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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6 21:21 (화)
메르스 그 후 1년, 바뀐 건 없다
메르스 그 후 1년, 바뀐 건 없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5.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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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산업 노사 포럼서 비판 목소리 이어져
전달체계 여전..."의료시스템을 문화의 틀에서"

▲ 메르스 사태 이후로 여러 정책이 강화됐지만 바뀐 건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토론회. ⓒ의협신문 박소영
지난해 5월 메르스라는 국가적 사태가 발생한 지도 벌써 1년. 정부는 부랴부랴 감염병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작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016 보건의료산업 노사공동포럼이 주최한 '메르스 사태 그 후 1년, 보건건의료산업 노사는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 토론회가 9일 오후 1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박종훈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는 "메르스 사태 이후 무엇이 변했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메르스 사태의 주범인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건 여전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박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바뀐 건 질병관리본부의 위상이 올라가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출신으로 바뀐 게 전부"라며 "정부의 방역체계 개편과 감염관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할 수 없다. 메르스 사태 당시 의료진이 많은 노력을 했던 건 맞지만 메르스를 이겼다기보다는 잦아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발언했다.

또 "지금도 경증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건 전혀 어렵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한 번에 개선되는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병실은 각종 환자들이 뒤엉켜있고 간병하는 사람들이 상주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염관리는 원칙적으로 여전히 불가능하다. 의료시스템을 문화라는 전체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권용진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실장 역시 다양한 노력에도 의료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위험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감시 및 신고체계는 잘 마련된 반면, 병원의 근본적인 감염관리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감염관리 수가 일부가 조정됐지만 의료진이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 과정에서 보험료 인상이나 조세출연이든 재정을 더 투입하게 된다면 '더욱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체계'에 대한 국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 지갑을 여는 건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이 체계가 어떤 지표의 개선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어떻게 국민 신뢰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왕준 서남의대 명지병원 이사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년 전 논의했던 의료전달체계 개편 내용을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이제 와서 주치의 등록제와 단골의사제, 병상총량제를 한다고 한들 설득력이 없다. 1∼3차의료간 칸막이를 높인다고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출발점이 단지 국민 의료비를 낮추거나 중소병원 및 의원급을 도와주는 데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 현재는 1∼3차의료간 의료제공이 연결되지 않아 통합 의료가 제공되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체계로 거듭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메르스 사태 이후로 강화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간호인력 수가 보전 외에도 시설 확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정 경희의료원 인력관리본부장은 "경희의료원의 경우 1개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한다면 15명 정도의 인력이 추가 투입돼 연간 6∼7억원이 소요된다"며 "인건비 비중이 60%에 달한다. 일반 기업이라면 다 망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전동침대를 비롯해 각종 시설 확충을 위한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며 "인건비로 보상돼야 할 수가 외에도 일시적으로 들어가는 시설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어야 국가에서 원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자리잡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윤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의료관리학교실)는 "건보재정 누적 흑자가 사상 최대치인 17조원에 달한다. 이는 경기가 나빠져서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았기에 누적된 것"이라며 "의료체계 구조조정을 지금 하지 않으면 10년 후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심 구조조정의 하나는 현재 장비 위주의 수가를 사람 위주의 수가로 바꾸는 것"이라며 "현재의 건보재정 흑자를 활용하지 못하면 그 돈은 제2의 4대강이나 해운업 구조조정에 쓰이게 될 것이다. 10년 뒤 의료체계와 건강보험이 어떻게 될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쌓여있는 건보재정 흑자를 의료계 구조조정에 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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