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5:39 (금)
병의원 해외진출 흑역사 "근거 없는 낙관론 때문"

병의원 해외진출 흑역사 "근거 없는 낙관론 때문"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3.28 12:2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서울·서울대·SK아이캉 등 줄줄이 '고배'
경험·정보·역량 부족 "정부 전방위 지원 필요"

최근 10여년간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나, 철저한 준비와 지원 없이 무모하게 도전했다 낭패를 보고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해외진출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2000년 이후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이 시작된 이후 현재 의료기관 100여곳이 국제의료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0년부터는 우리들병원의 두바이 진출, 서울대학교병원의 아랍에미리트 진출 등 성공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한 SK아이캉병원의 경우 SK차이나가 중국 위생부·Y치과·C피부과·T성형외과·S안과와 공동으로 운영했으나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2009년 철수했다.

중국 상해에 진출한 Y메디칼과 우리들병원 역시 경영난과 현지 파트너와의 갈등 등으로 헐값에 매각하고 사업이 종료됐다. 두바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10년 사업 시작 후 현지화 실패 및 실적부진으로 3년만인 2014년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관광 현지사무소를 개설한 현대아산병원(2009년 미국 LA, 2010년 뉴욕), 서울대학교병원(2008년 미국 LA), 서울성모병원(2010년 LA) 등은 현지화 실패, 낮은 수익성, 현지 파트너와의 이해부족 등으로 사업을 모두 접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실패의 원인으로 △사업의 명확한 목표와 전략 부재 △사업계획 및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 미흡 △전반적인 해외진출사업 경험의 부재와 현지화 및 마케팅 실패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현지 관련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진출 의료기관의 인허가 문제와 의료면허 인정 문제, 진료 위주 인력 파견과 경영으로 인해 기획 및 프로젝트 진행을 주도할 전문 인력의 부재, 해외진출 경험부족으로 운영 및 성장전략 부재와 같은 사업역량 부족, 세계적인 의료수준 대비 낮은 해외 브랜드 인지도, 국내외 금융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 관련 국내 법제도의 미비 등을 실패 원인으로 분석했다.

최 소장은 "한류 효과, 한국 의료의 근거 없는 우월성과 낙관론에 기대어 준비 없는 해외 의료진출을 시도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공적인 국제의료사업과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해외 의료산업의 진출이 아직은 초기단계이며 현지국 법제도에 따른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부간 채널을 활용한 의사면허인정, 비자 등의 문제 해결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의료기관의 특성상 해외진출사업 역량과 경험부족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해외진출 전 과정에 걸쳐 사업발굴, 기획, 금융자문 등을 제공하는 효과적이라고 제시했다.

이밖에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 사업과 의료기관 해외진출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력방안 모색, 금융기관의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하기 위한 정책금융 지원, 해외 네트워크와 사업 경험이 풍부한 종합상사·건설사 등과 동반진출을 추진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9% 성장률을 보이는 세계 보건의료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인력,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 효율적인 인프라르 기반으로 우리나라 의료계가 이끌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