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로덱스, 유방암 1차 치료 접근성 높여야"
"파슬로덱스, 유방암 1차 치료 접근성 높여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5.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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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담] 폴 맨워링 호주 퀸즈랜드의대 교수
김성배 울산의대 교수
한국과 호주를 대표하는 유방암 치료 전문가 김성배 울산의대 교수와 폴 맨워링 호주 퀸즈랜드의대 교수가 최근 한국에서 만났다. 둘은 수년 전부터 해외 학회에서 만나 이제는 막역한 동료가 된 사이다. 오늘도 역시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앉자마자 최신 유방암 치료 얘기로 끝이 없다.

이날 김성배 교수와 맨워링 교수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큰 화학치료제보다 먼저 써야하지만 각국의 높은 급여문턱을 넘지 못해 유방암 환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항호르몬 치료제 '파슬로덱스(성분명: 풀베스트란트)'의 처방확대 필요성에 의기투합했다.

김 교수는 "처방 기회를 지금보다 확대하기 위해 의료진이 파슬로덱스에 대한 신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맨워링 교수는 "환자마다 특성에 맞는 파슬로덱스의 처방 근거를 만들어가는 것이 처방확대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두 전문가로부터 항호르몬 치료의 장점과 파슬로덱스의 처방확대 가능성을 들어봤다.

폴 맨워링 교수는 1999년 런던대 종양내과 박사 학위를 마치고 2006년부터 호주 퀸즈랜드 의대 교수이자 아이콘암센터 종양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김성배 교수는 1996년 경희의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국립암연구소 연수를 마치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로에 대해 평가해달라?

▲ 폴 맨워링 호주 퀸즈랜드의대 교수

김성배 교수(김): 최근 4∼5년 사이 아시아에서 유방암 관련 국제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서로 돕고 있다. 맨워링 교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방암 관련 연구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저명한 학자다.

폴 맨워링 교수(맨워링): 김성배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유방암 리더 중 한 분이고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임상진료와 관련된 큰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특징은?

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폐경 전후로 나뉜다. 서양은 폐경 후 여성이 60% 이상으로 폐경 전 여성보다 많다. 반면 한국은 폐경 전 여성이 약 60% 정도로 더 많다. 서양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거의 70% 정도이며 한국은 60% 정도로 그보다 조금 적다.

폐경 전과 폐경 후, 그리고 호르몬 수용체 양성과 음성의 비율이 국가별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유방암의 발병 최고조 시기 역시 한국은 평균 48세, 서양은 60대 이후로 다르다. 유방암은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도 서양의 패턴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맨워링: 서양은 2000년에서 2005년 유방암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여기서 서양은 미국과 영국·호주 등 고칼로리 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곳을 의미한다.

최근 호르몬 대체요법이나 빠른 선별검사 덕분에 유방암 발생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아시아는 서구식 식습관이 늘어나지만 선별검사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져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방암 발생은 인종에 상관없이 같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은 약간씩 다를 수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유방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맨워링: 알코올에 비유하면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알코올에 견디는 힘이 떨어진다. 화학요법에 대한 반응 역시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신약 개발이 서양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아시아 환자를 피험자로 하는 연구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리브해 연안 인종 역시 서양 환자보다 약물 대사가 달라 약물의 처방패턴이나 용량 선정에서 중요한 잣대가 될 것 같다.

유전적인 특징을 놓고 보자면 한국 환자와 서양인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다만 유방암에 감수성이 높은 유전자에 음식과 알코올 등 기타 환경 등이 어떤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표준 치료법은?

김: 한국이나 미국임상종양학회 등은 모두 전이성 유방암 치료보다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무게를 두고 권고안을 발표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전신전이가 광범위하지 않고 장기에 전이가 없는 환자는 우선 항호르몬제 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타목시펜과 아로마타아제 억제제, 파슬로덱스 등이 대표적인 항호르몬제이며 세 가지 요법을 모두 쓴 후에도 반응이 없거나 악화되면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로 넘어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 권고안에 따르면 항암화학치료 전에 호르몬 요법을 먼저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항암화학요법 시기를 늦춰 환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김: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많은 의사가 항암제를 선호했다. 아시아는 젊은 환자가 더 많아 암이 좀 더 공격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호르몬제보다 항암제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호르몬에 대한 검사법이 정확해지면서 항암제와 호르몬제가 효과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호르몬제가 부작용이 훨씬 적다는 것이 입증됐다.

항호르몬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1차로 항호르몬제를 사용하고 효과가 없을 때는 2·3차 항호르몬제를 사용한다. 항호르몬제를 충분히 써보고 효과가 없을 때 비로소 항암제로 넘어가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2007년 후반부터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암의 성질을 보고 항암제를 사용할 것인지, 항호르몬제를 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 수용체 여부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암이므로 호르몬 수용체 여부는 치료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 김성배 울산의대 교수

맨워링: 유방암은 여러가지 색깔의 초콜릿이 들어있는 'M&M' 봉지라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순수하게 호르몬에 의해 좌우되는 유방암이 있다. 그런 암은 항암요법없이 호르몬 요법으로 치료하는 게 맞다. 물론 또다른 암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고 동시에 HER2 유전자에도 의존한다.

이런 유방암은 호르몬 요법과 표적항암제를 같이 쓰면 된다. 그밖에 상당히 공격적인 암은 항암요법을 바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이렇게 유방암의 특성별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선별검사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파슬로덱스는 2차 치료제다. 기존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타목시펜과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맨워링: 일반적으로 유방암환자들은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아제 억제제 등 호르몬 요법을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타목시펜보다 아로마타아제가 유방암 재발 방지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아로마타아제를 초기에 투여하는 방식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에도 암이 재발하면 후속요법이 없어 고통과 부작용이 큰 화학요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파슬로덱스는 기존 호르몬 치료제에 추가옵션이 될 수 있고 화학요법 치료 시기를 지연할 수 있어 효용이 크다.

오랜 기간 파슬로덱스를 연구한 결과, 이제 최적의 용량과 사용 스케줄을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파슬로덱스는 환자가 기존 호르몬제에 내성이 생겼을 때 추가적인 약물로 탄탄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기존 제형인 250mg과 비교적 최근 출시된 500mg 투여를 비교하는 연구에서 500mg이 질병의 진행이나 환자의 수명 연장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기존 제형이 1차 치료제와 효과가 동등했다면 새로운 제형은 더 나은 결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김: 70년대에 등장한 타목시펜은 여성호르몬을 유방세포 핵수용체에 묶어 암세포 활성화를 경쟁적으로 차단한다. 90년대에 출시된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는 아로마타아제 효소를 억제해 호르몬을 낮춘다. 폐경 후 여성은 부신과 지방세포, 스트로마와 같은 조직에서 아로마타아아제 효소에 의해 여성 호르몬을 분비한다.

폐경 후 호르몬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조금만 호르몬이 많아져도 암세포는 과민하게 반응한다. 2002년 등장한 파슬로덱스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는 수용체 자체를 하향조절하는, 즉 없애버리는 새로운 개념의 약이다.

초기 250mg 제제를 투여했을 때 기존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와 동등했지만 최근 용량을 500mg로 늘린 후 암진행을 막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mg과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생존연장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파슬로덱스를 1차 치료제로 처음부터 사용하는 안이 나오고 있다. 호주 상황은 어떤가?

맨워링: 호주도 2차 치료제로만 승인하고 있다.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호주 의료진은 1차든, 2차든 파슬로덱스를 쓸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이미 다른 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파슬로덱스는 기존 약이 좀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파슬로덱스의 주요 임상결과를 소개해달라?

 

김: 파슬로덱스는 아로마타아제 투여 후 재발한 환자의 52.4%가 임상적 이점을 나타냈다. 파슬로덱스 500mg은 250mg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을 4.1 개월 늘렸다. 250mg은 메게스트롤이나 아나스트로졸과 비교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최근 1차 치료제인 아나스트로졸과의 비교임상에서 파슬로덱스가 아나스트로졸보다 사망위험을 30% 줄이고 전체 생존기간을 5.7개월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파슬로덱스의 1차 단독요법으로 잠재적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FALCON 3상 연구를 하고 있다.

1차 치료제와 파슬로덱스를 비교연구하는 FALCON 결과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맨워링: 일단 주목하는 것은 얼마만큼 치료위험을 줄일 수 있냐다. 기존 연구의 경우 위험률에 대한 신구간이 좁았다. FALCON 연구를 통해 1차 치료제로 파슬로덱스를 투여하는 것에 대한 보다 명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ALCON 연구에서 파슬로덱스가 새로운 호르몬 요법의 표준 치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 한국에서 파슬로덱스는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와 타목시펜을 사용한 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 대해 쓸 수 있도록 2007년 허가됐다.

폐경 후 환자에게는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와 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아제 억제제, 타목시펜 순으로 투여하고 그 후 파슬로덱스를 쓴다. 호주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가능하면 좋은 약을 더 빠르게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김: 맨워링 교수에게 묻고 싶다. 호주는 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를 쓰지않고 파슬로덱스를 투여할 수 있나?

 

맨워링: 이론과 현실이 많이 다르다. 2만 5000명의 미국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ttern of care'라는 대규모 연구를 보면 호르몬 요법을 받을 수 있는 환자 중 1차 치료요법으로 항호르몬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75%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5% 중 2번째 치료옵션으로 항호르몬제를 투여받은 경우도 25%에 불과했다. 미국 NCCN 등이 호르몬 요법을 쓰고 나서 항암화학요법을 하라고 권장하지만 2차·3차 치료에서 임상현장에서 항암화학요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르몬 요법을 먼저 쓰면 효과도 보고 부작용도 줄이는 좋은 결과가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호르몬 제제를 써서 예후가 좋다는 결과를 전문가들이 자꾸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호르몬 요법에 대한 환자부담은 넘어야 할 한계다.

호주에서도 비용부담 문제로 파슬로덱스를 네번째 치료옵션으로 선택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필요이상으로 조기에 부작용이 심한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파슬로덱스에 대한 환자 반응은?

김: 호르몬 치료는 1·2·3차로 넘어가면 화학항암제처럼 반응률도 줄고 반응 기간이 짧아진다. 파슬로덱스도 비슷한데 일부 환자는 오래 효과가 유지된다. 처음 파슬로덱스가 한국에 출시됐을 때 매달 한 번씩 주사하는 방식이 불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오히려 매달 의사를 만나고 정기적인 체크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환자가 꽤 있다. 처방 후 보통 세 달마다 검진을 받는 다른 항호르몬제와 달리 파슬로덱스는 환자가 2주 혹은 한 달 마다 만나니 '라포' 형성에도 좋다. 어떤 환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파슬로덱스를 흉수없이 6개월 이상 효과를 본 경우도 있다.

Atkins와 Fallowfield 보고에 따르면, 83.3% 환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약물투여 시기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치료에서 보자면 동반 질환 등으로 많은 경구 약물을 처방받는 노인 환자가 복용여부를 깜빡해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환자는 경구약을 선호하고 주사 공포증이 있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 근육주사(IM)에 만족해 한다. 실제로 최신 연구에서 25%의 유방암 환자가 근육주사를 약물보다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내년쯤 파슬로덱스를 1차 치료제로 신청하려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현실은 2차 치료제로 허가됐지만 급여를 받지 못해 사실상 4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치료제의 사용을 보다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 우선 파슬로덱스에 대한 의사와 환자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타목시펜이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제한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비해 파슬로덱스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확실히 막아 에스트로겐 활성화 차단효과가 더 크다는 점, 파슬로덱스가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보다 고통이 적다는 점, 양쪽 둔부에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환자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 파슬로덱스가 우수한 암억제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자꾸 강조하지만 의사의 경험이 중요하다. 의사의 확신이 환자를 통해 알려지고 파슬로덱스를 처방받은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다시 처방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파슬로덱스의 약값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노력이 모이면 보다 파슬로덱스를 더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맨워링: 서양인과 중국 한족의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의 효과를 비교했더니 대사 비율 등에서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파슬로덱스의 투여가 활성화되려면 한국 환자의 특성에 맞는 가장 적합한 용량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그런 맥락에서 파슬로덱스의 새로운 제형인 500mg이 중요하다. 새로운 제형에 대한 정보를 활발히 전달하고 처방경험을 의료진이 폭넓게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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