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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상처받는 아이들과 예방접종

청진기 상처받는 아이들과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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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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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사노피 파스퇴르 메디컬 어드바이저

▲ 최영준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작년 12월, 인천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전국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는 생각하기도 끔찍한 학대·방임·살인 사건들을 파헤쳐 내며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동안 주변 어른이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알려질 방법이 없었던 아동학대를 능동감시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상처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미안함과 죄책감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동 학대에 대한 전수 조사와 같이 감염병 관리 영역에서도 전수 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국가필수 예방접종의 경우 해당하는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감염병(Vaccine-preventable disease) 12종은 제 2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수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이 질환들이 병원체에 취약한 소아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또한 예방접종으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국가필수 예방접종은 소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하는 국가 필수 예방접종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필수 예방접종이 누락된 아동들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달 정부는 예방접종 등록 전산기록 분석을 통해 2010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 중 6000여명에서 필수 예방접종 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6월까지 방문조사를 통해 미접종 사유를 파악하고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한다. 잘 정비된 감시 시스템이 또 다른 목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사례다.

아이를 때리거나 모욕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나 성적 대상으로 이용하는 성적 학대 등 적극적인 가학행위만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지 않는 방임행위다. 그 중 특히 어른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이의 기본 건강권을 소홀히 하는 의료적 방임 또한 중요한 아동학대의 유형 중 하나다. 부모의 방임이든 적극적인 선택이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아이에게 필수 접종을 시키지 않는 것은 의료적 방임, 즉 학대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의 한 주 법원은 아이의 백신 접종을 거부한 한 부부에게 아동방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 판결의 핵심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선택의 자유가 아이를 전염병에 노출할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 판결은 주마다 다양한 예방접종 권고사항과 법적 의무사항을 갖는 미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방접종과 관련한 소송에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오랜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운 좋게 진료실까지 올 수 있었던 아이들의 예방접종 기록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인 건강권이 올바르게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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