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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이제는 수술 가능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이제는 수술 가능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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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으로 꽉 막힌 폐동맥 말단, 풍선으로 넓혀 폐 기능 회복
서울아산병원,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새 치료 방법 도입

박덕우 교수(오른쪽)가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환자에게 풍선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폐 말단부위의 혈관이 혈전으로 꽉 막혀 수술도 불가능했던 50대 여성이 폐동맥을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을 받고 폐 기능을 회복해 희귀질환으로 알려진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질환의 완치 가능성을 높였다.

서울아산병원 폐고혈압·정맥혈전센터(센터장 송종민 교수)는 최근 수술이 불가능한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환자에게 혈전으로 꽉 막힌 폐혈관을 풍선을 이용해 넓혀주는 '폐동맥 풍선성형술'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이란 정맥에 생긴 혈전(피떡)에 의해 폐동맥이 폐색되어 폐동맥의 압력을 상승시키는 희귀질환으로 약물로 치료되기 어렵고 시술이나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폐동맥의 시작부위에 병이 생기면 수술이 가능한 반면, 폐동맥 말단부위의 경우 수술적 치료도 어려워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이번 시술을 통해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치료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50대 최 모씨는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았고 지난해 11월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으로 진단돼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지 검사를 했지만, 폐동맥 말단부위가 여러 군데 혈전으로 꽉 막혀 있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 중이었다.

의료진은 최 씨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폐고혈압·정맥혈전센터에서 통합진료를 진행했고, 송종민 교수(심장내과)와 박덕우 교수(심장내과), 이재승 교수(호흡기내과), 이상민 교수(영상의학과)가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눈 결과, 폐동맥 풍선성형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박덕우 교수가 환자의 사타구니 부위에 부분마취만 한 상태에서 가느다란 와이어를 폐동맥까지 넣어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을 1시간 정도 시행했고, 시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돼 환자는 3일 후 건강하게 퇴원했다.

폐고혈압 환자들은 운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6분간 걸을 수 있는 최대 거리를 측정하는 '6분 도보 검사'를 시행하는데 300m 미만의 결과가 나오면 폐고혈압의 정도가 심하고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 환자도 시술 전 시행한 검사에서 6분 동안 213m 밖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상태였지만, 풍성성형술을 받고 2주 후 측정한 6분 도보 검사에서는 6분간 최대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360m로 측정돼 시술 전보다 운동능력이 1.7배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만성혈전성 폐고혈압의 풍선성형술은 1990년대 하버드 의대에서 개발된 후 일본에서 발전한 폐고혈압의 최신 치료방법으로 최근에는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의 유럽 치료 가이드라인에 폐동맥 풍선성형술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는 가능한 치료 방법으로 정식 등재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의 풍선성형술 치료 분야에 가장 경험이 많은 일본 오카야마의료센터의 히로미 마추바라 교수를 초청해 국내 전문의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심포지엄 이후에는 심장 관상동맥 중재시술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박덕우 교수와 폐동맥 고혈압 전문가인 이재승 교수가 심포지엄 후 직접 일본으로 가서 마츠바라 교수의 폐동맥 풍선성형술을 참관하고 노하우를 배워 시술에 대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시술을 시행한 박덕우 교수는 "풍선성형술은 혈전으로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시술로 심장혈관인 관상동맥은 딱딱하고 탄력이 있어 비교적 시술이 용이하지만 폐동맥은 정맥처럼 탄력성이 떨어져 시술자체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심장혈관 시술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의 많은 심장 스텐트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폐동맥 말단 부위가 혈전으로 꽉 막힌 환자의 폐동맥 풍선성형술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송종민 폐고혈압·정맥혈전센터장(심장내과)은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웠는데 심장내과·호흡기내과·영상의학과 등 여러 과의 협진과 통합진료를 통해 시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며 "앞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환자들에게 폐동맥 풍선성형술이 국내에서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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