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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숲모기가 토착화 된다면…
'지카' 숲모기가 토착화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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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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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⑥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이근화 교수(환경부 지정 환경보건센터)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 이근화 교수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1일 최근 브라질 및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남미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감염자가 폭증하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에서 최초로 확인된 지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환으로, 1954년 나이지리아에서 인간감염 사례가 최초로 보고됐다.

그 후 주로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에서 소규모로 산발적으로 발생하다, 2007년 태평양 미크로네시아와 201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대규모로 창궐했다. 2014년 3월 3일에는 칠레의 Easter Island에서 처음으로 토착화 징후가 나타났고 그해 6월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15년 5월, 브라질 보건당국은 브라질 북동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브라질 및 콜롬비아 등에서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

12월에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처음으로 사망했으나 치사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신 및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남미에서 유행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201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대유행과 유사한 면이 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카 바이러스를 지닌 숲모기에 물려 걸리는데, 매개모기는 주로 이집트 숲모기와 흰줄 숲모기로 알려졌다. 이들 모기에 물린 사람 4명 중 1명 정도가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증상은 결막염·근육통(혹은 관절통)을 동반한 가벼운 발열·피부 발진 등이며 모기에 물린 후 2~7일이 지난 후 나타난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뎅기열 및 치쿤군야(Chikungunya)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덜 심각한 편이며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더라도 특별한 문제없이 지나간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진단은 환자의 임상증상과 역학조사를 근거로 내리며 혈액검사로 확진한다. WHO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시에 길랭-바레 증후군(Guillian-Barre syndrome, GBS)의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역학조사 보고를 토대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 등에 염증을 유발해 마비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신경계 및 자가면역 질환이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뇌 발달을 방해해 소두증(두부 및 뇌가 정상보다도 이상하게 작은 선천성 기형의 하나)을 가진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연구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소두증이 생긴 태아를 낙태 후 부검했더니 지카 바이러스가 다른 부위보다 뇌조직에서 많이 발견됐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원인

지카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경로는 이집트 숲모기 및 흰줄 숲모기 등에 물리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이하 US CDC)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정액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돼 성관계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람의 정액뿐만 아니라 침과 소변에도 지카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수 있고 혈액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WHO는 최근 남미지역 대유행의 원인을 인간과 지역 특성에서 찾고 있다. 남미지역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최근에 유입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이 낮고, 열대산림 지역이 많아 이집트 숲모기가 살기 좋은 온도와 습도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WHO는 감염병 및 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면 국제보건규칙(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IHR 2005)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보건규칙은 1969년도에 처음 제정된 후 2003년 홍콩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대유행 때 효과를 발휘했으며, 2005년에 전면적으로 개정됐다.

국제보건규칙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감염병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감염병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징후가 보여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경우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이번 남미지역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도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감염의 주범, 숲모기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숲모기의 서식 및 번식은 온도 및 강수량 등 기상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숲모기의 알이 부화하고, 유충(장구벌레)이 모기(성체)로 성장할 수 있는 온도조건은 14~36℃이며, 최적온도는 20~30℃로 알려져 있다. 14℃ 이하 혹은 36℃ 이상에서는 알이 유충 및 성체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강수량은 모기개체수를 늘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감소시키기도 한다. 비가 적당히 오면 웅덩이·폐타이어·플라스틱 용기에 빗물이 고여 숲모기의 알이 부화해 유충 및 성체가 될 수 있는 장소가 돼버린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빗물에 숲모기알이 쓸려 내려가 모기가 생길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집트 숲모기가 발견된 적이 없으나, 흰줄 숲모기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 봄·여름·가을에 서식하고 있고, 겨울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제주도 지역에서 사는 흰줄 숲모기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흰줄 숲모기의 지역별·월별 분포를 보면 외부와 교류가 활발한 제주국제공항 및 제주항에서 많이 발견되고, 다음으로 숲모기의 주요 서식지인 숲에서 많이 발견된다.

도심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발견된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월별 채집결과를 보면 4월부터 개체수가 늘기 시작해 7월에 최대치에 달하고 11월까지 개체가 발견되다가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흰줄 숲모기가 발견되지 않는다.

한편 미국에서는 흰줄 숲모기가 외부에서 들어와 서식 및 번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1985년 이전에는 미국에서 흰줄 숲모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1985년 텍사스 주 휴스턴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후 현재는 텍사스 주를 비롯한 다른 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US CDC는 일본 국적의 폐타이어 선적을 통해 흰줄 숲모기가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카 바이러스를 지닌 숲모기가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외부에서 유입될 수는 있으나, 전파되거나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숲모기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고,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왔을 때 전파 경로는 알려지지 않은 게 많아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

예방대책

첫째, 숲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이므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을 방문할 경우 숲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집트 숲모기와 흰줄 숲모기는 낮에 활동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을 여행할 때에는 야외 활동, 특히 숲에서는 밝은색 긴 상하의를 착용하는 게 권장된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가급적 맨살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곤충 기피제를 수시로 뿌리며 잠을 잘 때는 모기장을 치도록 한다.

둘째,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 되면 소두증에 걸린 신생아가 태어날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을 여행하지 않는 게 좋고, 여행이 불가피한 경우 출발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고, 귀국 후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성관계 및 혈액으로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발생국가에서 성관계를 할 때는 콘돔을 사용하고, 귀국 후에도 한동안 콘돔을 사용하고 헌혈은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에볼라·메르스·뎅기열·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토착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감염병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감염된 사람이나 모기가 공항이나 항만으로 들어와 국내에 유입돼 전파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모기는 사람과 달리 체온조절 능력이 없어 서식 및 번식에 기상조건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기후변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체를 지닌 모기가 국내로 유입된 후 여름철에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토착화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공항이나 항만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감시와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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