 단독요법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기존 패턴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질환 활동성이 높은 경우 일단 MTX와 젤잔즈를 병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덕션(Induction)'과 '유지치료(maintenance)'를 구분해 Induction 단계에서는 관절 손상(파괴)을 억제하기 위해 병용요법을 써야 한다. 유지치료로 접어들면 안전성이 가장 중요해 진다.

'관해'에 들어가면 젤잔즈와 MTX를 병용하지 말고 둘 중 한 가지 치료제로 장기복용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MTX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위장장애를 호소한다. 젤잔즈의 장기 안전성 자료가 확보되면 MTX를 젤잔즈가 대체하는 획기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미국 ACR 가이드라인에서 젤잔즈가 생물학적 제제와 동등한 수준인 'MTX 실패 후 바로 사용'으로 권고됐다.

지금까지 생물학적 제제와 비슷한 권고수준이었던 경구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획기적이다.

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되면 젤잔즈가 생물학적 제제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장기간 주사해야 하는 치료제와 장기간 경구복용하는 치료제가 있다면 어떤 치료제가 선택되겠나? 젤잔즈가 생물학적 제제를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젤잔즈가 출시되고 폭넓게 사용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나?

생물학적 제제는 임상적 관해와 구조적 기능 개선에 대한 장기간 효과를 입증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주사제라는 복용편의성 측면에서 단점이 있고 하나의 분자를 완전히 '녹다운(knockdown)'하는 기전이다. 앞으로 알려지지 않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생물학적 제제는 세포 외부에서 작용하지만 젤잔즈는 세포 내부에서 염증 신호를 억제해 여러 사이토카인과 '성장인자' 등을 제어한다. 그 결과 젤잔즈는 경구제이지만 생물학적 제제와 동등한 임상적, 구조적 개선 효과를 보인다. 상당히 주목하고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젤잔즈 뿐만 아니라 많은 'JAK 억제제'가 개발 중이다. 앞으로 젤잔즈 등을 포함한 JAK 억제제들이 류마티스 치료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