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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었는 데 외양간 잘 고치고 있나?

소 잃었는 데 외양간 잘 고치고 있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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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소통·협업 통해 조기 대응·감염병 전달체계 확립해야
정부·의료계 29일 신종감염병 공동대응 포럼...재정 지원 빈약

▲ 신종 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정부-의료계 포럼이 4월 2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조현호 의협 의무이사, 이왕준 병협 정책이사, 이재면 교수, 염준섭 교수, 이선주 팀장, 김창중 과장.ⓒ의협신문 송성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최근 지카 바이러스 환자의 국내 유입을 놓고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메르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손실액은 6조 3627억원(정부 추산)에 달한다.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는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이고, 철저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마련, 조기·단기·중장기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은 4월 29일 프레스센터에서 '신종 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정부-의료계 협약식 및 포럼'을 열고, 민관 협력망을 구축키로 했다.

최보율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장(한양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은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공중보건 위기는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 국가와 개인 모두의 협력을 통해서만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감염병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의료현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환자를 대면하고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의료계와 국가 방역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위기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중심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역할과 협력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아직도 5% 부족한 예산 지원과 일선 현장에서의 애로 사항도 제기됐다.

신종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정부-의료계 포럼에서 김창중 과장, 이선주 팀장, 염준섭 교수, 이재면 교수, 이왕준 정책이사, 조현호 의무이사. ⓒ의협신문 송성철

역학조사 방해 땐 징역형...무시무시한 처벌조항 계염령 못지 않아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중앙역학조사지원단장은 '신종감염병 정부 대응 방향'을 통해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방역 대책을 총괄하게 된다"며 "24시간 긴급상황실(1339)을 운영하면서 현장 즉각대응팀을 파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누구든지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회피 하거나 감염병 발생지역에서 방역관의 통행 제한 조치를 어겼을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 단계에서는 누구든지 의료인에게 의료기관 내원·수진 이력 등을 거짓으로 말하거나 사실을 누락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계엄령 못지 않은 강력한 처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의료기관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지원 이뤄져야

하지만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기한 수많은 문제 중 일부만 반영한 탓에 여전히 미진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최재욱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신종감염병 조기에 발견해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장 대응의 접점에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면서 "민간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메뉴얼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규정에도 없는 검사를 왜 하냐는 식으로 의료기관을 핍박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사전 예방·조기 발견·조기 진단 등 감염관리 활동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소 공중보건위기 대응 역량 위해 기능·역할·조직 재편해야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도 정부의 예산 지원에 무게를 실었다.
조 의무이사는 "지역주민과 지역의료기관의 대응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종 감염병 교육 자료·강사 등에 관해 지원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감염병 관리정책과 체계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보건소가 공중보건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역할·조직을 재편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조 이사는 "국가 비상상황인 메르스 유행 당시 보건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지역사회 보건과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주 대응군이 역할을 하지 않은 채 뒤로 물러서 있었고, 행정적인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지카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보건소의 늦장 대응이 문제가 됐다. 최소한 임신부 행동지침이라도 지역 산부인에 전달해야 했지만 보건소에서는 안내문 한 장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소는 공공의료 본연의 기능 강화해 신종 감염병에 24시간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조 이사는 "보건소가 민간 의료기관과 진료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건강 증진·보건교육·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집중해야 하고, 감염병 관리체계 역시 질병관리본부-보건소-지역 의료기관 및 지역주민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왕준 병협 정책이사(명지의료재단 이사장)는 "중앙 단위의 법률 개정과 행정체계는 정비했지만 허리 단위인 지자체와 일선 단위인 보건소·의료기관은 아직도 정비가 덜 돼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와 16개 지자체·보건소 간의 감염병 전달체계를 어떻게 할 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이사는 "보건소는 진료가 아닌 코디네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개원가에서 감염병 의심환자를 어디로, 어떻게 뺄 것인지 코디네이션 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보건소가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없어 1년에 10명 안팎으로 배출하고 있는 예방의학 전문 인력 양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 모색도 주문했다.

염준섭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는 "새로운 감염병 환자가 있기 전까지 의심하지 못한다. 새로운 첫 감염병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일선 의사들이 질병관리본부에 편안하게 의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환자를 찾아내는 선제적인 검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면 연세의대 교수(미생물학교실)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종간감염은 특별한 예방 및 치료법이 없어 앞으로 인류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예측 불가능한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와 진단기술·백신·치료제 개발에 국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기초의학 연구 분야 지원자가 없어 명맥이 끊기는 상황"이라며 "감염병 기초연구자와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지자체·보건소 인력충원 필요...소통·협업 필요

지자체를 대표해 참석한 이선주 경기도 감염병관리본부 감시체계팀장은 "지자체 보건소에서는 식중독·쯔쯔가무시·인플루엔자를 비롯한 모든 감염병 관리를 한 명의 공무원이 맡고 있다. 시군구는 메르스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자자체 수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인력충원과 물적 지원 방안에 대해 중앙부처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중 광양시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은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메뉴얼이 중앙부처 중심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선 보건소에서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거나 탄력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현장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과장은 "시군구 보건소에서 소통전담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또 소통해야 한다. 혼자가 아닌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곤충 매개 질환 대비해야...우기와 함께 환자 발생 증가

뎅기열 유행 분석을 통해 지카바이러스의 발생을 지역별로 전망한 곽진 질병관리본부 위기분석국제협력과장은 "중남미 북반구는 하절기에 접어들수록 뎅기열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남반구는 브라질과 에콰도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지역은 우기 시작과 함께 환자 발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오세아니아는 동절기에 접어들고 있어 환자 발생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뎅기열·지카바이러스·말라리아 등 모기매개 감염성질환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며 "산발적 유행이나 토착화 예측을 위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염병 위기 대응과 역학조사를 비롯해 24시간 위기상황 신속대응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나성웅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 중이다. 조직은 만들었지만 아직 불안전하다. 주어진 환경에서 협업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소 기능은 진료를 안하는 게 맞다"고 언급한 나 과장은 "보건소의 공공보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보건소 중심의 공공보건체계 개편에 무게를 실었다.

나 과장은 "질병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의 대화와 협업 을 통해 어려움을 커버해 나가겠다"면서 "전문가 포럼을 통해 지자체와 질본, 의료계와의 신뢰 관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질병관리본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4월 29일 신종 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협약식이 열렸다.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단장 최보율)이 주관했다.ⓒ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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