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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 '딴지'에 의사 비례대표 날아가나?

보건의료단체 '딴지'에 의사 비례대표 날아가나?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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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안정권이던 김숙희 회장, 당선권에서 멀어져
약사회 등 반대 영향 미친 듯...의료계 "도리 아니다"

 ▲약사회와 간호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단체들은 21일 더불어민주당을 방문해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에 대한 비례대표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주장하며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필건 한의사협회장.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 더불어민주당 당선권 비례대표 공천이 김종인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과 일부 의료 단체들의 철회 요구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김숙희 회장은 20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중 당선 안정권인 A그룹 10명에 이름을 올리며 의료계에 낭보를 전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공천한 것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일었고,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 등은 특정 직능만을 위한 공천이라며 김 회장의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까지 찾아가 기자회견을 하고, 김 회장에 대한 공천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민영화에 호의적인 데다 전체 보건의료 발전이 아닌 의사 직능에 편향된 의식을 가졌다"며 "보건의료계를 대변하거나 국민 보건복지증진에 기여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김 회장을 평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정책이나 정신과도 궤를 달리하는 부적절한 인물이다. 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특히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김 회장은 결코 보건의료단체를 대표할 수 없다"면서 "더민주가 후보추천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는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투표를 통해 김 회장의 비례대표 순번을 19번으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김종인 대표 전략공천 후보 4명과 노동·취약지역·청년·당직자 등 4개 분야에서 각 1명씩을 당선 안정권에 공천하기로 한 바 있어, 김 회장의 비례대표 순번은 20번대 중반으로 밀리게 됐다.

22일 오후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15번까지가 당선 안정권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어서, 애초 당선이 확실시되던 김 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하루 아침에 불투명해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의사 비례대표 당선을 질투한 일부 의약 단체들이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으로 김 회장의 당선에 재를 뿌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앞선 21일 의협은 '일부 보건의료단체의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더민주당 공천반대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이들 단체의 주장이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원격의료 논란에 대해 김 후보(회장)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원격의료의 확대에 대해 불가 태도를 밝혀왔다. 더불어민주당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정책이 국민 건강과는 무관하게 산업적 이익에 충실히 하는 부분에 대해 누차 경계해온 바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이 '원격의료 고려'라는 표현을 한 것은 "정부 여당의 견해대로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해 선제적으로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아청법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단순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논의해봐야 함을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모 의협 전 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내 사정도 있었지만, 일부 의료 단체들이 당사까지 찾아가 김 회장을 터무니없이 헐뜯은 것도 김 회장의 공천 순번이 밀리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근거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단체들의 근시안적 대응이 범 의료계를 위해 성실히 일할 김 회장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어 "의료 단체들 간 이견이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지만, 같은 보건의료계 단체 대표인 김 회장을 모략해 '다 된 밥'이나 마찬가지였던 공천에 재를 뿌리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지역의사회 임원 역시 "비례대표 의원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입법·정치활동을 해야 하는 정치인인데, 의사 출신 비례대표라고 해서 의사들만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대 단체 대표의 비례대표 당선이 확실해지자 쓸데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억측과 왜곡으로 상처를 입힌 것은 결국 범 의료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 의사 공천 철회 요구해놓고 약사 후보 안정권 공천 요구?

한편 애초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 공천을 받지 못했던 유영진 전 부산시약사회장이 당선 안정 또는 가능권 공천을 확보하면서, 김 회장의 공천을 가로챈 형국이 된 것에 대해 의료계는 더욱 분노하고 있다.

김 회장의 공천 순번을 바꾼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 유영진 전 부산시약사회장은 9위를 차지했다. 전략공천 후보들과 노동·취약지역·청년·당직자 등 4개 분야 후보를 당선권에 공천하고도 비례대표 19번을 받을 수 있는 순위다. 정치권과 약계에서는 유 전 회장이 19번보다 앞 순번의 공천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이어서, 유 전 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게 사실이다.

게다가 김 회장의 공천 철회를 요구했던 대한약사회는 유 전 회장의 당선을 확정 짓기 위해 공천 순번을 당겨달라고 요구했다.

약사회는 22일 낸 성명에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유영진 전 회장을 선정해달라"며 비례대표 당선권 공천을 촉구했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부산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본부장과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직능특보와 부산시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으면서 부산 지역 선거에 결정적 기여해온 인물"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와의 '연줄'도 강조했다.

약사회의 이런 행태는 의료계로 하여금 약사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달려가 김 회장에 대한 억측과 왜곡된 정보를 언론에 유포하면서 공천 철회를 요구했던 모습을 상기시켜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의사들의 이 같은 분위기는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신청을 지지하는 의미로 더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했던 의사들의 집단 탈당으로 표면화됐다. 모 의사 포털에서는 김 회장의 당선 안정권 공천이 이틀 만에 약사 출신 유 전 회장의 당선 안정 또는 가능권 공천으로 바뀌자 더민주당에서 탈당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모 전 의협 임원은 "김 회장의 다된 공천에 재를 뿌린 일부 보건의료단체에 약사회도 포함됐다. 그런 약사회가 김 회장이 밀려난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약사 출신 후보의 공천 순번을 당기겠다고 성명을 냈다"면서 "이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김 회장이 당선 후 약사회에 불리한 활동을 하지 않을까 근거 없는 겁을 집어먹고 공천 철회를 요구했던 약사회다. 그런 약사회가 약사 출신 후보의 당선을 굳히겠다고 김 회장 공천 철회를 요구한지 하루만에 순번을 당겨달라고 요구한 것은 의료계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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