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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의료급여 환자, 좋은 약 쓸 권리 있다"

"조현병 의료급여 환자, 좋은 약 쓸 권리 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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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장기지속형 주사제'
약물 복용 소홀 문제 해결할 수 있어
정영철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

조현병은 대표적인 중증 정신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만성화 경계로 진행돼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하게 되므로, 조기 중재와 치료에 대한 정부 정신건강정책 상 최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울증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큰 정신건강문제에 가려서 홀대를 받기 일쑤다. 또 조현병 환자의 인권이나 공격성과 같은 부정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에도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의료급여 수가 개선 및 장기지속형 치료제 보장성 강화 등을 발표하면서 의료진 및 조현병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대한조현병학회는 지난 2011년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을 변경하는 등 조현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정영철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을 통해 정부의 '정신건강 종합대책' 실효성을 점검하고, 조현병의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한 학회의 노력을 들어봤다. <편집자>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떤지 궁금하다.

▲ 정영철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

조현병은 가장 대표적인 중증 정신질환이다. 질병에 이환된 많은 사람들이 만성화 경과를 밟게 되고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하게 되므로 국가에서 최우선의 정신건강정책을 세워야한다. 또 조기 중재와 치료가 절실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다른 정신건강문제에 가려서 홀대를 받거나 조명을 받더라도 인권이나 공격성과 같은 부정적 이슈에만 치우치고 있다.

또 국가 연구비에서도 마이너로 취급받고 있어 젊은 연구자들이 점점 조현병을 세부전문으로 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조현병은 중증질환임에도 치료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현병 초발 환자 및 환자 보호자의 80% 이상이 치료의 경과가 좋아졌다고 질환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현병은 경과를 조심스럽게 잘 살펴봐야 하는 중증 질환이다.

또 병원에서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 환자 본인이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해 치료가 중단되곤 한다. 진료비는 부수적인 문제로 판단된다.

환자의 인식 변화가 중요할 것 같다. 학회 차원에서는 인식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병원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권유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일찍 치료를 중단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인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을 바꾼 것이 학회 차원의 큰 성과이다. 또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수가가 하루에 2770원으로 묶여 있어 치료 범위가 넓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다. 이런 차별적인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2015년 당시 대한조현병학회 인식개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용식 교수(서울의대)와 의료급여 환자들의 차별적인 치료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학회는 이러한 역할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며, 의료시스템과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 학회 차원의 의견서 및 성명서를 인권위원회 또는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할 계획이 있다.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의 가장 큰 원인은 '잘 낫지 않는다',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조현병 진단 이후 회복한 분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학회 프로그램을 구상중에 있다.

또 국가 기관에 이러한 회복 환자들의 특징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알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 조현병학회 SNS 계정을 만들어 조현병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와 회복 환자들의 긍정적인 메시지 등을 적극 알리는 활동도 계획중이다.

최근 설립된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중 하나가 '초기 정신증 환자에 대한 코호트 연구사업'이며, 내가 연구책임자로 있다.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3∼5년동안 추적 조사를 진행해 경과를 보는 것이며, 이들 중 회복하신 분들의 특징을 규명하는 것이 연구 목표 중 하나이다.

조현병 치료에서 진료비도 큰 부담이 되지 않나?

회복되는 환자도 있지만, 과반수 이상이 장기간 치료를 받게 되며, 이런 경우 약값이나 진료비 등이 많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가에서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해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장기간 치료받는 한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특히, 의료급여 환자들의 경우, 하루 수가가 2770원으로 묶여 있어 좋은 약제가 있어도 그보다 비싼 약을 처방할 수 없고,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주사제를 원천적으로 쓸 수 없어 차별받고 있다.

조현병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의 수는 어느 정도 되는가?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는 2004년 8만 6172명(건강보험 8만 3984명, 의료급여 2188명)에서 2013년 18만 2146명(건강보험 11만 350명, 의료급여 7만 1796명)으로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으로 계산하면 2004년 265명(건강보험 258명, 의료급여 7명)에서 2013년 524명(건강보험 318명, 의료급여 207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질환이 만성화 되면 대부분이 의료급여 환자로 전환된다. 경과가 길어질수록 미취업 등의 문제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져 대부분 의료 급여 환자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가 상당히 많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의료급여 수급자에 지원하는 정신질환 진료비(2770원)는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 하루 평균 진료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합리적인 수가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효과가 좋은 치료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출시된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외부 활동이 잦은 젊은 세대에게 처방하면 약물 복용 소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증상 개선뿐 아니라 증상 관리가 쉽다는 점 등 좋은 효과들이 많다.

그러나 의료급여 환자들의 경우, 이 주사제의 가격이 맞지 않아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도 상의 문제가 있다. 의료급여에 대한 차별 철폐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해 왔다. 한 번 투여 시 약효가 한 달간 지속되므로 별도로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제도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에서 정신건강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학회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적인 정책의 골격은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주치의제도를 두겠다는 것과 동네의원에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해당되는 문제가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에 진료 의뢰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고무적이고 환영할만한 정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정신적인 문제를 최대한 조기 발견하고 조기 의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목표와 의도는 환영하나, 구체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정신과의원을 제외하고 다른 진료과에서 정신질환 치료제를 장기간 처방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 대책이 모든 의원에서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향후 학회를 이끌어갈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연 1회 개최되던 학술대회를 올해부터 연 2회로 늘리는 등 학술활동을 강화활 계획이다. 또 초발 조현병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서를 제작 중이다. 초발 환자 진료 시 중점적으로 보아야 하는 부분과 조심해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올해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인식 개선 및 차별적인 의료제도 개선,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 발굴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다. '조현병 인식 주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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