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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사 "절대 부족"
국내 병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사 "절대 부족"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4.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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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서 5일 이상 근무하는 전담전문의 51.1% 밖에 안돼
입원료 30% 올랐지만 여전히 중환자실 수가는 원가의 50% 수준

우리나라 병원의 중환자실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이유는 전담전문의사가 부족하고, 제대로 된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나왔다.

4월 22∼23일까지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5차 대한중환자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대한중환자의학회 백서>가 발표됐는데, 국내 51곳 병원의 중환자실 현황조사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임 회장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환자의료의 수준은 국내 의료환경의 제약요인들과 중환자의료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

그리고 국내 전체 중환자실 병상은 부족하지 않았으나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부분 집중됐으며, 제대로 된 중환자실 병상도 턱없이 부족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백서를 통해 중환자진료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게 된 다양한 이류를 밝혔다.

먼저 중환자전담의료인의 절대 부족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는 중환자실 단위 당 5일이상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은 97개 단위(51곳 병원 중)의 51.1%로 조사됐다.

그나마 2009년도 38개단위의 17.3%에 비교해 그 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학회는 중환자의학세부전문의제도의 도입 효과와 지난해에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성인중환자실에는 전문의 전담의가 필요하다는 복지부의 규정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는 1명의 전문의 전담의사가 실제 몇 명의 중환자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간호인력은 2009년에 비해 전혀 개선이 없었다. 내과계 중환자실의 경우 간호사 1인 당평균 2.9명으로 수간호사나 책임간호사의 숫자를 고려한다면 1인 당 3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4명 이상을 보는 중환자실은 15개로 2009년도 19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501∼1000 병상의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명 당 3.1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가장 최악의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선진국 중환자실에서 필수 요원으로 분류되는 호흡치료사, 중환자실 담당 약사, 사회복지사 등의 보조 인력의 구성은 실제 극히 소수의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예 없으며, 이를 지원하는 보험급여체제도 없었다.

세번째로 학회는 백서에서 국내 중환자실 병상의 지역 편중을 지적했다. 2015년 현재 65%가 넘는 중환자실이 서울·경기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2009년도에 조사됐던 서울·경기지역 56.4%보다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 또 1000 병상이 넘는 대형병원들이 40% 이상의 중환자실 병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는 시급을 다투는 중환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칫하면 중환자들이 제 때에 중환자실에 입실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네번째로 우리나라의 중환자 급여체제는 원가의 50%에 미치지 않는데다가 제대로 중환자실을 운영할수록 적자폭이 더 커지는 모순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백서에서 '우리나라 중환자의료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기술한 고윤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내과)는 "이러한 적자요인으로 인해 국내 3차병원의 다수의 중환자실은 시설은 잘 갖췄지만 인력구조는 매우 부실한 곳이 많다"며 "부족한 인력은 개인의 진료업무 부담을 증대시켜 중환자실마다 간호사 이직률이 높고 이런 숙련된 중환자전문간호사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환자전담전문의 1인을 배치하고 1년 365일 담당 중환자실 진료 책임을 요구하는 3차병원들도 적지 않아 중환자전담전문의들의 고충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환자진료비용을 제대로 급여화 해 진료가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서는 마지막으로 중환자실 관련 법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전문의전담의 규정에 대한 한 차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부실하다는 것.

김동찬 대한중환자의학회 전임 회장
고 교수는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의 고시 규정의 '성인중환자실은 전담의사를 둘 수도 있다'는 규정은 '전문의 전담의를 두어야 한다'로 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1인의 전문의 전담의가 볼 수 있는 최대 환자 수에 대한 규정과 전문의전담의는 중환자의료를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 자격 규정도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중환자실 전담 의료진 배치 문제는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단순한 피부병에 걸려도 전문의를 찾을 정도로 국민의 의료 요구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작 중환자실에서 전문의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에 전담 전문의가 배치되기는 했으나, 병상수와 상관없이 인력만 배치한 것이어서 일본, 미국 처럼 전담 전문의가 몇 명의 환자(병상)를 담당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리고 간호인력이 몇 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 정책 건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찬 대한중환자의학회 전 회장(전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최근 중환자실 입원료가 30% 정도 인상되면서 숨통이 터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중환자실 원가보전율은 50∼60% 수준밖에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 중환자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꾸준히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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