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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경쟁력·진취성 건강보험제도가 막았다"
"의료계 경쟁력·진취성 건강보험제도가 막았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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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철 연세의대 교수 "고령화·만성질환 시대 오는데 제도는 예전 그대로"
병협 정기총회 학술세미나 '보건의료 개혁 과제와 병원계의 바람' 주제

▲ 13일 열린 병협 정기총회 학술세미나는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향후 2년간의 과제와 병원계의 바람'을 주제로 병원계 현안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 박상근 병협 회장(오른쪽)이 좌장을 맡아 세미나를 진행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의료계의 경쟁력과 진취성을 건강보험제도가 가로막아 왔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3일 대한병원협회 정기총회 학술세미나에서 "감염성 질환에 맞춰 발전해 온 건강보험제도로는 앞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과 비감염성 질환의 증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암 5년 생존율은 미국이 29%지만 한국은 73%로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한 박 교수는 "적은 인력으로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젊은 의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외과를 기피하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수준이 지속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병원들은 선택진료비를 비롯한 비급여와 장례식장·주차장 수입 등으로 버텨 왔지만 보장성 강화로 인해 비급여가 줄어들고, 원가의 50%에도 못미치는 중환자실 수가는 여전히 제자리"라며 "건강보험제도라는 동물원의 울타리 속에 37년 동안 갇혀 지내면서 경쟁력과 진취성을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미국 메디케어도 하나의 서비스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힌 박 교수는 "건강보험제도를 노령화와 만성질환을 비롯해 비감염성 질환에 적합한 형태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이날 학술세미나에서 '보건의료 개혁을 위한 향후 2년간의 과제와 병원계의 바람' 주제발표를 통해 "협상을 통해 적정한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새로운 보건의료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명예교수는 "의료분야의 규제완화와 의학분야의 융합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미래 보건의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맞춤형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정토론에 나선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임종·왕진 케어를 비롯한 틈새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 해외진출 등 인도적 차원이 아닌 산업적 측면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도서·산간·벽지 등과 같이 의료접근권이 지리적으로 제한돼 있거나 중증장애인과 같이 신체상의 이유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와 같이 극히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허용하되 동네의원의 일차의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제도 개혁부터 선행해야 한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를 거친 후 결과에 따라 확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영진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경희의료원장은 "의료수익에서는 적자이다 보니 장례식장이나 매점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낮은 수가로 인해 병원 종사자들에게 월급을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개탄했다.

"잘못된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정부·국민·환자 등이 소통함으로써  삼자가 만족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임 의무부총장은 "우선 수가를 개선해 병원경영을 정상화하고, 양질의 의료와 국민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제도를 바꾸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면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박상근 병협 회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길이 뭔지는 알지만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면서 "학술세미나를 계기로 건강보험제도 도입 40주년을 맞는 내년에 대혁신이 이뤄지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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