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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누비아, 신장애 용량조절 장점일 수 있다"

"자누비아, 신장애 용량조절 장점일 수 있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4.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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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가톨릭의대 교수(내분비내과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가톨릭의대 교수
사고 한번 쳐본 적 없는 '범생이'다. DPP-4 억제제의 '퍼스트 인 클래스'이자 대표 치료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얘기다.

2008년 출시 이래 속 한번 썩이지 않고 꾸준히 점유율 '1등'을 놓치지 않았다. 한때 심부전 우려 등으로 사고 한 번 치나했지만 역시 범생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대규모 글로벌 안전성 임상연구 'TECOS' 결과 '심혈관계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발생' 등 전 과목 '올수'를 받았다.

특히 신장애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해서도 위약군보다 부작용이 높지 않아 주목받았다.

어느덧 9년차를 맞은 범생이 자누비아에게 최근 두 가지 과제가 생겼다.

첫째 경쟁 DPP-4 억제제의 출현이다. 지난해에만 4개의 DPP-4 억제제가 출시되면서 국내 출시된 DPP-4 억제제만 9개다. 자누비아를 제외한 8개의 DPP-4 억제제가 계열 점유율 1위 자누비아 타도를 외치며 속속 처방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또다른 과제는 신약 SGLT-2 억제제의 출시다. 지난해 하반기 2개의 SGLT-2 억제제가 추가로 출시되면서 총 3개의 SGLT-2 억제제가 자누비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승환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이런 도전에도 자누비아의 앞길이 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나는 환자군과 자누비아의 안정적인 혈당강하 효과와 검증된 안전성 등으로 도무지 틈을 주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일문일답>

왜 여전히 자누비아인가?

무려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의 패턴을 바꾼 약이다. 자누비아로 대표되는 DPP-4 억제제가 출시되고 나서 설포닐우레아가 왕좌의 자리에서 급격히 내려왔다. 물론 그 자리는 자누비아가 차지했다. 설포닐우레아보다 저혈당 부작용이 매우 적으면서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효과 역시 일정하고 꾸준하게 기대만큼 나왔다. 누가 이런 자누비아를 처방하지 않겠나. 최근에는 서방정까지 나와 점유율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분야는 메트포민과 DPP-4 억제제가 주름잡을 것이다.

그래도 나머지 8개의 DPP-4 억제제가 타도 자누비아를 외치고 있지 않나?

8개 DPP-4 억제제가 출시됐다지만 사실 제일 먼저 선을 보인 자누비아를 능가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출시된 몇가지를 빼고 대부분의 DPP-4 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다. 물론 치료제에 따라 혈당강하 효과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어떤 DPP-4 억제제는 혈당변동성 개선이나 빠른 효과 발현 시간 등 다양한 프로파일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데이터와 오랜 검증기간을 보낸 자누비아를 능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어떤 DPP-4 억제제는 자누비아와의 직접 비교임상 시험을 통해 우월성을 입증하려고 한다.

몇몇 DPP-4 억제제들이 자누비아와의 직접 비교임상 시험을 통해 업계 1위인 자누비아를 넘어서려 하는 것으로 안다. 경험적으로 쉽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그나마 리나글립틴이 신장애와 관련한 장점을 내세우며 자누비아와 맞서고 있다.

신장기능과 상관없이 단일용량으로 처방하는 리나클립틴은 확실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1만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인 TECOS에서 신장기능에 따라 권고용량을 지켜 투여된 경우 위약군보다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신장애가 있더라도 투여용량을 준수한다면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신장애로 치료제 투여 중 꾸준히 신장기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을 단점으로만 볼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eGFR 수치를 꾸준히 정확하게 평가하면 환자 상태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신장애 정도에 따라 자누비아 용량을 줄일 수도 있는데 용량을 줄이면서 약값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환자 중 검사를 정기적으로 원활하게 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신장애 정도에 따라 '모디파이'하는 게 단점일 건 없다.

체중감소와 혈압강하 효과까지 내세우며 SGLT-2 억제제가 자누비아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SGLT-2 억제제도 분명히 좋은 약이지만 DPP-4 억제제보다 탈수 등 이런저런 부작용 탓에 확실히 부담스러운 약인 것도 사실이다. DPP-4 억제제는 고령이든, 신장기능이 나쁘든, 비만이든 아니든 편하게 처방할 수 있다. SGLT-2 억제제가 출시 이후 DPP-4 억제제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한동안 DPP-4 억제제로 대표되는 자누비아의 위치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다만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병용하는 것에 관심은 많다. 한국 환자들은 보통 식후혈당이 잘안잡혀 문제가 된다. 식후혈당을 잡기 위해 기저인슐린 등을 투여하면 되지만 저혈당이 우려되고 사전 교육도 이것저것 해야 한다. 두 치료제의 병용은 혈당강하 효과와 특히 식후혈당을 잡는데 효과적이라 대안이 될 수 있다. 병용투여에 대해 급여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

지난해 6월 발표된 1만 400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누비아의 대규모 글로벌 심혈관 안전성 임상시험인 'TECOS'가 주목받았다. TECOS 결과 발표에 앞서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이상반응 우려가 제기된 배경을 설명하자면?

자누비아에 앞서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이 미국 FDA가 의무화한 심혈관계 안전성 입증을 위해 'SAVOR'와 'EXAMINE' 임상시험을 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미국 FDA 자문위는 SAVOR 에서 삭사글립틴 복용군의 심부전 관련 입원율이 위약군보다 27% 높았던 점을, EXAMINE에서 심부전 위험성 증가 경향이 있었다며 라벨 변경 등을 권고했다. 자문위의 권고로 해당 약 뿐 아니라 DPP-4 억제제에 대한 심부전 이상반응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다보니 DPP-4 억제제의 대표 치료제이자 임상시험 기간이 3년으로 가장 길었던 자누비아 심혈관 안전성 연구 'TECOS'의 결과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SAVOR의 임상시험 기간은 2.1년, EXMINE은 1.5년으로 비교적 짧았다.

TECOS 결과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해석하는가?

1차 복합 평가변수는 심혈관계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최초로 입원한 시점 등이었는데 모두 위약 대비 비열등했다. 2차 평가 변수인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역시 크지 않았다. 췌장염과 췌장암 발생을 높인다는 우려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증됐다. TECOS 연구 발표로 DPP-4억제제에 대한 심혈관 질환, 심부전 안전성 논란이 종결됐다. 사실 예견대던 결과였다.

일부에서 TECOS 연구기간이 3년으로 짧다거나 HbA1c 수치가 6.5∼8%로 다른 연구보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TECOS 연구자체가 심혈관계 안전성 여부를 알고자 하는 임상시험이었다. HbA1c 수치나 3년이란 연구기간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본다. 어떤 치료제가 병용투여되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혈당만 비슷하게 맞춘 것도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하는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혈당만 조절한다고 해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의미있는 임상시험에서 다양한 증상을 종합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이 2017년 리나글립틴 심혈관 안전성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역시 그 임상시험도 비슷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리나글립틴 관련 임상시험이 나오면 DPP-4 억제제 계열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얻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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