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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진료의뢰-회송' 전달체계 바로잡을까?
집중분석 '진료의뢰-회송' 전달체계 바로잡을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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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개선 목표로 5월부터 1년 간 시범사업 돌입
1차기관 회송 강제성 없어…대형병원 진료협력센터 역할 관건

지난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며 5월 2일부터 1년 간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특히 병원 응급실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막고, 중증이 아닌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으로 되돌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진료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함으로써 건강보험수가 모형의 타당성 및 확대 적용 가능성을 평가해 제도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전원)를 해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들이 다시 1차 의료기관으로 되돌아갈 지는 의문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고 1차 의료기관으로 갈 것을 요청하게 돼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회송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3곳 상급종합병원 시범사업 참여…1차기관과 협력

정부가 시범사업 공고를 내고 참여기관을 접수받은 결과 서울에서는 경희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 그리고 지역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인하대병원·아주대병원·순천향대천안병원·원주기독병원·동산의료원·경상대병원·경북대병원·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 등 13곳 상급종합병원이 최종 선정됐다.

이들 병원은 자체적으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1차 의료기관과 협력진료체계를 활용하게 되며, 환자 의뢰 및 회송을 하게 된다. 또 환자의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계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며, 환자가 의뢰 및 회송에 대해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만 전원시킬 수 있고, 의뢰수가(1만 300원)와 회송수가(4만 2240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의뢰기관 의사가 환자와 대면하면서 전화 또는 화상시스템을 이용해 자문기관의 전문의와 협력진료를 한 경우에도 수가(의뢰기관 1만 1920원, 자문기관 1만 6570원)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를 의뢰받고 회송시켜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일제히 협력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계시스템은 제대로 굴러갈까?

그러나 환자를 의뢰 및 회송시 자료를 전자적 방식으로 등록할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계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에 문제 없이 잘 굴러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중계시스템을 이용할 때 속도가 중요하다"며 "여러 곳의 1차 의료기관이 중계시스템에 들어가서 로그인하고, 환자의 정보를 등록하고, 서식을 첨부하는데, 이 때 시스템이 속도가 늦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불편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의뢰 및 회송시스템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스템이 확대되면 전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 그리고 협력기관들이 중계시스템을 통해 모든 환자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정책개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들이 진료한 환자들에 대한 정보가 모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모든 환자의 자료가 전자적 방식으로 등록이 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사업을 확대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기 다른 병원 시스템 및 서식 통일시키는 것도 문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 및 상급종합병원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저장하는 방식과 관련 각기 다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또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양식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통해 전산 시스템과 각종 서식을 통일시키는 것도 결정돼야 한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시범사업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식을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려면 서식을 통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마다 의뢰 및 회송할 때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이 다른 것도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표준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1차 의료기관에서 의뢰서를 심사평가원 중계시스템에 등록할 때의 불편함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를 중계시스템에 등록할 때 모든 정보를 새롭게 작성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1차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던 화일을 첨부만 해도 등록돼야 하는데, 새롭게 중계시스템에 로그인해서 등록을 하려면 많은 부담이 따르게 된다.

 

1차 의료기관은 의뢰하던대로…상급종합병원 회송은?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1차 의료기관에서는 기존에 환자들이 원할 경우, 또는 질환이 경증이 아니라 중증이 예상될 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의뢰) 일을 그대로 하면 된다. 물론 환자의 동의를 구한 다음 진료정보를 새로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의뢰는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 갔던 환자들이 다시 1차 의료기관으로 되돌아 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가 된 환자들, 그리고 기존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으로 회송되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에 상급종합병원에서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1차 의료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의뢰 및 회송 시스템이 잘 굴러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른 질환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을 굳이 떠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은 새로운 환자들이 들어와야 수익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회송에 대해 적극 홍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환자 본인이 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회송수가는 물론 회송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강제성을 부여해야 회송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A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뢰를 해준 1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다시 회송했는데 20% 정도만 돌아갔고, 나머지는 어느 기관을 이용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김용익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차 의료기관으로 갈수록 회송사례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43곳의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18곳의 병원에서는 최근 1년 간 단 한명의 경증환자를 1차 의료기관으로 회송시키지 않았고,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회송건수는 환자 1000명당 1.6명에 그쳤다.

상급종합병원 '진료협력센터' 역할 커져

정부가 진료 의뢰 및 회송시범사업을 하는 이유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경증환자들이 쏠리는 것을 막고 1차 의료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으로 의뢰된 환자들이 제대로 회송되지 않으면 정책은 실효성이 없어지게 된다. 물론 회송수가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어떻게든 회송사례를 늘리려 하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협력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진료협력센터는 협력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환자를 다시 회송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협력센터가 기존에 형식적으로 운영했다면 시범사업을 계기로 인력이 보강되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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