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 서구 전통의학 '과학화' 통해 현대의학으로 발전
기고2 서구 전통의학 '과학화' 통해 현대의학으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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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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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구(전 부산시의사회 부회장)
▲ 고병구(전 부산시의사회 부회장)

1800년대 중반 이후 서구에서는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전통의학이 현대의학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맞이했다. 철저한 실험 정신의 바탕 위에서 엄격한 검증을 통해 전통의학의 허(虛)와 실(實)을 밝히고 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접목한 결과였다.

그것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과 어떤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는 연구자들의 학문적 자세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현대의학은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첨단의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지금도 현대의학의 맹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현대의학은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해 환자 개개인에 대한 총체적 사고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각종 의료장비와 검사 수치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고, 감성적 접근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전통의학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의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학과 의술의 모든 영역을 개개인의 의사가 습득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흘러간 전통의학으로 회귀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런 숙제는 앞으로 새로운 과학적 탐구와 연구를 통해 현대의학이 풀어가야 할 부분이다.
가끔 혹자는 아프리카나 호주 원주민들, 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지닌 전통의술의 우수성을 말하기도 한다.

비록 그들이 그들만의 비방(秘方)을 일부 가졌다 할지라도 현대의학보다 그들이 더 훌륭한 의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대의학은 과학이 피워낸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한다. 이 말은 현대의학을 맹종하거나 예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일에 현대의학이 가장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서구의 전통의학이 과학의 발달을 등에 업고 현대의학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동양의 전통의학은 비방(秘方)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에서는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주류로 등장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

거북선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 조상의 뛰어난 발명품이지만 첨단장비를 갖춘 오늘날의 항공모함 앞에서는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미 오래전에 전통의학의 품을 떠나 첨단의학을 맛본 사람들을 향해 새삼스레 전통의학이 본래의 모습으로 다가서려 한다면 그것을 수용할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

현대의학을 버리고 전통의학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국가나 국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도 전통의학의 일부 영역을 보완의학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지만 그것은 현대의학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보완적 수단일 뿐이지 현대의학을 전통의학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구 위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전통의학이 중의학(中醫學)과 더불어 웬만큼 체계화가 돼있는 한의학(韓醫學)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한의학도 중의학도 과학이라는 잣대 앞에 검증되고 걸러지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지금까지 흘러왔다.

진작 서구의 전통의학이 밟아온 발전의 길을 걷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으나 그러지 못한 탓에 까마득히 앞서가고 있는 현대의학과 더는 경쟁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학을 하는 사람은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춰야 함이 마땅하나 의학 자체가 인문학이나 철학이 될 수는 없다.

의학과 의술을 행함에 있어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 익혀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자연과학이라는 냉철한 잣대 앞에 효용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전통의학이 현대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위해 첨단과학이 만들어낸 각종 의료장비와 진단술기를 이용하려는 태도는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치료의 기본원칙을 벗어난 것이며 그런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해 기대하는 결과 또한 얻어낼 수 없다.

전통의학이 아직도 가치 있는 분야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과학적인 바탕 위에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효용성과 안전성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런 후에 그것이 임상적 활용이 될 때 비로소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익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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