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항암신약 급여가격 얘기다.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자연스럽게 결정하면 모두가 좋았을텐데...
항암신약 시장은 소수의 혹은 한 명의 공급자가 다수의 수요자를 대상으로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시장실패' 분야다.
대다수의 정부는 이런 시장실패라는 난제를 공급자와의 협상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다수의 소비자 혹은 국민을 대리해 정부가 항암신약 제조사와 협상에 나서 '협상가격'을 도출한다.
당연히 협상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덜'주려는 대리인과 '더'받으려는 제약사간의 줄다리기는 치열하다.
환자와 보험 가입자, 시민, 의료계, 언론 등은 이 시장실패 속에서 협상시스템이 굴러갈 수 있도록 양측을 독려하고, 감시하고, 압박하는 일종의 심판 역활을 맡고 있다.
심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적절한 수단을 행사해 양측 사이의 균형을 잡아줄 때 이 시스템은 불완전하게나마 돌아간다.
10일 설립된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에 다국적 제약사측이 참여하고 있는 점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심판을 봐야 할 주체들이 다국적 제약사와 나란히 서서 다른 편에 있는 정부를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협력단은 항암신약 등재율을 높이고 등재시기를 단축해야 한다며 돈을 더 '지불'하라고 정부측에만 날을 세웠다.
원론적으로 환자의 접근성은 '더' 지불할 때도 커지지만 '덜' 받으려할 때 역시 커진다. 접근성을 키우라는 사회적 요구가 정부만을 향한 압박이 돼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협력단은 다국적 제약사와 한 편에 서서 정부만을 압박하기 보다 양측이 이 난제를 풀기위해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협력단이 선수로 뛰기보다 심판이 돼서 '균형추' 역할을 할 때 환자 접근성을 키우는 힘은 최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