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1:36 (금)
기획 "북극 빙하 운명…기초 무너지면 부실 불보듯"
기획 "북극 빙하 운명…기초 무너지면 부실 불보듯"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4.04 11:5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기초의학 릴레이 인터뷰 (6)
방효원 대한생리학회 이사장(중앙의대 생리학교실)

▲ 방효원 대한생리학회 이사장(중앙의대 생리학교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기초의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기초의학은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의학은 기초의학 혹은 임상의학이라는 구분이 없었다.

최근 들어 의학, 특히 임상의학은 과학계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의학이라고 하면 마치 임상의학이 전부인양 돼 버렸다. 또 성과를 중요시 하는 우리나라의 연구비 정책과 맞물리면서 의학계에 할당되는 많은 연구비가 대부분 임상의학으로 몰리게 됐다. 당연히 기초의학을 위한 연구비와 지원정책은 엄청나게 줄어 들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기초의학자들의 안일함이 컸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기초의학자들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고 이에 발맞춰 변화해야 하는데 여전히 순수기초학문 분야만을 고집하고, 임상의학자들을 연구 동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인 때문에 기초의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초의학 전공자들이 줄고, 교육과정이나 시간 등이 모두 위축되고 있다. 생리학회의 현실이 궁금하다.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생리학회의 현실 또한 다르지 않다. 현재 생리학회 정회원 즉 전임교원은 약 200여명 정도이다. 이 중 76명이 의과대학 출신이다. 요즘 생리학 분야에서 신규 교원으로 발령받는 교수 가운데 대부분은 기초의학 전공자들이 아니다.

기초의학자 수가 줄어서 기초의학이 위축이 되는 건지, 기초의학이 위축돼서 기초의학자 수가 줄어들었는지, 어느 것이 맞는 지는 정확하게 말하기는 곤란하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앞에서 얘기한 임상의학과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초의학자들의 역할이 불분명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 까 생각한다.

또 많은 대학에서 교육보다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니 국내에서 교육을 받은 기초의학 전공자보다는 최신의 연구 기법을 익히고 우수한 연구업적을 지닌 국외에서 교육 받은 생명과학자를 선호하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2023년 제10차 FAOPS 미팅, 그리고 2025년 IUPS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유치 의미는?

▲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대한생리학회는 2006년 제6차 FAOPS(환태평양생리학협회) 미팅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서울시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2023 제10차 FAOPS 미팅 유치는 실패로 끝났다.

2021년 IUPS(세계생리학회 학술대회) 미팅은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가 2017년 브라질 미팅에서 2025년 IUPS 미팅 주최를 다시 한번 재도전 해보겠지만 IUPS 미팅은 각 대륙을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IUPS 미팅을 우리나라에서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면 국가적으로도 매우 자랑스럽고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생리학회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할 일이다.

의사출신 기초의학자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기초의학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과학적 능력 향상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을 새롭게 재설정해야 한다. 또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서 기초의학 영역을 확대하고,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분야를 신설해야 한다.

연구 측면에서는 기초의학자가 중심이 되는 중개연구를 활성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R&D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또 기초의학 교수 육성 측면에서는 기초의학 전문의제도를 신설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특히 이를 위해 범의학계에서 한 가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본다.

의과대학에서 조차 기초의학이 설자리가 없다면 큰일이 아닌가?

현재 의과대학내에서 기초의학의 입지는 북극에 있는 빙하가 점차 사라지는 현상과 흡사하다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교육목표를 일차 진료의사 양성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런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료역량을 중시하는 성과바탕 학습과 임상의학 교육 위주의 통합강의를 진행하는 교육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임상의학이 엄청난 발전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기에 이러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임상의학자들의 욕심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의과대학 학생들을 단순히 의술만을 익히는 기술자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많은 양의 임상지식 전달을 위한 교육목표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매달리다 보니 임상의학 교육 비중이 과도해 지고, 반면 한정된 교육과정 내에서 기초의학 강의와 실습은 자연스레 축소되면서 기초의학 교육의 목표인 과학적 사고능력 개발은 멀어지게 됐다.

2012년 세계의학교육연합(WFME)은 기초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초의학 교육의 국제기준을 설정했으며, 주 내용은 학부에서 임상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과 방법을 과학적인 측면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초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학생이 임상의학을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임상의학도 과학이며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임상의학자도 궁극적으로는 의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교육이 무너지게 되면 결국에는 부실한 의사를 양성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 문항 대폭 강화, 기초의학 전공자들의 군대 대체복무 조건 간소화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군대대체복무 조건들을 개선한다면 약간의 기초의학 전공자가 늘어 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단순히 3년 간의 군대 생활의 편안함을 위해 평생의 자기 본업을 바꿀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사안들이 해결이 되고 병역문제는 기초의학을 하기 때문에 그냥 보너스 같은 성격으로 약간의 혜택을 더 줄 수 있다는 정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을 포함시키는 문제는 기초의학을 살리는데 그 어떤 처방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교육과정이 정상화되고, 이로 인해 기초의학자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에 기초의학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교육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육표준화는 단순히 표준강의록을 만드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한생리학회는 기본적인 교육표준화를 위해 우선 기본강의록를 제작할 예정이며, 현재 의과대학협회에서 만든 학습목표를 바탕으로 학습목표 구체화 작업을 마친 상태이다.

조만간 이것을 각 학교별로 보내 학습목표 별로 필요한 강의 내용을 정리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교육보다는 연구 업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학생들에게도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국 기초의학 교육의 위축을 초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을 전공한 인력을 끊임없이 키워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는 기본강의록이라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

또 의학에서 기초의학 교육 부실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 전문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