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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지카 바이러스와 씨름하는 질병관리본부
메르스·지카 바이러스와 씨름하는 질병관리본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4.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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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감염병 대응 실험·연구에 '구슬땀'...국내 유입·확산 방지 '기대'

지난해 전국을 휩쓸었던 메르스. 올해 방역 당국을 괴롭히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교통의 발달로 전 세계가 공동 생활권이 되면서, 먼 해외에서 발생한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 사례가 늘고 있다. 메르스를 통해 뼈아픈 경험을 한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 당국의 신종감염병 예방과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지카 바이러스 국내 유입이 확인된 후 방역 당국의 대응은 메르스 때와 많이 달랐다. 실시간으로 지카 바이러스와 의심환자 감염 여부, 접촉자 조사 등 후속조치 정보를 공개했고, 의료기관에도 관련 정보를 공유해 경계하도록 했다. 12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지카 바이러스 대응으로 여념이 없는 질병관리본부를 찾았다.

▲ 바이러스 배양실. 분리된 바이러스는 소량으로 분주해 냉동고에 보존한다.ⓒ의협신문 김선경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 혈청을 추출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혈청검사실을 먼저 찾았다. 검사실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하얀색 위생 덧신과 가운을 입어야 했다.

혈청검사실에서는 환자 혈청을 접수해 검사에 사용할 양만 덜어내고 나머지는 시료를 냉동 보관하고 있었으며, 덜어낸 혈청에서 핵산(RNA) 추출해 실시간 유전자 검출법(real-time RT-PCR)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다.

유전자 검출법(real-time RT-PCR)과 전기영동을 통해 바이러스의 유전자 절편을 추출하고 이로부터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한다. 감염병 바이러스를 다루는 곳이어서 음압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정영의 신경계바이러스과 연구관은 "환자의 혈청을 접수해 바이러스를 분리하는데 4시간 정도 소요되고, 한 팀당 일일 최대 30건까지 검사 할 수 있으며, 교대 인력도 충분해 실시간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 L3(Biosafety Level 3) 특수연구실험동은 출입이 더 까다로웠다. 메르스 관련 실험을 하는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인 관계로 덧신과 가운 대신 전신 안전복을 입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제3 전염병 이상의 병원체의 진단과 백신 관련 연구와 고위험 병원체와 신·변종 병원체 진단과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 BL3(Biosafety Level3) 특수연구실험동 메르스 배양 실험실에서 전신 보호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실험실은 병원체별로 엄격하게 구분돼 운영되고 있었으며, 다중 잠금시설과 모든 실험실에 음압시설이 설비돼 있어, 병원체의 외부 유출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밖에서 메르스 실험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7개나 되는 문을 통과해야 했다. 각 실험실은 중앙통제실에서 온도 기압 등 전체 상황을 CCTV를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은 전국에 50여 개가 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이들 둥 가장 많은 병원체를 확보하고 있다. 감염 위험성 때문에, 병원체별로 전문화된 인력들이 2인 1조로 움직였다. 메르스 병원체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은 질병관리본부 내에 3명 정도 있다.

실험실은 설계도면서부터 준공까지 국가의 허가를 받아 설치된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Level 4 실험실 설치를 위해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실험 시 안전관리 등을 담당하는 채희열 연구관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은 Level 4 실험실에서 연구해야 하지만, 현재는 Level 3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철저한 개인 방역복을 착용하고 연구하고 있다"면서 "전심 방호복을 입고 강한 음압이 작용하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은 피로도가 높아, 한 번에 2시간 이상 작업하지 못한다. 작업 간에 30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병 매개체

▲ BL3(Biosafety Level3) 특수연구실험동 . BL3는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실험하는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표본실은 긴장감은 덜 했지만,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모기, 바퀴벌레, 진드기 등 감염병 매개 곤충 표본이 소장돼 있었다. 여기서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매개체로 알려진 흰줄숲모기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 사상충증을 매개하는 토고숲모기 모형 등 40종의 모기 표본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황열을 매개하는 참진드기와 설치류 표본도 벽에 걸려 있었다.

국내 최고 모기 전문가인 신이현 연구원은 모기 표본 채집과 제작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 연구관은 "모기를 채집하는 직원들 모두가 한 번씩은 말라리아에 걸린 경험이 있다. 어렵게 표본을 채집해도 모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훼손하지 않고 표본을 제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라고 알려진 흰줄숲모기 표본. ⓒ의협신문 김선경
신 연구원 작은 흰줄숲모기를 현미경을 이용해 확대한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우자, 흰줄숲모기의 특징인 등에 확연한 흰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신 연구원을 따라 이동한 매개곤충사육실에 눅눅하고 쾌쾌한 악취가 진동했다. 이곳에는 빨간집모기, 작은빨간집모기, 흰줄숲모기, 토고숲모기 등이 사육되고 있었다. 모기 성충뿐만 아니라 알, 유충, 번데기 등도 볼 수 있었다. 신 연구원은 "종류별로 나누어 사육한 모기들을 살충제 실험, 유천제 연구 등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육실 입구에는 유문등, BG-Sentinel trap set, 흡충관 등 모기 성충 조사장비와 스포이드, 수서곤충망, 채집병 등 모기 유충 조사장비 등도 전시돼 있었다. 장비 대부분은 신 연구원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들이라고 했다.

▲ 신이현 연구원이 채집한 흰줄숲모기를 보여주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탐방을 마친 후, 위기분석국제협력과 관계자로부터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해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른 메르스, 이미 10여 년 전에 축산업을 크게 위축시켰던 AI, 매년 주의보가 발령되는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황열, 라싸열 제4군 전염병만 해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탐방을 마친 후 서울로 돌아와 맞은 4·13 총선일 오전 8시경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실의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입국한 UAE 국적 여성 1명이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됐으며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14일 오후까지 여러 통의 문자메시지가 이어졌다. 음성 판정은 받은 의심환자에 대한 조치사항과 참고사항이 마지막 메시지였다.

문자메시지에는 관련 공무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첨부돼 있었다. 메르스 당시 정보공개가 늦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방역 당국의 변화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아무쪼록 질병 당국의 철저한 대응으로 신종감염병이 유입되거나 유행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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