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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제도가 전문가적 양심을 만든다

올바른 제도가 전문가적 양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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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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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소독수가가 신설될 전망이지만 관련과의 반응은 마뜩치 않다.

내시경 소독은 지난 10년간 한푼의 보상없이 오로지 의사들이 환자 안전을 위해 자비를 들여 감수해온터라 소독수가 신설 소식을 반길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내시경소독은 보통 40분이 소요되는데 최근 내시경학회가 추산한 비용은 간호사 인건비 9760원에 재료비·감가상각비·세척액 등을 합치면 1만 7860원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체 분석한 소독원가는 6400원이며 이마저도 관행수가의 3분의 1 수준(1900원~2000원)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관련과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소독수가 신설에 귀를 닫았으나 지난해 초유의 메르스사태에 이어 최근 C형 간염 집단감염사태를 겪으며 뒤늦게나마 감염 관리 및 환자안전 대책으로 수가 신설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미국에서 십이지장 내시경을 시술한 환자 2명이 세균에 감염돼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내시경을 소독하지 않은 채 사용한게 원인이었다.

건강상태를 살펴보는 내시경의 경우 사용할 때마다 높은 수준의 소독을 해야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없이 의사들의 전문가적 양심에만 의존한 채 시술이 이뤄진 한국에서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게 기적이다.

지금까지 감염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건 오로지 의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열심히 소독을 한 덕이지만 의사들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치료재료 보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행 보험수가체계에서는 별도의 수가산정 없이 행위료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C형 간염 집단사태에서 보듯 보상체계가 미비한 제도가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부추긴 측면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의료윤리학자인 권복규 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 "비윤리를 조장하는 건강보험제도는 만병의 근원"이라며 "문제는 의료제도"라고 정곡을 찔렀다.

늦었지만 정부가 임계점에 다다른 내시경 소독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은 그나마 일보 전진한 것이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의 생색내기나 면피용 수가책정에 그친다면 지금까지 지켜온 전문가적 양심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은 내시경 소독과 관련 '환자 안전'에 필요한 재료비와 원가정도는 최소한 보장해달라는 절규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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